탄소중립, 국민참여 필수적인 이유... '보통 국민' 의견 들어야

[빠띠가 보는 '기후정의와 민주주의'] 1기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 활동 회고 ①

등록 2023.03.10 12:22수정 2023.03.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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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청와대 제공

 
2030년까지 우리는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여야 할까.
 
"국민참여분과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목표를 50% 이상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총괄위원회에 제출하겠습니다."

2021년 10월 12일,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는 "NDC 50% 이상 상향 필요"로 결론을 내렸다. 몇달 간에 걸친 위원회 내에서의 검토, 교육계, 종교계, 청년, 시민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단위의 의견 수렴, 그리고 탄소중립위원회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 거기다 '보다 강력한 감축 정책'을 요구하고 눈물을 흘리며 사퇴한 종교분과위원들의 호소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후 탄소중립위원회 총괄위원회는 NDC 안을 "40%"로 결정하고, 2021년 11월 2일 최종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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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 9차 회의결과 「2050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 9차 회의결과('21.10.12.)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누군가는 "40% 이상 감축 목표"가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했다. 또 누군가는 "50% 이상 감축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 또한 탄소중립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50% 이상 감축"으로 의견을 내기까지 고민이 적지 않았다.

모두의 생존을 결정지을지도 모를 NDC 감축 목표를 위원회는, 위원 개개인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면밀히 검토해서 정확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동시에 있었다. 하지만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국민참여분과의 위원인 나는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기반해 설치한 위원회는 법률로도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하였고, 여러 기후환경위원회를 통폐합하여 50명 이상 100명 이내의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법률로 명시한 까닭도 사회 각계각층의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함이었다.

민간위원 70여명을 구성하고도 특별히 국민참여분과를 만든 까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에 다양한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와 아직 집단으로 형성되지 않은 국민의 목소리까지도 더욱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시민사회협의체를 구성하려 했던 노력은 대다수의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거절당했고, 협의체 구성에 참여하는게 아님을 확인받은 후에야 몇몇 시민사회단체들과 겨우 간담회를 열수 있었다. 위원회 바깥에서 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토론회에 참석해서 귀동냥을 했고, 보다 절박하고 과감한 정책을 호소하는 종교 지도자 분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서 함께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위원회에 함께 했던 목사님, 신부님, 스님은 강력한 감축 목표안을 촉구하며 사퇴하셨지만, 사퇴하신 분들이든 짧은 기간동안 만나는 것조차 거부했던 분들이든 모두 "보다 획기적인 감축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분명하게 하고 있었다. 국민참여분과는 우리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은 목소리들도 전체 의사 결정에 반영하거나 기록으로 남기려 했다. 


NDC 40% 목표가 비과학적이라거나 산업계의 주장에 귀기울이지 않았다는 주장들이 있는데, 거꾸로 반문하고 싶다. 과학자가 아닌 시민들이 적절하고 가능한 목표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거나, 데이터를 제공했냐고. 또한 산업계를 비롯한 정부 거버넌스에 익숙한 단위들은 충분하진 않을수 있어도 함께 대화하고 의견서를 제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여전히 보통의 국민들이 참여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정책 결정은 과학적이기 이전에 민주적이어야 하고, 민주적이기 위해서도 과학적이어야 한다. 각자의 이해관계를 잘 조율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우리 모두의 공동의 이익을 향해 있어야 한다. 이런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나는 참여분과 위원으로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더 나아가 NDC와 탄소중립시나리오안 확정이 끝이 아니라, 좋은 대화와 논의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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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의견수렴 탄소중립위원회 대면 의견수렴 일정 ⓒ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모두에 영향 미치는 기후위기... 정책 논의에 국민 참여는 필수적

수많은 숫자와 난해한 기술들, 여러 이해관계가 갈리는 입장 차이까지 탄소중립 논의는 무척 어렵다. 그렇기에 과학과 기술, 산업의 전문가들이 모여 옳고 그른 것을 엄밀하게 찾아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모두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기후위기와 이에 대응하는 정책은 당연하게도 국민들이 이해관계자로서도 참여해야 하고, 실질적으로도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에 기반한 공동 실천이 필수적이다. 

위원회는 중요한 권한을 위임받은 위원회의 책무성과 함께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위해서도 회의록을 모두 공개하기로 결정한다. 비록 모든 이들의 실명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위원들이 이 결정에 공감했고, 지금도 탄소중립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회의록을 볼 수 있다. 당시 대통령직속위원회로서는 흔치 않은 결정이었지만, 한편으론 당연히 강력한 권한을 가진 위원회는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든 누구나 그들의 미래를 결정지은 논의와 결정을 돌아볼 수 있도록 계속 공개해야 한다고 본다.

위원회가 소중하게 여기고 모으고 공개하려고 했던 또 다른 자료는 위원회에 취합된 다양한 입장과 주장, 제안을 담은 의견서들이었다. 위원회는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간담회를 통해서 탄소중립시나리오와 NDC 초안을 전달하고 의견을 나누었는데, 그 과정에 94개 단체가 의견서를 만들어 전달했다. 이 의견서를 위원들이 꼼꼼히 읽고 최종안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위원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게시함으로써 다양한 입장을 드러내고 더 나은 논의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했다.

NDC 상향안 초안을 공개하며,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온라인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위원들과 단체들 뿐만 아니라, 가능한한 국민들이 협의와 논의 과정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추진하였던 토론회였다. 아쉽게도 2차례밖에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정책 논의 과정이 더 많이 기록되고 더 많이 국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편 기사(링크)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의 필자인 권오현(시스)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이사장으로,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홈페이지 및 블로그에 동시 게재됩니다
#빠띠 #기후정의 #거버넌스 #시민참여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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