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이국언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이사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유가족의 경우엔 갑자기 현관문을 두드려 나가니 사전 통화도 없이 남성 두 명이 '정부에서 왔다'고 신분증을 꺼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 전화번호를 한 사람씩 물었다고 했다. 가르쳐주지 않고, 복도에서 한 10분쯤 이야기했다고 한다"면서 "(구체적인 방식을) 말했다면 동의했겠나. (그래놓고) 그걸 의견수렴이라고 하고 있다. (다른 분의 경우) 딸의 남편을 통해 접촉해왔는데, 꼭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싶었다"고 전했다.
김성주 할머니의 장남인 문병창씨는 "어느날 외교부에 계신 분한테서 연락이 와서는 (제가) '할머니들을 내일 찾아가도 되냐'고 하셨다. 듣고 싶은 말 못 들으실 거라고 했다. 그 이틀 뒤 다른 분한테도 전화가 왔다. (직접) 오지 마시고, 변호사 통해 오도록 해달라고 했다"고 통화 내용을 전했다.
문씨는 이번 정부안에 대해 "양금덕 할머니나, 어머니 말씀처럼 비단 이 두 분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강제동원 피해로 이름 모르게 돌아가신 분들도 많은데 정부에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다"면서 "그런 분들을 봐서라도 정부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분들께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비상시국선언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권 지도부 인사들도 함께 참여했다. 7일 오전 11시 45분 기준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교수, 황석영·현기영·신경림 작가,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안재웅 목사, 명진 스님 등의 인사를 포함, 9020명의 개인과 1464개 단체가 비상시국선언 연명에 참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 외에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강제동원은 배상하면서 왜 한국만 예외적으로 배상할 수 없다고 하나. 차별하는 건가"라면서 "이 차별을 왜 윤석열 정부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이어 "양국간 합의가 아니라, 한국 정부의 일방 선언이라 되돌리기조차 어렵다는 거다. 과거 잘못된 '위안부' 합의로 박근혜 정부가 어떤 심판을 받았는지 윤석열 정부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께서 이 자리에 계시지만 (제가) 머리를 들 수가 없다. 우리 정치가 할머니들의 존엄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신냉전에 포섭돼 전범국가인 일본의 재무장화를 용인하고, 위험천만한 파국 도구로 우리 국민의 뼈 아픈 과거사를 팔아넘겼다는 냉엄한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동생도 강제동원 피해자... 대법원 마지막 판단 남았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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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지원단체와 법률 대리인들은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반대, 일본 측의 공식 사죄와 전범기업의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과 함께 추심 절차와 남은 대법원 소송까지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비상시국선언에 참여한 김성주 할머니는 자신에 이어 두살 터울 여동생인 김정주 할머니까지 일본 후지코시 주식회사로 강제동원돼 고초를 겪은 바 있다. 김정주 할머니의 경우 1심과 항소심 모두 승소 후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주 할머니는 이날 국회의원과 취재진들을 향해 '마무리 인사'로 "여러 선생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꺼냈다. 이에 "저희가 죄송합니다"라고 외치는 참석자도 있었다. 피로를 걱정하는 아들 옆에서, 어머니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까지 이 역사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길 하고 있는디, 일본은 우리에게 사죄도 안 하고... 자기들이 반성을 해야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조금도 우리에게 미안한 생각을 안 합니다. 자기네 나라에서 일을 시켜먹고 월급을 줘야하는데 단돈 1엔도 월급이라는 것은 없고. 우리를 이렇게 골병 (들게) 만들어놓고...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눈물이 나고..."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 해법 강행규탄 긴급 시국선언에 참석하자, 시민들이 할머니를 응원하며 손을 잡아주고 있다.
유성호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김홍걸 무소속 의원 등 참석자들이 할머니들을 응원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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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내 손가락 던지던 일본 공장감독... 월급은 단 1엔도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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