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이후 뉴스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잔잔하기만한 바다는 썩는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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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dach)등록 2023.03.08 08:55
 

포구로 돌아오는 배 폭풍을 뚫고 포구로 돌아오는 배(모슬포항에서) ⓒ 김민수


 
지난 대선이후, 뉴스를 보는 시간이 현격하게 줄었습니다.
왜냐하면, 뉴스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나도모르게 욕지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제가 만나는 친구들 대부분(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은 뉴스와 손절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하지는 않습니다. 정치, 경제 등이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듣다보면 부아가 치밀어서 정신건강에 해로우니 최소한만 듣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대선 이후, 대통령과 여당이 보여준 행태는 죄송합니다만 그야말로 목불인견입니다. 가히 '검찰공화국'이 된듯하고, 다방면에서 미숙한데다가 교만하고, 정치적인 정적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내로남불형의 독선과 잘못에 대한 사과가 없고,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만 능숙한듯 합니다.

이태원참사를 겪으면서 이 정권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능하며, 겉만 번지르르한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를 실감했습니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는 참으로 기가 막혔고, 삼일절 축사에서 드러난 현 정부의 식민지사관은 놀랍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어찌되었든 국민투표로 대통령을 선출을 했고, 여당을 만들어주었는데, 국민이 선택했으니 그 결과도 국민이 책임을 져야지요. 물론, 내가 지지하지도 않았는데 같이 책임져야한다는 것이 억울하지만 말입니다.

80년대 함께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임기동안 나라 망하지 않기를, 특히 전쟁이나 나지 않기를 기도하자구. 그러면 또 일어날 수 있을 거야. 근성이 있는 민족이니까. 이런 걱정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어지간해야지. 정권유지를 위해서 남북 모두 뭔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야. 허리띠를 졸라매도 IMF때보다 더 어렵네. 너무 미숙해. 잘하는 것이라고는 없어 다방면에. 딱 하나, 제 식구 감싸기는 잘해."


저와 친구들의 평가가 너무 박한가요?
지금 이 나라는 풍랑의 바다에 떠있는 일엽편주와 같아 보입니다.
위태위태합니다. 하지만, 풍랑의 바다를 헤치고 포구로 돌아오는 배를 그리며 마음을  다잡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잔잔하기만한 바다는 없다
풍랑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풍랑이 인다고 바다는 절망한적이 없다
오히려
심연까지 뒤집어 생명의 바다 카타르시스
그렇다
잔잔하기만한 바다는 썩는다
풍랑이 일어야 바다는 썩지 않는다


지금 이 나라는 풍랑이 이는 바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어두은 바다, 풍랑이 이는 바다라고 할지라도 등대의 불빛이 있고, 그 빛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반드시 안전한 포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위로는 풍랑은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살다 보니 유신독재, 군부독재도 경험하고 6월 민주항쟁, 촛불혁명 등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윤석렬 대통령까지 다양한 대통령을 경험했습니다. 제가 기꺼이 표를 주고 지지했던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습니다. 제가 지지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현 정부처럼 이렇게 당혹스럽진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6.29선언(속이구선언)으로 국민을 현혹해서 당선된 노태우 전대통령 때에도, 탄핵을 당한 대통령 시절에도 이렇게 당혹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당혹스럽고 황당스럽습니다.
그저 전쟁이나 나지 않고 잘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 그래서 너무 지금의 현실이 비참합니다.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다는 자부심만 있었지, 그렇게 살지 못한 것이 차마 죄스럽습니다.

이 나라에 희망이 있을까? 있어야지 어쩌겠습니까? 없어도 찾아야지요.
풍랑의 바다, 이 바다를 겪으면서 이 나라 심연에 쌓여있는 부유물들이 다 뒤집어져 정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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