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량 흙 속에 묻혀있던 과자봉지들

등록 2023.03.08 11:14수정 2023.03.0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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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무하는 교회 옆에는 타인 명의의 절개지가 있습니다. 건축을 하면서 자투리 땅이 되었고, 경사진 곳이기에 옹벽을 높게 쌓아 원주인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비어있는 땅이라 이런저런 쓰레기들이 쌓인다는 점입니다. 하여 7년 전부터 텃밭도 만들고 화단도 만들어 교회에서 휴식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깨끗해지니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도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 장마에 경사지 토사가 쓸려내려가면서 도로로 유출되었고, 겨울에 보니 봄에 언 땅이 녹으면 위험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날이 풀리자마자 보수공사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다량의 건축물쓰레기와 생활쓰레기가 묻혀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어릴적 먹어보았던 과자봉지 두 개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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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빠이 삼양라면의 뽀빠이과자 당시 가격은 10원이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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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해태제과의 알사탕 가격은 한 봉이 100원이었다. ⓒ 김민수


삼양라면에서 나온 뽀빠이라는 과자봉지와 해태제과에서 나온 알사탕 봉지입니다.
그 외에도 라면봉지에서부터 다 분해되지 못한 폐기물들이 많았습니다. 건축이 끝난 후 그냥 건축물 쓰레기를 묻어버렸나 봅니다.

대충 계산을 해봅니다. 교회가 1982년에 건축을 했고, 그 땅 주인은 그 이전에 건축을 했으니 어림잡아 쓰레기가 묻힌 것은 40년 정도는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분해되지 않고, 저렇게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해서 텃밭에 이것저것 심어 먹기도 했는데, 올해부터 식용은 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추억도 떠올랐지만, 환경오염에 관한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제과사, 그리고 그때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후손들이 야기한 이런저런 구설수들. 이런저런 생각들이 줄줄이 알사탕마냥 스칩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뽀빠이 어린이 라면 과자와 알사탕이 옛 추억을 소환합니다. 주전부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 보릿고개도 있던 시절이었기에 먹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먹을 수 없었던 귀한 군것질거리들,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었던 것들입니다. 저는 가물가물 기억이 안나는데 어떤 분이 뽀빠이라면보다 배는 비쌌던 '소야'라는 과자가 선망의 대상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공사를 마치고 이 봉지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재활용봉투에 넣어 버렸습니다. 재활용이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뽀빠이 #알사탕 #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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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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