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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여러분 주장은 공정한가"... 여성의날 발언 논란

광주 3.8여성의날 행사서 보육대체교사 항의 표시에 맞대응... "돌봄문제 협소하게 다뤄, 분노·슬픔"

등록 2023.03.08 18:14수정 2023.03.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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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23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광주전남여성대회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의 축사 도중 일부 참가자들이 광주시의 보육 대체교사 대응방식에 항의하는 뜻으로 뒤돌아 서 있다. ⓒ 연합뉴스


[기사 수정 : 9일 오전 11시 36분]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3.8세계여성의날 기념 광주·전남 여성대회에서 자신에게 항의를 표시한 보육대체교사들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8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강기정 광주시장, 박미경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임수정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문정은 정의당 광주시당 위원장과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장애인연대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참석했다.

임수정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에 이어 강기정 광주시장이 기념식 무대에 올라 축사를 하자, 기념식에 참석한 공공연대노동조합 광주사회서비스원지부 육아종합지원센터 조합원 10여 명이 항의의 표시로 자리에서 일어서 뒤돌아섰다. 이들은 현재 광주시청 1층에서 부당해고 철폐와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농성을 54일째 이어가고 있다. 

강기정 "50일 넘게 농성 지속, 업무 방해... 자성 시간 가지면 좋겠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축사에서 "대한민국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인권과 지위, 평등이 더욱 더 가속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우리 광주시는 활력 넘치는 양성평등의 문제라든가, 생애주기별 돌봄, 다양한 가족맞춤형 정책으로 포용도시를 만들어가겠다. 더 나아가서 각종 폭력으로부터 안전망을 구축해 들어가고 가사노동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매진해 볼까 한다"라고 말했다.

여성 보육대체교사 노동자들이 뒤돌아서 있는 방식으로 항의를 지속하자 강 시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광주시청 로비에서는 벌써 50일 넘게 어린이집 대체교사 농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들이) 텐트를 치고 때때로 방송을 통해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이분들의 인간적인 아픔에 대해서는 저도 공감하지만,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주장이 얼마나 공정한지를 스스로 생각해 보는 그런 자성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매일 저희 집 문 앞에 붙이는 스티커며, 이런 여성의 날 행사에서의 의사표현까지, 이런 방식으로 하는 건 옳지 않고 특히 제 축사에 대해 하는 건 매우 옳지 않다는 말씀드리면서 유감의 말씀드린다"고도 말했다. 

강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을 들은 기념식 참석자들은 야유를 보내며 거세게 반발했다. 문정은 정의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사과하세요!"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이날 행사 사회를 맡은 장세레나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축사를 마친 강 시장을 향해 "(기념식에서) 항의하는 분들에게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직후 강 시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념식장을 빠져나갔다.

"여성의날 행사 취지에 비춰 미성숙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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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광주시장이 축사에 나서자, 여성 노동자들의 항의의 표시로 뒤돌아서 있다. ⓒ 참석자 제공


이날 행사에 참석한 문정은 정의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강기정 광주시장이 보육대체교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 줄 수 있었음에도, 되레 항의하는 분들이 자신을 귀찮게 하고 예의가 없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며 "이는 약자들의 무기라고 할 노동조합이나 저항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공감이나 안타까움을 표현하면 될 자리에서 시민들과 싸우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점이 유감스럽다"라고 평가했다.

문 위원장은 이어 "오늘은 세계여성의날이고, 오늘 열린 행사는 세계여성의날을 기리는 기념식이었다"며 "구조적인 성차별 문제에서 비롯된 돌봄노동 문제를 이처럼 협소하게 다루는 시장의 모습에 저를 포함한 행사 참석자들은 분노와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행사 취지에 비춰, 대단히 미성숙한 태도였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여성 이슈 발언자로 무대에 오른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어딘가에 누군가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의자가 있다면, 정치인은 반대하는 시민이 많아도 기꺼이 그 의자를 옮기고 반대하는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개인적인 입장이 다르더라도 조정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때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광주시장이 업무방해를 운운하며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젠틀하지 않음'으로 대응한 모습이 무척 유감스러웠다. 윤석열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부디 책임을 통감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은 임수정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의 대회사와 강기정 광주시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각 단체 대표자들의 축사가 이어진 후 3.8성평등디딤돌상(수상자 청년기획단체 면밀) 시상식과 3.8여성선언, 거리행진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3.8세계여성의날 #광주전남여성대회 #강기정 광주시장 #여성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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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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