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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과 식도락의 대상 아닌, 베트남의 진면목

[김성호의 독서만세 182] 심상준, 김영신의 <두 얼굴의 베트남>

등록 2023.03.09 09:20수정 2023.03.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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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베트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문득 이러한 생각을 하면 한국인의 문화적, 인문학적 편식증이 심각한 수준에 놓여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베트남은 한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지닌 특수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신남방정책으로 표방되는 경제적 진출지로 각광받았고, 또한 한국 전자제품 및 의류업체들의 주요 생산지가 된 지 오래이며, 한국인과 결혼하여 국적을 얻는 귀화자가 매년 가장 많이 나오고,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먹는 생선이며 채소의 상당부분이 베트남 이주노동자의 손에서 길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베트남에 대하여 한국인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매체에선 거의 모습을 감추고 있고, 이따금 소개가 될 때도 전형적인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자 그 이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베트남의 땅은 그저 유흥과 식도락의 대상일 뿐, 그 역사성에 대해선 그것이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한국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에도 무시되기 십상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 중국과 일본 등은 여러 경로로 상세히 비춰지곤 하니 관계의 밀접도에 비해 베트남에 대한 무관심이 심각하다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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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와 강철 같은 두 얼굴의 베트남> 책 표지 ⓒ 인문과교양

 
자전거와 오토바이 위에서 이해한 베트남

문화인류학은 한 사회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효과적인 문이다. 최대한 내부자의 시선으로 의식주로부터 사회와 종교, 역사성까지를 아우르니 하나의 사회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첫걸음이라 해도 좋다.

문화인류학 연구자인 심상준 박사와 그 아내인 김영신 한베문화교류센터 원장의 저술 <갈대와 강철 같은 두 얼굴의 베트남>은 단 한 권으로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이에게 가장 먼저 권할 만한 책이다. 간략한 역사와 함께 인문학적,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 베트남 사회를 한국인에게 알기 쉽게 소개한다. 심지어는 한국과 베트남 사람 간 국제결혼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수십 년 간 노력해온 김 원장의 경험담까지 첨부돼 생동감을 더한다.

책은 말 그대로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총체적 노력의 결실이라 할 만하다. 저자들 스스로가 말하듯 자동차 모는 이의 시각이 아닌 자전거부터 오토바이 타며 살아낸 이들의 경험이 담겼다는 점, 한국인이 자리 잡지 못한 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수고하여 든든한 터전을 일궈낸 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신뢰를 더한다. 특히 베트남 비엣박대학교 부총장까지 역임할 만큼 수도 하노이에서 굳건히 자리 잡은 심 박사의 지식은 이 책에 생동감을 넘어 깊이를 더하고 있다.


책은 오늘의 베트남을 이루는 여러 요소를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여전히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과 그들의 삶의 형태로부터 오늘의 베트남인을 설명하는 기질적 특성을 뽑아내는 대목이 그 첫걸음이라 할 만하다. 랑이라 불리는 북 베트남의 작은 촌락구성으로부터 폐쇄성과 공동성, 나아가 소농적 사고며 습속들을 이끌어내는 분석이 흥미롭다.

닮았으면서도 다른 두 나라 이야기

프랑스부터 시작해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을 줄줄이 격퇴한 베트남인의 강건함을 서술하는 한편, 소농의 기질로부터 이어져온 단점이며 공산주의 체제가 낳은 수동성, 부패와 계급성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묘사한다. 직접 보고 들은 여러 사례를 통하여 베트남인 특유의 기질, 이를테면 이익 앞에 쉬이 돌아서고 오랜 감정을 두지 않고 쉽게 화합하는 태도도 짚어낸다. 단순히 사상이며 종교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와 성에 대해서도 최대한 상세히 서술하려 노력한다.

유불선 어느 종교며 사상도 곧이곧대로는 받지 않는 그들의 특성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차이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다루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한국과의 관계성, 그중에서도 한국의 미래를 이루는 국제결혼의 양상이다. 베트남 아내를 맞이하는 한국남성들, 그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생생한 증언과 노력들이 김영신 원장의 수고가 담겨 글로 태어났다. 책 안의 여러 사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베트남 아내와 한국 남편의 진짜 삶이라 할 만하다. 그 안의 안타까움과 아름다움이 너무나 생생하여 나는 글 가운데 그들의 얼굴을 직접 대면하는 듯한 감상도 갖게 됐다.

다만 아쉬운 점은 책이 북부 하노이의 특성 위주로 서술돼 중부와 남부에 대해선 그만큼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베트남은 북부와 중부, 남부의 차이가 크고 그 정치적, 경제적 특성 또한 현저히 차이가 나는데 이에 대해서 다른 부분만큼 깊이 다루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베트남이라는 매력적인 국가에 매료되어 나는 벌써 몇 차례쯤 이 나라 여러 유적지를 찾은 바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알지 못하고 오해해온 것이 수두룩하다는 걸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수차례나 느꼈다. 그것이 얼마나 쉽고 간편한 배움이었나를 저자들의 글을 통해 수차례나 생각했다. 만약 언제고 베트남을 다시 찾는 날이 오면 그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서평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독서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두 얼굴의 베트남 - 갈대와 강철 같은

심상준, 김영신 (지은이),
인문과교양, 2017


#갈대와 강철 같은 두 얼굴의 베트남 #심상준 #김영신 #인문과교양 #김성호의 독서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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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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