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국민참여'분과 없는 탄소중립위... 국민의견 필수적

[빠띠가 보는 '기후정의와 민주주의'] 1기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 활동 회고 ②

등록 2023.03.10 12:29수정 2023.03.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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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편 기사(링크)에서 이어집니다.

국민들을 대표하는 국민들, 탄소중립시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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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문재인 정부 시기, 국민들을 대표하는 국민들인 '탄소중립시민회의(2021.8.7 출범)'도 국민참여의 일환으로 진행하였다. 인구 비율을 고려해 구성한 533명은, 특히 2030년과 2050년을 정면으로 살아갈 10대들을 23명 포함함으로써 미래세대의 대표성을 강화하였고, 100세 시대를 감안하여 보통 60대 이상으로 모집하는 고령층 그룹도 60대와 70대 이상으로 세분화하였다는 특징을 가진다. 10년, 30년 후를 고려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세대와 청년세대에 가중치를 높이는 안도 논의 과정에서 고려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의 논의를 통해 시민들은 탄소중립정책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다양한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각자의 판단을 숙성시켜 나갔다. 시민들의 판단은 4차례에 걸친 설문조사로 반복해서 확인하였는데, "탄소중립은 2050년보다는 빨라야 한다"는 의견을 55.2%가 내었고, "노후 석탄발전소의 폐쇄 시기"는 1차 설문조사에서는 2030년이 바람직하다고 35.2%가 의견을 내었으나 4차 설문조사에서는 2050년이 바람직하다고 30.8%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는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기대/우려하는 점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꼽았던 시민이 2차에 1.9%였던데 비해 4차에는 14.3%로 증가한 것과 함께 관찰되는 지점으로 일자리 문제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상과 권한 등 여러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당시 활동했던 탄소중립시민회의는 앞으로 맞닥뜨릴 다양한 쟁점을 대표성을 가진 시민들이 숙의를 통해 때론 이해당사자로서 때론 중재자로서 역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국민들에게 충분한 자료와 설명이 제공된다면, 탄소중립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참여, 더 잘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과정은 짧아도 너무 짧았다. 시민회의는 기본적으로 2년은 운영해야 하고, NDC안과 탄소중립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은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듣는 것을 넘어, 다양한 입장들이 서로 부딪히는 토론회와 공론장을 충분히 열면서 천천히 운영하는게 바람직했다. 더 나아가 탄소중립시나리오라는 말처럼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회 각계각층에서 상상하는 장을 위원회는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2년을 약속했던 위원회조차 정권이 바뀌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NDC와 탄소중립시나리오를 확정한 후에 더 충실하게 국민과 함께 논의하며 내용을 채우겠다던 약속은 지킬 수가 없었다.

더 긴 시간동안 충분한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국제사회와 지켜야 할 시점을 맞추기 위해서도, 여러 의미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도 위원회에 참여한 민간위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노력했다. 국민 참여도 짧은 시간 동안 여러가지 형식을 갖추며 할 수 있는 시도를 하려고 노력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크지만, 국민참여를 확대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연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그럴때 다음 사안들을 꼭 고려하길 바란다.

국민 참여에 참고해야 할 여러 논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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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8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마친 후 맹꽁이 숲을 탐방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우선 거버넌스다. 많은 비판에 직면했지만 위원회는 여러 노력이 합쳐진 결과다. 기존의 기후환경 관련 위원회를 통폐합해서 대표성과 실효성을 부여했고, 각계각층에서 위원을 선정하도록 법률로도 명시하였다. 협의체와 시민회의 등 국민과의 협력 및 참여 모델도 실행했다. 하지만 커진 규모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거버넌스 운영 체계는 미흡했다.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의록을 공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고, 실제로 회의결과 심의를 담당하는 법률로 규정한 위원회였지만, 위원회 내에서도 논의와 의사 결정 체계, 권한의 범위, 추진 체계를 아쉬워하는 위원들이 적지 않았다. 이는 곧바로 협의체 구성에서도 문제로 이어졌고, 시민회의로까지도 이어진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 기대하는 역할, 논의와 의사 결정 체계, 추진 체계는 참여하려는 단위가 어디든 누구나 먼저 확인하게 되는 내용들임에도 이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위원회에 없었다. 시민의회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마찬가지로 본인들의 역할과 권한의 범위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민간위원, 협의체, 시민회의, 공론장 등 다양한 층위로 국민으로 초대해 거버넌스를 구성하려는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커다란 바구니 하나에 좋은 것들을 일단 담아둔 셈이었기에 아쉽다. 다양한 국민 참여의 체계들의 역할을 어떻게 나누고 실행할지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두번째는 공론장의 확대다. 시민회의에서 많은 시민들이 석탄발전소의 문제를 깊게 생각한 까닭은 정의로운 전환, 즉 일자리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올해 초부터 시민들이 피부로 실감하는 전기세와 난방비 문제 역시, 탄소중립 정책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슈다.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이해와 공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만큼, 국민들이 직접 겪게 될 여러 어려움들이나 이웃들이 겪게 될 어려움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해결에 나서야만 탄소중립은 실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보다 긴 시간을 들여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국민들이 이야기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이 이야기하고, 미래세대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나누는 공론장을 지역별로, 주제별로 다양하게 진행해 나가야 한다. 

탄소중립은 무겁고 어려운 주제이지만, 국민 참여를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탄소 배출을 줄이고 배출한 탄소를 흡수하는 일련의 계획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함께 다양한 시각으로 상상하는 계획으로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과학 기술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모색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일자리 소멸의 충격을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할 수도 있다. 기후 약자를 돌보는 것을 넘어 생태 전반을 함께 되살리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도 있다.

여기에 산업과 경제의 역할을 재구성하고 더욱 더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가는 방향을 누군가가 제시할수도 있다. 다양한 상상과 각자의 전문성이, 집단의 지성과 협력으로 발휘되도록 장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을 위원회가 가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를 충분히 만들고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누군가가 면밀하게 검토해서 최적의 감축안을 만들어내기에도, 현재 데이터가 충분하지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 탄소중립정책은 다른 정책에 비해 데이터로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데이터로 달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정책이기에, 데이터 기반 행정을 도입하기에 적합하다.

더 나아가 국민들이 다양한 기후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제시하기 위해서 국가는 국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기후 관련 공공 데이터를 민간과 함께 더 적극적으로 더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가 충분히 존재해야 NDC가 35%냐, 40%냐, 50% 이상이어야 하냐의 논쟁이 과학적이면서도 민주적인 대화와 설득, 경쟁과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국민참여 없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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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 간담회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탄소중립 정책 수립 과정에 각계각층의 다양한 국민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던 국민참여분과는 그러나 지금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3월에 나올 기본계획은 국민들이 논의에 참여하기커녕 내용조차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국민참여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서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러면 1기의 위원회가 국민참여를 충분히 잘해서일까? 그 역시 아닐테다.

복합적이고 절박한 위기의 시대는 우리 모두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보다 더 민주적인 탄소중립 정책 추진 체계를 마련할 의무가 있고, 국민들 역시 정부가 국민의 참여, 국민과의 협력, 즉 민주성을 확대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위기인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의 필자인 권오현(시스)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이사장으로,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홈페이지 및 블로그에 동시 게재됩니다
#빠띠 #기후정의 #거버넌스 #시민참여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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