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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428억, 이재명 대통령 만드는 자금"... 녹취록 비교해 보니

'윗선 1호' 언급 전혀 안 나타나... 검찰, '428억' 보강 수사 여부는 즉답 안 해

등록 2023.03.10 17:30수정 2023.03.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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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9일 법정에 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른바 '428억 원 약정' 의혹에 대해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자금"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배석판사 권슬기·박건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2차 공판에서 나온 발언으로 이날 유 전 본부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검찰 : "(이재명 측이)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을 대장동 개발사업자로 내정한 후 김만배 지분의 절반을 받기로 했나?"

유동규 : "네."

검찰 : "당시는 김만배가 얼마나 많은 지분을 갖게 될지 모르지만, 절반에 해당하는 지분을 주기로 한 것인가?"

유동규 : "그렇다. 우리 쪽에 주기로 했다."

검찰 : "김만배 지분 중에 절반을 받아오기로 한 상황이 (이재명-정진상-김용 등에게) 다 공유됐나?"

유동규 : "네"


검찰 : "그럼 김용과 정진상 등은 김만배 지분의 절반을 받아서 어디에 사용할 계획이었나?"

유동규 : "여러 가지 정치를 하다 보면 (발생하는) 필요한 부분에 사용하기로 했다. 특히 저희 목표가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428억 원은) 그걸 위한 자금이었다."

  
검찰은 앞서 7일 진행된 공판에서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하며 "(2020년) 이재명 측은 대선경선을 치를 자금 필요한 상황이 됐다. 정진상(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등은 자금 조달 요청했고, 유동규로부터 자금 조달 요청받은 김만배는 700억 원 상당을 책정해 전달할 방법 모색했다"며 "2021년 2월경 세금과 경비 등을 제하고 실제 교부해야 할 금액으로 428억 원을 정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의 발언은 앞서 검찰이 밝힌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이다.

'428억원 약정' 어떻게 언급됐나?... "아무도 몰라, 너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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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장동 관련 범죄수익은닉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 이희훈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의 핵심 증거로 평가받는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는 어떻게 기록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유 전 본부장과 검찰의 주장과는 상이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2020년 10월 30일 분당 노래방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유 전 본부장 등이 모여하는 대화다.

김만배 : "돌아다니면서 쓸데없는 얘기 해서 직원들이 많이 안 거지. 천화동인1이 남들은 다 니껄(유동규)로 알아. 너라는 지칭은 안 하지만, 내께 아니란 걸 알아."

유동규 : "그걸 누가 이야기 안 했으면 애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누군가 이야기했으니 알겠죠."

김만배 : "아니, 회사에서 얘기한 게 아니라, (남욱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천화동인1 소송할 거 다 뭐할거다 이런 얘기했겠지."

유동규 : "그런데 그게 내꺼라는 걸 왜."

김만배 : "아니, 너라는 얘기는.."

유동규 : "남욱이.. 남욱이 꺼.. 아니, 남욱이 지꺼라고 그랬으면 지꺼라고 이야기 해야지, 남욱이가 유동규 꺼니까 뺏어와야겠다, 그런 말은 안했을 거 아니에요?"

김만배 : "그런 얘기는 안했는데, 그거는 형이 오바한 거고. 내께 아니라는 걸 알지." 

유동규 : "예. 그러니까 팩트를 정확하게 해야지. 그 다음에 내가.. 누군가가 아, 이거는 유동규 몫으로 해놓은 거야,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는 다음에야.."

김만배 : "아무도 몰라. 너라는 거."

유동규 : "아무도 모르죠. 알 수가 없는 거잖아요."


위 대화에서 김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천화동인1호의 주인을) 아무도 몰라. 너라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르죠. 알 수가 없는 거잖아요"라고 답한다. 이재명과 정진상, 김용 등 소위 '윗선'이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이라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4개월 뒤 2021년 2월 4일 성남 운중동의 한 식당에서 김만배와 정영학이 나눈 대화 역시 유 전 본부장이 법정에서 밝힌 증언과는 결이 다르다. 김만배씨가 돈(700억 원)을 달라는 유 전 본부장의 요구에 시달렸는데 남욱을 통해 우회로 돈을 건네는 방법을 찾아냈고,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표정이 좋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정영학 : "표정이 좋으신데요?"

김만배 : "너무 시달렸어. 왜냐면, 내가 그랬어. 동규한테. '돈 안 줄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가져가라. 그런데 니가 말하는 다시마 회사를 차려서 니가 상식적으로 회사(유원홀딩스)를 1000억에 어떻게 인수하니' 응?"

정영학 : "아.."

김만배 : "'당장 회사를 인수하니' 아무 상관없대. '그건 아니야. 형이 아니면 배임으로 죽어', (그랬더니, 기자 주) 뭐 투자로 해달래. '야,투자도 뭐 사업거리가 있고 뭐 있어야지 그게 투자할 게 있고 그게 투자가 되지. 그러면 안돼' 음? 차라리 그러면 남욱이 통해서 일부를 좀 해달래. 그래서 처음에는 그걸 거절했다가 나중에 그랬어. '그러면 이 돈 전체를 욱이가 가져가서 욱이가 너한테 투자해 주는 걸로 해라. 내가 욱이라면 안 하겠지만, 한번 물어봐' 욱이도 거기에 대해선 생각이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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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녹취록에는 428억 원이 어떤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 뉴스타파


2021년 2월 22일 운중동에서 이뤄진 김만배와 정영학의 대화도 다르지 않다. 유동규에게 건네야 할, 김만배 지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 얼마인지 머리를 맞대고 계산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은 세금과 공통비 명목으로 수백억 원 이상을 제하며 약정액을 428억 원으로 확정한다.

김만배 : "그러면 4800억으로 전체를 계산해서 금액을 나한테 줘."

정영학 : "정해줄려면 (지분을) 몇% 정해주셔야 되는지 금액을 뽑아봐야 됩니다."

김만배 : "그렇지. 그냥 25%를 걔네 몫으로 해서 비용을 그렇게 정해서 돈으로 합의를 하면 돈을, 돈에 대해서 받는 것만 22%만 받고도 세금 내는 것이다. 맞나?"

김만배 : "아니면 이렇게 해봐. 3800억에서 총, 아니, 4800억에서. 4800억에서."
정영학 : "이렇게 계산해 보겠습니다. 4800억에서."

정영학 : "세후로 주셔야 됩니다. 1787억. 여기에서 아까 그 650억을 빼야죠. 그러면 1138억입니다. 이거를 반으로 나누면요, 반반씩 하셔야 되니까, 568억입니다. 여기에서 (세금과 공통비를 제하면) 438억입니다."

김만배 : "438? 거기에서 10(김만배가 유동규에게 기지급한 5억 원+이자)을 또 빼야지."

정영학 : "예, 그러면 428."

김만배 : "최종 428이네."


지난 2월 16일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428억 원 약정' 혐의가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추가 확인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다.

이와 관련해 9일 검찰 관계자를 만난 기자들은 '428억 약정설을 이 대표의 혐의에 포함시키기 위해 보강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했고, 검찰 관계자는 "428억 원은 (수사) 과정에 있는 부분"이라면서 "현재 진행하는 보강 수사는 (428억 원 혐의를 영장에) 넣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 기소 전까지 필요한 보강 수사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 대표를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규 #정진상 #김용 #이재명 #428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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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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