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중앙시장 갑오징어구이
강윤희
이참에 집에서 구워 먹어 볼까 싶어 반건조 오징어를 검색하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제주도에서 먹었던 반건조 오징어는 '준치'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었는데 우리가 먹는 실오징어와 다른 종이었던 것. 그저 오징어의 제주 방언이겠거니 했는데 오징어보다는 한치에 가까운, '아르헨티나 짧은 지느러미 오징어'라고 한다. 제주 바다에서 잡히는 것은 아니고 원양어선이 잡아 오는 것으로 제주의 특산품인 한치와 오징어의 중간이라 '준치'라 불린다.
그러고 보면 '오징어튀김'이니 '버터구이 오징어'니 하는 것 중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실오징어'를 사용하는 것이 거의 없다. 분식집이나 냉동식품으로 판매되는 오징어튀김의 대부분은 최대 2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의 '훔볼트 오징어'(태평양 동부에 서식하는 오징어의 일종)를 사용한다.
페루 등 남미에서 잡히는 이 오징어는 오래 익혀도 부드럽지만 오징어 특유의 풍미는 없다시피 해 조미를 많이 해 유통된다. 반찬으로 먹는 진미채도, 짬뽕에 들어있는 동전처럼 납작하고 둥근 하얀 살이나 영화관 앞 포장마차에서 파는 커다란 '통문어발'도 훔볼트 오징어라고 한다. 뭔가 지금까지 내가 알던 '오징어 유니버스'가 붕괴되는 느낌이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마른오징어를 물에 불려 만들던 쫄깃한 오징어튀김이나 생물 오징어를 동그랗게 링 모양으로 썰어 튀긴 오징어튀김에선 특유의 오징어 풍미가 났는데 분식집의 오징어튀김은 식감만 있지 오징어 맛을 느껴본 적이 드물다. 맛이 사라졌는데, 그 맛이 사라진 줄도 모른 채 먹고 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본래의 맛을 잃어버렸지만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음식이 얼마나 많을까? 앞으로는 더욱 많아질 테다.
붕괴된 오징어 유니버스 속에서도 반건조 오징어를 향한 열망만은 남아 반건조 '실오징어'를 주문했다. 팬에 버터와 레몬즙과 함께 살짝 구워 먹을까 에어프라이어에 구울까 고민하다 통오징어 튀김으로 만들기로 했다. 시판 치킨 튀김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기름에 노릇하게 튀기면 끝. 치킨 튀김가루 자체에 조미가 되어 있는 데다 반건조 오징어 특유의 맛과 쫄깃한 듯 부드러운 질감이 어우러져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앞으로 반건조 오징어를 종종 주문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반건조 오징어를 파는 전국의 해안가를 검색하는 중이다. 올여름엔 반건조 오징어를 먹으러 바다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