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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 현장에 뛰어들어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 30] 김자동은 독재자가 몰락하는 현장에서 마음을 새롭게 다진다 그리고 자성한다

등록 2023.03.20 15:24수정 2023.03.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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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 가두행진 및 시위 모습 ⓒ 대통령기록관

 
  신문사를 그만 둔 김자동은 사업을 구상했다. 영어와 중국어에 자신이 있었기에 무역업을 하고자 홍콩으로 건너갔다. 6개월여 동안 머물며 시도했으나 재미를 보지 못하고 귀국했다. 귀국한 1959년 말 국내정세는 이승만 정권의 말기증세를 내보이고 있었다.

해가 바뀐 1960년 3.15부정선거를 감행한 이승만 정권은 이를 비판하는 어린 학생들의 주머니에 불온비라를 집어넣는 등 마지막까지 비민주·비인간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마침내 4.19민주혁명이 이루어지고 이승만은 하와이로 도주했다. 시위시민·학생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여 186명(당시)을 죽이고 6,000여명에게 부상을 입히고 도망친 것이다.

의협심이 강한 청년 김자동이 반독재 투쟁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4.19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다시 시국 현안 속으로 빠져들었다. 4월 18일 고대생 피습사건 때도 현장에 갔었고, 4월 26일 이승만이 하야하던 날도 경무대(청와대) 앞에까지 갔었다. 그때 외신기자들이 현장에서 취재했는데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내가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당시 외신기자들이 청와대 앞에 방을 하나 잡아서 묵었는데 거기까지 따라가서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한때 <코리언 리퍼블릭> 편집국장을 하다가 1960년 구국청년당을 창당해 대표로 활동하고 있던 고정훈도 거기서 만난 기억이 있다. (주석 1)

그는 이승만과의 사적인(가족적인) 연고도 연고이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것도 초대 대통령이면 일거수일투족이 모범이 되고 관행으로 남을 위치였음에도 오로지 권력에 중독되어 민주공화제 대한민국의 흑역사를 쓰고 말았다.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탄핵되었던 인물을 해방조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밀어부친 미국의 책임도 적지 않았다.

김자동은 독재자가 몰락하는 현장에서, 철옹성 같았던 독재정권을 맨손으로 무너뜨린 위대한 시민·학생들을 지켜보면서 마음을 새롭게 다진다. 그리고 자성한다.  

4.19를 겪으면서 나는 심경이 복잡했다. 남들은 나라를 위해서 피도 흘리는데 나는 돈이나 벌어서 되겠는가. 사업한다고 세상을 나 몰라라 하고 있던 내 처지가 적잖이 부끄러웠다. 피를 흐려서 이 나라를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끼면서부터 '이게 내 나라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다시 언론계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현 시국에서 내가 설 자리는 사업이 아니라 언론이라고 판단했다. 먼저 돈을 벌고 다시 기자를 할 것이 아니라 기자로서 사회를 바로잡은 다음에 돈을 벌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4.19는 그렇게 다시 언론계로 나의 등을 떠밀었다. (주석 2)

때마침 보성중학 시절의 절친이 당시 청소년 잡지로 유명했던 학원사에서 어린이 신문을 창간한다면서 책임자를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취재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새나라신문>은 1960년 9월 1일 창간되었다. 국내 최초로 어린이용 일간지로,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시사·문화·교양·과학·역사·사회 등을 위주로 편집되었다. 가정 배달까지 이루어졌다. 하지만 경영이 쉽지 않았다. 우선 구매력이 없는 어린이신문에서 상업광고가 따르지 않았고, 신문사를 경영해 본 경험이 없는 발행인은 몇 달 간 적자가 누적되자 3개월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김자동은 어린이신문을 만들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였지만, 정작 본인은 시사나 국제문제에 관심이 많았기에 어린이신문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 우승규 편집국장의 입사 제안이 있었으나 이를 접었다. 


주석
1> <회고록>, 341쪽.
2>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자동 #김자동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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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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