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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람 유족 앞 울먹인 군검사 "전익수, 피해자 숨져도 책임감 못 느껴"

특검 기소한 전익수 전 공군법무실장 재판... 증인 출석한 법무관 "전 실장 전화에 불편·당황"

등록 2023.03.14 10:53수정 2023.03.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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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씨가 2022년 4월 15일 '이 중사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어떻게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떳떳하게 조사했고 정의에 합당했다면 나중에 (전익수의) 얼굴을 보고 불편하더라도 감내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지, 전혀 불편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전익수가)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고 싶었다면 법조인이시고 절차를 아시니 의견서나 다른 통상적 루트를 통해 말씀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아무개 법무관이 한 말이다. 김 법무관은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수사한 자신(당시 국방부 검찰단 소속)에게 전 전 실장이 전화해 추궁한 행위를 두고 이같이 지적했다.

전 전 실장은 2021년 5월 21일 이 중사가 사망한 뒤 가해자(장아무개 당시 중사)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6월 2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 내용을 평소 친분이 있던 군사법원 군무원(양야무개 씨)에게 실시간으로 전달(카카오톡 메시지)받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 같은 사실을 전 전 실장의 휴대폰을 조사하던 중 인지했고 해당 군무원 양씨를 상대로도 7월 1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공무상비밀누설 혐의). 그러자 전 전 실장은 이틀 뒤 김 법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구속영장청구서에 내가 공무상비밀누설을 지시한 것처럼 돼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어떤 부분을 근거로 삼았는지 나는 이해가 안 된다"라며 캐물었다.

특검은 이 행위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면담강요 등)으로 보고 전 전 실장을 재판에 넘겼다.

법정서 재생된 3분 5초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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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자료사진). ⓒ 연합뉴스

 
이날 재판에서 재생된 전익수 전 실장과 김 법무관의 통화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3분 5초가량의 이 통화는, 전 전 실장이 김 법무관의 동의 없이 녹음한 것이다.

김 법무관 : 네 김◯◯입니다.
전 전 실장 : 어 우리 김◯◯ 법무관. 공군본부 법무실장이에요. 제가 수사심의위원회 신청서를 접수하며 수사관에게 맡기고 왔는데 그걸 잘 받았나 모르겠네요.


: 잘 받아서 기록에 편철돼 있습니다.
: 혹시 검사한테 이야기하지 않고 수사관한테만 이야기해놓고 와서 잘 인지됐나 싶어서 물어보려 전화했어요. 그리고 한 가지. 이번 내가 들리는 얘기를 하면 (양◯◯) 구속영장청구 거기에 보면 마치 내가 공무상비밀누설을 지시한 것처럼 돼 있다고 그러던데... 사실이에요 그게?

: 어.. 지금 구속영장청구에 관련한 내용을 물어보시는 겁니까?
: 네네 혹시라도 내가, 나는 전혀 지시한 사실이 없는데 거기 지시한 걸로 돼 있는 부분이 있나요?

: 실장님, 죄송한데 답변 드리기 어렵습니다. 구속영장청구 내용이라 답변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음 그래요. 그런 식으로 적시가 돼있다면 사실이 아닌 내용이에요. 뭘 근거로 이걸 내가 지시했다고 근거로 삼았는지.

: 어.. 네 이 부분...
: 어떤 부분을 근거로 삼아서 이걸 (구속영장청구를) 했는지 나는 이해가 안 돼서 그래요.

: 이 부분은 제가 답변 드리기 어렵습니다.
: 아유, 아니 그걸 그렇게 함부로 막 어떻게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하나 싶어가지고. 아니 담당 검사니까 뭔 근거가 있으니까 거기다 기재를 했을 거 아니에요.

: 네. 제가 같은 답변을 계속 드리는 것 같은데 이걸 유선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울, 말씀드릴 수 없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 기재를 했으면 그 이유를 설명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한테.


특검이 이 녹음파일을 제시하며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김 법무관은 "제가 수사검사니 공명정대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군에서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어 "(전 전 실장이 아닌 다른 피의자였다면) '전화하는 게 부적절하다', '제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태승 특검보 : 전익수는 '아유', '함부로', '막' 이런 표현까지 쓰다가 3초가량 숨을 고르더니 목소리 톤을 높이며 질책하듯 말합니다. 증인의 당시 느낌은 어땠습니까.
: 우선 이성적으로 실수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첫째로 들었고, 두 번째로는 '그래도 수사검사한테 이런 부분을 따져 물으시는 게 맞는 건가'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 김 법무관이 '말할 수 없다'고 했음에도 전익수는 '설명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급자를 다그치듯 말합니다.
: 수사가 비공개란 건 당연히 법조인이라면 아는 사실인데 왜 묻는지에 궁금했고 제가 (흔들리지 않고)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좀 많이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특검은 김 법무관이 앞서 특검 조사에 출석해 진술한 것을 토대로 신문을 이어가며 전 전 실장의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 김 법무관은 특검 조사에서 '공군 내 피해자가 숨져 떠들썩한 상황에서도 전익수에게서 미안함, 책임감 등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수사 도중 제게 직접 전화까지 해 항의하는 것을 보고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 네 그렇습니다.

: 김 법무관은 특검에서 '공정한 수사업무와 군검찰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를 고려하면 전익수의 행동이 적법해는지 판단은 반드시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 네 맞습니다.


전익수 측 변호인, '통화 후에도 잘 수사하지 않았나' 변론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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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9일 고 이예람 중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판단한 공군은, 2월 17일 오후 여전히 이 중사가 안치돼 있는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에게 순직확인서를 전했다. ⓒ 유족 제공

  
전 전 실장 측 변호인은 녹음파일 속 어조에 대한 특검의 평가에 불만을 표시하며 김 법무관에게 "질책하듯 강하게 말했다고 느꼈나"라고 질의했다.

변호인 : 전익수가 증인에게 질책하듯 강하게 말했다고 느꼈습니까.
김 법무관 : 질책인지 아닌지 주관적 의견을 묻는다면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으나 '따져 묻듯 어조가 강해졌다' 정도는 느꼈습니다.

: 특검 측이 마치 하급자를 다그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느낀 게 맞습니까.
: 업무관계에 있는 하급자를 다그친 것과 같다고 할 순 없지만 계급이나 서열에서 낮은 사람이라 가능하신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주관적 감정입니다.


변호인은 전 전 실장의 전화에도 김 법무관이 수사를 계속 이어간 점을 강조하며 전 전 실장의 위력 행사가 없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법무관은 전 전 실장의 전화를 받은 후 공정한 수사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부담 또한 느꼈다고 답했다.

: 증인은 전익수의 전화를 받고 수사 의지가 꺾여 '그만해야겠다', '못하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 증인께서 전익수에게 전화를 받고 실제로 부담감을 많이 느꼈습니까.
: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 녹음파일을 보면 증인은 단호하고 의연하게 답변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 수차례 듣다보니 들리는 건데 제가 마지막 부분에서 목소리를 떨고 있는 걸 보니 '많이 긴장했구나'라는 느낌입니다.

: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고 잘라 말하지 않습니까.
: 당연히 제가 그래야 하는 것이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통화를 했지만 그 이후 증인이 수사함에 있어서 하등 영향을 받진 않으셨던 거죠.
: 제가 영향을 받지 않으려 노력했고 수사에 반영하지 않으려 한 건 사실입니다.

: 피의자가 거칠게 항의했다고 해서 수사를 축소하거나 중단하진 않으신 거죠.
: 거듭 말씀드렸지만 제 개인은 양심에 반하지 않는 수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평가는 제가 판단할 영역이 아닙니다.


김 법무관은 재판부가 '인사·보직 등에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그때와 지금의 생각이 달라졌단 취지로 답하기도 했다.

정진아 부장판사 : 인적관계에서 비롯된 인사·보직의 불이익을 걱정하진 않았습니까.
김 법무관 : 그 당시엔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습니다.

: 지금은 어떻습니까.
: 하아... 오늘에 와서 이렇게 직면하니 걱정이 안 된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거 같습니다.


'법보다 높은 계급은 없다' 드라마 대사 인용한 증인... "다시는 이런 일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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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예람 중사 사망(2021년 5월 21일) 직후인 6월 4일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김 법무관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 중사 유족에게 고개를 숙이며 울먹이기도 했다.

증인신문을 마친 뒤 재판부가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 법무관은 "최근 군검사가 나온 드라마를 봤다"며 <군검사 도베르만>에 나온 대사 '법보다 높은 계급은 없습니다'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중사의 영면을 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법무관의 이 같은 발언에 법정에서 공판을 방청하던 이 중사 유족과 여러 군 사망사고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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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람 #중사 #전익수 #재판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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