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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로 돌아온 문선민, 김상식 감독도 살렸다

전북현대 우승 견인하며 화려하게 부상, 김 감독과의 관계도 개선

23.03.15 11:58최종업데이트23.03.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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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에서 MVP로 돌아왔다. 문선민(전북 현대)이 위기의 팀을 구원하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3월 14일 공식 홈페이지와 보도자료를 통해 "전북현대 문선민이 '하나원큐 K리그1 2023 3라운드 MVP로 선정됐다"고 알렸다.
 
문선민은 지난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 광주FC의 경기에서 멀티 골을 기록하며 전북의 2대0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이날 선발 출전한 문선민은 후반 28분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선제 골을 터뜨렸다. 이어 불과 2분 뒤인 후반 30분에는 골키퍼를 맞고 흘러나온 공을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추가 골까지 기록했다.
 
강력한 리그 우승후보로 꼽혔던 전북은 개막 후 2경기 연속 무승(1무 1패)에 빠지며 부진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날 문선민의 활약에 힘입어 시즌 첫 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MVP에 오른 문선민은 이청용(울산)-맹성웅(전북)-이광혁(수원FC) 등과 함께 베스트11 미드필더 한 자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문선민은 스웨덴 외스테르순드-유르고덴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를 거쳐 2019년부터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었다. 2018년에는 러시아월드컵 국가대표 최종엔트리에 발탁되어 생애 첫 월드컵 무대도 밟아봤다. 개인 커리어하이는 전북 입단 첫해인 2019시즌으로, 문선민은 10-10클럽(10골 10도움)에 가입하며 전북의 우승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그해 K리그 도움왕과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군복무를 위하여 상주 상무에 입단했다가 2021년 전북으로 복귀한 이후로는 한동안 하락세를 걸었다. 2021시즌에는 각종 대회에서 19경기에 나서서 3골 1도움, 2022시즌에는 26경기에서 4골 2도움에 그쳤다. 축구선수로서 가장 전성기를 맞이해야할 20대 후반 구간의 중요한 몇년을 소득없이 날린 셈이었다. 
 
문선민은 특히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는 교체출전했다가 무리한 플레이로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며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지난 시즌 후반기들어 문선민은 바로우-송민규 등과의 주전경쟁에서 밀렸다. 심지어 문선민을 출전명단에서 제외하고 그의 프로의식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던 김상식 감독과는 불화설이 나오기도 했다.

전북은 지난 시즌 리그 6연패에 실패한 이후 대대적인 선수단 물갈이에 돌입했다.바로우가 팀을 떠났지만 이동준과 하파 실바, 아마노 준 등이 영입되며 더욱 두터워진 전북의 2선에서 올해도 문선민의 입지는 좁아보였고 이적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문선민은 일단 전북에 잔류했다. 개막 후 2경기에서는 교체로만 출전했으나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2023시즌 개막 이후 전북은 대대적인 전력보강이 무색하게 초반 2경기에서 부진했다. 설상가상 이동준은 부상까지 당했다. 김상식 감독은 광주전에서 고심 끝에 전술변화를 단행하며 교체로 활용하던 문선민을 시즌 처음으로 선발에 배치했다. 문선민으로서는 지난해 9월 7일 FC서울전 이후로는 처음으로 베스트11로의 복귀였다.
 
전북으로서는 고육지책이었지만, 문선민은 자신에게 돌아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않았다. 특유의 스피드로 역습의 선봉장을 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수비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압박과 활동량까지 돋보였다. 골을 넣은 이후에는 트레이드마크인 '관제탑 세리머니'도 오랜만에 선보였다. 문선민과 김상식 감독이 밝게 웃음을 지으며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모습은 지켜보던 팬들까지 흐뭇하게 했다.
 
성적부진으로 초반부터 팬들의 압박에 시달리던 김상식 감독에게도 문선민의 활약은 구세주와 같았다. 김 감독은 "문선민과 동계훈련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보다 생활, 운동 등에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본인이 자극을 받았는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처럼만 해주면 앞으로도 좋은 공격 옵션이 될 것 같다"며 모처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선민 역시 김 감독의 소통이 큰 힘이 되었다고 밝혔다. "축구 이야기뿐 아니라 사적으로도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고, 큰 자극을 주셨다. 선수는 경기장 안에서 보여줘야 한다. 제가 가진 것에 비해 보여준 게 부족하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셨다"며 김 감독과의 관계가 개선되었음을 고백했다. 앞으로 전북에서 문선민을 활용도가 넓어질 것을 기대해도 좋은 장면이다.
 
문선민은 뛰어난 스피드와 드리블링, 활동량을 바탕으로 K리그에서는 혼자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크랙'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윙어다. 경기내내 수비수를 끌고다니는 것을 물론 수비가담에도 적극적이자 팀에 전술적으로 많은 이점을 제공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좋지않은 마무리와 안정감이 떨어지는 볼소유능력, 기분에 따라 흔들리는 경기력의 기복 때문에 많은 장점들까지 깎아먹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벤투호 초기까지 중용받다가 2019년 후반기 이후 서서히 밀려난 이유다.
 
어느덧 30대가 되었지만 문선민의 스피드와 운동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집중력을 끌어올린 문선민이 '돌격대장'으로서는 누구보다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3라운드 MVP를 통하여 증명했다. 전북 역시 문선민의 부활이 상위권 반등의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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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민 3라운드MVP K리그 김상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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