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최순실 귀국 단독기사, 김만배가 알려줬다"

최씨와 측근 이경재 변호사 '대장동' 개입 의혹 보도 ...의심스런 정황 확인

등록 2023.03.15 14:55수정 2023.03.15 15:50
9
원고료로 응원
<뉴스타파>와 MBC 'PD수첩'이 공동 보도를 통해, 대장동 사업 초기 '성남의뜰' 컨소시엄 구성 당시 비선 실세 최서원(최순실)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경재 변호사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엉터리"라며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매체가 14일과 15일 연속보도를 통해 이 변호사의 개입 근거로 제시한 것은 2021년 9월 15일 녹음된 김만배씨 육성파일이다. 

이때 김씨는 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과 한 대화에서 "나는 이경재 변호사님이랑 친하니까 (최)순실의 존재, 정윤회 존재를 다 알고 있었다"며 "내가 은행을 한 군데도 모르는데 이 은행을 어떻게 다 묶었겠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이 얘기는 누구한테도 안 하는 거다. 아니 죽을 때까지 하지 말아야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만배 "이경재 변호사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a

15일 방영된 MBC PD수첩 보도화면. 2021년 9월 15일 녹음된 김만배씨와 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과의 대화 내용. ⓒ MBC

 
<뉴스타파>는 "여기서 은행은 김만배가 이끈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들어간 하나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을 뜻한다. 이중 컨소시엄 대표사는 하나은행이었다"면서 "건설 실적이 전무한 화천대유가 사업자로 선정된 배경의 핵심에는 화천대유와 컨소시엄을 맺은 하나은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이경재 변호사가 개입한 정황을 김씨가 다음과 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왜냐하면, 호반(건설)이 (대장동 사업을) 뺏어가려고 하니까. 호남의 대(큰) 건설회사고, 거기에 비하면, (화천대유는) 중소기업도 안 되잖아? 그러니까, 이경재 변호사가 '그래, 우리 김 국장이, 김 팀장이 그거 한다면 내가 뭐! 걱정하지 마'. 그런데 그 다음 날 뭐 우리가 묶어 놨던 (하나)은행을 호반(건설)이 뺏어가려고 그랬었는데. 그 이후로 그냥 (하나은행이) 적극적으로 그냥 우리하고 대동단결하더라고." (2021년 9월 15일, 김만배씨 육성파일)

<뉴스타파>는 정영학과 남욱 등의 검찰 진술을 근거로 "경쟁자였던 호반건설이 하나은행과 화천대유가 맺은 컨소시엄을 와해시키려 한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대장동 사업에 뛰어든 호반건설과 대장동 일당이 맞서는 과정에서 김씨가 이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또한 <뉴스타파>는 "하나은행 회장이 마음이 흔들려서 성남의뜰 컨소시엄(하나은행-화천대유)이 깨질 뻔 했지만, 곽상도가 도움을 줘서 막을 수 있었다"는 남욱의 검찰 조서를 함께 공개했다. 


이와 관련 곽상도 전 의원이 1심 재판에서 직접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변호사 개입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도다. 

이경재 변호사 "김만배는 최서원 만난 적도 없어"
 
a

이경재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 초기 하나은행을 주관사로 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엉터리"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 MBC

 
그러나 보도에서 이 변호사는 자신과 관련한 의혹 제기에 대해 "나를 통해 최순실한테 (하나은행 관련 부탁을) 했다는 얘기는 전혀 말이 안 되는 엉터리"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PD수첩'을 통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거. 전혀 그런 일 없고... (중략) 김만배는 최서원(최순실)을 만난 적도 없어. 그런데 무슨 말이 되겠냐고. 딱 그것만 내가 얘기하지."

보도를 통해 공개된 2021년 11월 14일자 김만배씨 피의자신문조서를 보면 김씨 또한 그로부터 약 두 달 전 <뉴스타파> 측과의 대화 내용과는 사뭇 달리 "실제로 곽상도에게 부탁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질문] 피의자는 평소 남욱 등에게도 '곽상도가 하나은행 컨소시엄 건 관련하여 깨지지 않게 도움을 줬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 또한 단순한 허언에 불과하였다는 말인가요. 

[답변] "하나은행 문제를 해결한 것과 관련하여 주위 사람들이 저에게 '도대체 어떻게 해결한 것이냐, 최순실 빽이냐 곽상도 빽이냐'라고 물어서 제가 사람들에게 최순실이나 곽상도의 도움을 받았다고 몇 차례 대답하였던 적이 있고, 그래서인지 이후 정영학이나 남욱 등에게 제가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실제로 위와 같이 곽상도에게 부탁을 하였던 사실은 없고 당시 저로서는 곽상도가 대장동 사업에 기여한 것처럼 이야기하여 남욱이나 정영학과의 사이에서 공통비 관련하여 유리한 위치를 취하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화천대유 임원 진술조서 공개 "이경재 변호사 측에 자문료 지급"
 
a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김만배씨 피의자신문조서. ⓒ MBC

 
그러나, <뉴스타파>와 'PD수첩'는 이와 같은 김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도 함께 제기했다. 이들은 "검찰 증거 기록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가 이경재 변호사에게 지급한 법률 자문료는 총 2억2천여만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박OO 화천대유 상무는 검찰 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답변] "법무법인 동북아 대표가 이경재 변호사인데, 김만배 회장과의 친분 때문에 김만배 회장의 지시로 매월 300만 원(부가세 포함)씩 지급했습니다." 

[질문] "김만배 회장과의 친분 때문에 법무법인 동북아에 2015. 9경부터 현재까지 매월 300만원씩 지급하였다는 말인가요."

[답변] "예. 2021. 9까지 매달 지급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한 <뉴스타파>는 2016년 10월 30일 <머니투데이>가 '비선 실세 최순실 귀국'이라는 단독 보도를 내놓는 과정에서 김만배씨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당시 보도한 기자가 <뉴스타파> 통화에서 "김만배 선배가 말해줘서 썼는데, (김만배가 이 내용을) 어떻게 알았는진 모르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관련해 김만배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가 순실이도 많이 보호해 줬었지. 미국, 독일에서 저 일요일날 전화가 왔더라고 비행기 탄다고. 그래서 월요일 날 김포공항에, 영종도에 7시에 도착했다고. 그래서 내가 '발표하지 마라. (인천공항에서) 올림픽대로 출발했을 때, 진입했을 때 최순실 입국 (기사) 쓸 테니까. 그러면 저 공항이 난리가 날 거고, 서울로 무사히 들어올 거다. 그래서 그렇게 해줬지. 그리고 단독(보도) 했지! 그리고 (최순실한테) '하루는 쉬어라! 내가 검사장한테 얘기해서 하루 저녁은 쉬게 할 테니까'."

지난 13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곽 전 의원 뇌물 혐의 무죄로 검찰 수사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국민들의 뜻과 염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2심 공판에 대해 "엄정 대응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와 'PD수첩'의 공동보도가 이와 같은 당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a

지난 14일 <뉴스타파>는, 2016년 10월 30일 <머니투데이>가 '비선 실세 최순실 귀국'이라는 단독 보도를 내놓는 과정에서 김만배씨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 뉴스타파

#이경재 #최순실 #곽상도 #김만배 #대장동 뉴스타파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