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양포 마을 내 우물
배은설
포진지를 나서 외양포 마을로 들어서자 일본식 가옥이나 우물터, 마을 공동 목욕탕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표지판, 안내문 등이 있긴 했지만, 일부 장소들은 현재 사유지인 듯 따로 정비되어 있거나 하진 않았다.
잡동사니들과 함께 아무렇게나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일제 침략의 아픈 역사이긴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모습이기도 한 만큼 좀 더 관리가 잘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심지어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인해 외양포 마을이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하니, 일제 침탈의 흔적을 이렇게 지워버려도 되는 것일까.
아픔이 깃든 이 마을길을 나는 조금은 어수선한 마음으로 걸었고, 6살 아이는 다리가 아프다 칭얼대며 걸었다. 하지만 이내 마을 한 편에 툭툭 떨어져있던 동백을 발견하곤 신이 난 아이는, 빠알간 꽃 한 송이를 주워 우물 수면 위에 띄웠다.

▲ 대항항 포진지 동굴탐방 안내문
배은설
외양포 마을 근처에도 일제의 흔적은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제가 구축한 가덕도 대항항 포진지 인공동굴은 잘 정비된 해안 데크길을 잠시 걸어가면 만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동굴의 규모는 컸다. 이렇게나 크고 긴 인공동굴을 탄광 노동자들이 강제징용되어 팠다고 한다. 그것도 변변한 장비 하나 없이 곡괭이, 삽 같은 걸 가지고 맨손으로 파는 동안 얼마나 길고 긴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까.

▲ 대항항 포진지 제1동굴 입구
배은설
지금은 낙석 위험 등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새바지항에도 역시나 인공동굴이 있었다. 가로막힌 초록색 펜스 사이로 떨어진 돌조각들이 동굴 입구에 듬성듬성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걸 보면서 발길을 돌렸다.

▲ 강제징용 돼 인공동굴을 파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린 아이의 그림
배은설
그렇게 켜켜이 고통스럽게 쌓인 시간들이 무색하게도, 이날은 따사로운 햇살 가득 봄기운 완연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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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여행하며 자주 글자를 적습니다.
<그때, 거기, 당신>, <어쩜, 너야말로 꽃 같다> 란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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