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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나선 청년들 "일본에 구걸, 대통령 태도 맞습니까"

[현장] 대학생들, 용산 행진... 89개 단체 "강제동원 피해자 피눈물 담긴 돈, 기뻐할 줄 알았나"

등록 2023.03.16 14:26수정 2023.03.1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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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없는 한일 정상회담 규탄,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안 거부 대학생 공동행진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역 광장 강제동원 노동자상앞에서 열렸다. ⓒ 권우성

 
"평일 오전 수업이 있을 시간이지만,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안과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이 자리에 왔습니다."
 
"피해자들은 강제동원 되어 제대로 된 밥 한 끼 먹을 수 없었는데, 윤 대통령은 오므라이스 먹으며 일본한테 친하게 지내자고 구걸하는 것, 우리나라 대통령 태도가 맞습니까?"


16일 서울 용산역 강제동원 노동자 상이 있는 광장 한편, 백팩을 메고 운동화 차림을 한 청년 30여 명이 손팻말을 하나씩 들고 섰다. "한일(X) 친일 정상회담" "일본1호 영업사원" "굴욕 외교"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가해자 연진이 당당했던 이유, 잘못 덮은 사람들 때문... '굴욕 엔딩' 반대"

평화나비네트워크를 비롯한 30개 대학생 단체가 발족한 2023한일정상회담 규탄 대학생행동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행진을 시작해 용산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 전쟁기념관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전국 18개 대학에서 지난 15일 '국민 무시, 역사 부정 한일 정상회담 규탄' 동시다발 시국선언을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이날 규탄 발언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나라 팔아먹으러 일본으로 떠나니 좋으십니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우리나라 기업의 자금 출연으로 강제동원 손해배상을 대신 '제3자 변제'하게 하는 정부안을 향한 규탄이었다.

이들은 "미래 청년기금이라는 허울 좋은 말만 내보이며 강제동원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일본에) 어디까지 내어줄 생각인가. 우리의 역사, 우리의 안보, 우리의 영토까지 다 내어주는 게 무슨 국익인가"라고 반문했다. 용산역을 지나다 입장문 낭독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옳소"라고 크게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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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없는 한일 정상회담 규탄,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안 거부 대학생 공동행진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역 광장 강제동원 노동자상앞에서 열렸다. 평화나비네트워크 등 ‘2023한일정상회담 규탄 대학생 행동’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친일정상회담’ ‘일본 1호 영업사원‘ ’졸속합의‘ ’국민무시‘ ’윤석열 규탄‘ 피켓을 든 대학생들은 용산 대통령실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 권우성

 
"극 중에서 가해자인 '연진이'가 그리 당당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본인의 잘못을 모두 덮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규탄 발언에 참여한 한양대 진보대학생넷 지회장인 주혜빈씨는 학교 폭력을 소재로 다룬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를 빗대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했다. 그는 "이 드라마를 보는 분들 중에 혹시 피해자인 동은이가 가해자인 연진이에게 복수하지 못하고 결국 자본과 힘에 굴복하는 끝을 바라는 분들이 있을까, 아무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강제동원 문제에서도 이런 굴욕적 엔딩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한일 미래 청년기금 거부'에 연명한 89개 청년 시민단체들이,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배상 대신 한국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과 일본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 등 양국 기업 단체가 청년미래기금을 공동 추진하는 안을 내놓은 것에 대한 비판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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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한일합의 파기를 위한 대학생공동행동 소속 청년 등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미래청년기금거부 청년학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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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한일합의 파기를 위한 대학생공동행동 소속 청년 등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미래청년기금거부 청년학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피해 배상 대신하는 일본 기업 참여 '청년미래기금'에... "꼼수 안 넘어간다" 


이들은 5만 원 권과 일본 화폐인 5천 엔 권 모형이 덕지덕지 붙은 '미래청년기금' 상자를 부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미쓰비시 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정부안을 두고 "더러운 돈 필요 없다"고 한 말을 그대로 인용, 손팻말에 글귀를 담기도 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피눈물 담긴 돈 준다고 하면, 기뻐하며 받을 줄 알았나."

"나라 팔아먹은 식사 맛있게 하시라.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앞장서겠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청년들은 미래청년기금이 "모욕적"이라고 규탄했다.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 동아리 소속인 문지현씨는 이날 "청년 기금 꼼수에 청년들은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기금이 아닌 올바른 역사관을 가진 정부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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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한일합의 파기를 위한 대학생공동행동 소속 청년 등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미래청년기금거부 청년학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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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한일합의 파기를 위한 대학생공동행동 소속 청년 등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미래청년기금거부 청년학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김수정 대학생겨레하나 대표는 "일본을 위해 일하는 관료는 일본 공무원이지, 우리나라 공무원이 아니다"라면서 "정말 모욕감을 느낀다. '청년'을 붙이며 기금을 만들어 전범 기업을 포함하려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동원 정부안은 윤 정부의 '갈라치기'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해지 청년하다 대표는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끝없이 청년을 갈라치기 했다. 여성과 남성, 수도권과 지역, 이제는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청년들을 갈라치기 한다"면서 "청년을 팔아 만든 이 기금으로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16일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1박 2일 일정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이어 17일에는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한국 유학생과 일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윤석열 #한일정상회담 #강제동원 #굴욕외교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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