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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의 검은 보석, 다시마를 다시 보자

미래의 슈퍼 푸드로 각광받는 다시마

등록 2023.03.17 10:54수정 2023.03.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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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전사고와 식량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 속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식품이 다시마다. 해조류를 먹지 않던 유럽과 러시아, 카나다와 미국에서도 다시마에 열광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마를 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한정되어 있다. 한류성 해조류인 다시마를 양식할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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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 숲 다시마는 다양한 식재료 뿐만 아니라 의약품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 진재중

 
러시아는 사할린과 캄차카 반도에서 다시마가 자생하지만, 양식은 전혀 불가능하다. 11월~4월까지 성장해 5, 6월에 채취하는 다시마 양식의 특성상 겨울에 바다가 얼어붙는 러시아는 양식이 어렵다. 한국과 중국 등과 위도가 비슷한 나라 등은 바다 염도가 높아서 다시마 양식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다시마양식은 포화상태이며, 일본은 원전 오염수 방류로 해조류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기회와 희망은 바로 우리 바다에 있다. 단지 식량자원의 한계를 벗어나, 인류의 불균형을 해소할 슈퍼푸드로,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으로 열어 줄 바닷속의 식량으로 진화하고있는 다시마! 그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환동해 문명교류의 주인공, 다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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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라원 장보고가 세운 사찰로 신라시대 다시마 교류를 알려주는 상징적인 사찰 ⓒ 진재중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앞바다는 먹물을 풀어놓은 듯 검은 다시마의 물결로 가득하다. 지금은 세계 최대의 다시마 생산기지이지만, 사실 이곳은 지난 수 천년 동안 다시마를 수입하던 항구였다. 교통수단이 변변치 않았던 그 옛날 어떻게 다시마가 이곳까지 운반되었던 걸까?

웨이하이에는 장보고가 세운 신라원이 위치해 있으며, 중국의 오래된 문헌들은 이곳에 다시마를 수출했던 사람들이 신라인과 발해인이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에서 해동성국이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얻었던 발해인의 다시마를 만날 수 있다.

가볍고 운반이 쉽고 영양가 많은 식품, 다시마는 인류 최초로 등장한 인스턴트 식품이었으며, 중국과 일본, 한반도 등 환동해 국가들은 다시마를 매개체로 활발한 국제교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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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다시마식품 다시마는 백성과 임금에게도 맛과 영향을 충족시켜주는 음식이었다. ⓒ 진재중

 
우리는 언제부터 다시마를 먹기 시작했을까? 가장 먼저 다시마라는 식재료에 주목한 곳은 바로 사찰이었다. 육식이 금기시되는 산중의 불가에서 바다 채소 다시마는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주고 오랜 시간 앉아서 참선하는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돕는 아주 요긴한 식재료였다.

사찰의 다시마 음식인 튀각과 부각은 민가에 전승되어 조선시대 경성에는 다시마 자반을 파는 자반전이 생길 만큼 사랑을 받았다. 궁중에도 다시마는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였다.

국물을 내는 탕거리를 비롯해 튀각이나 부각 등 반찬으로 일상적인 수라상에 올랐으며, 조선시대 궁중잔치에 쓰인 품품의 목록을 기록한 의궤에는 언제나 다시마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수천년이 넘는 우리 역사속에서 백성에서 임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다시마는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식약동원의 위대한 유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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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다시마 요리 다양한 식재료로 활용하는 일본인, 한국의 김치와 같이 필수식품이다. ⓒ 진재중

 
일본에서 다시마는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일본인들은 새해 복을 부르는 풍습으로 다시마를 장식하고, 다시마에 생선을 말아먹는 콘부마끼로 한 해의 복을 빈다. 결혼식이나 승진을 앞둔 사람에게는 행운을, 싸움을 앞둔 사무라이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부적이기도 했다.

다시마의 집산지이자 칼 가공 기술이 발달한 오사카에는 식초에 절인 다시마를 얇게 깎아 종잇장처럼 부드럽게 만드는 오보로, 도로로가 탄생했다. 다양한 음식과 가공기술이 개발되며 다시마는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식품으로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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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로,오로로 다시마를 최대한 얕게 썰어 식재료로 만드는 일본장인 ⓒ 진재중

 
일본인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화식(일본전통음식)의 맛을 내는 재료가 바로 다시마라고 믿는다. 그 맛의 근본은 다시마에서 추출해 낸 감칠맛이기 때문이다.  

다시보자, 다시마!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국가에서는 만성적인 요오드 부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갑상선 질환에 시달려왔다. 거기다 최근 원전사고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방사능 위험이 더해지면서, 그동안 다시마를 먹지 않던 세계인들이 다시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다시마를 생산해 온 중국과 일본은 새롭게 열리는 다시마 시장 선점과 다시마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제 다시마는 단순한 식재료의 단계를 넘어서 미용재료나 의료소재, 예술품으로까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바다의 잡초에서 인류의 영양불균형을 해소할 슈퍼 푸드로 떠오르고 있는 다시마!
이제 다시마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 줄 바다 속의 보석으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고 있다. 다시마에 미래가 있다. 다시마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대한민국 다시마에 미래가 있다. 일본은 방사선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일본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다시마 최대양식장인 웨이하이가 포화상태에 있다. 대한민국 동해안은 텅 비어 있다. 다시마를 복원, 미래의 자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인류의 식재료 #다시마 #인류의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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