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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군사령관 만난 봉사자... "한국인인 게 부끄러웠다"

[인터뷰] 권태훈 사단법인 사람예술학교 이사장

등록 2023.03.17 11:06수정 2023.03.1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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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인도 최동단, 미조람의 주도 아이자울입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방콕과 콜카타를 거쳐 꼬박 하루가 걸리는 길이었습니다. 미얀마를 도우려는 길 벗들의 정성이 온전히 전달되도록 하늘 길을 달렸습니다 미조람 그리고 미조람의 주도 아이자울. 아마 처음 들어 보시는 지명일 것입니다. 미얀마와 접경지대로 예전에 미얀마의 영토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20년간 인도와 내전을 벌인 아픔이 있는 곳입니다. 인도 공군이 산 위 도시와 마을을 폭격하여 계곡마다 원한이 스며 있기도 합니다. 이제 이곳은 미얀마 난민들이 아픔이 서려 있는 곳입니다. 쿠데타 이후 수많은 미얀마 사람들이 국경 넘어 마을과 마을로 스며들었습니다. 이곳에서도 많은 난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불안한 눈동자에 우리가 어떤 눈빛으로 화답할 수 있을까요?"


일주일 전쯤인 지난 주말, 페북에서 우연히 이런 글이 눈에 띄었다. 미조람? 아이자울? 낯선 지명이 흥미로워 포스팅을 다 읽어보니 권태훈 사람예술학교(링크) 이사장이 '전쟁난민집짓기 프로젝트' 후원자들에게 안부와 감사의 글을 전한 내용이었다(관련 기사: 권태훈 "커피 팔아 자금 지원... 미얀마 제자들이 싸우고 있다" https://omn.kr/1seam).

권태훈 이사장은 법학 전공 뒤 기독교 채널(C3TV)에서 방송일을 했던 경력도 있지만, 스스로를 "소셜 프로듀서 (Social Producer)"라고 소개한다. 그가 의도하는 소셜 프로듀서란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이런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그는 2012년부터 다양한 사회적 실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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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훈 사람예술학교 이사장의 모습 지난 2020년 1월11일 미얀마 사가잉의 한 마을에 교육센터 설립당시 찍은 사진. ⓒ 권태훈

 
그는 미얀마 난민을 위한 집짓기 프로젝트 이외에도, 난민촌 아이들을 위한 사람예술학교, 렘브란트 미술학교, 북한영아 우유지원을 위한 프로젝트, 사회공헌 인재학교 프로젝트, 여주 소망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글짓기학교, 바리스타직업훈련 등등 수없이 많은 소셜 프로젝트를 기획 뒤 진행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인도와 미얀마에서 직접 마주한 미얀마 난민과 시민군의 현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더 듣고자 지난 13일 온라인 인터뷰를 했고, 아래는 이를 요약한 내용이다.

10여 년간 이어진 미얀마와의 인연

- 인도 최동단에 갔다는 포스팅을 읽었다. 왜 그 먼 곳까지 가게 된 것인가.

"한국에서 인도 최동단, 미조람의 주도 아이자울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미조인의 땅'이라는 뜻의 미조람은 미얀마 친주(미얀마 북서부 지역)와 같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했다. 미조람은 인도와 20년간 (1966년-1986년)전쟁을 했고 평화조약후 인도의 한 주로 정착과정에 있다. 현재 미조람 전체에는 약 15만 명으로 추정되는 난민이 있다.  

최근 지인이 여기 군부가 수 만 채 집을 다 불태운다고 알려왔다. 현지에서 대나무로 집을 짓는데 한 채당 약 40-50만 원가량의 돈이 필요하고 병원 운영비도 급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송금할 방법이 없어서 직접 미조람으로 가게 된 것이다. 전에는 쿠데타 직전에 수입한 커피 판매로 번 돈을 지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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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동단 미조람의 주도 아이자울 인도 최동단 미조람의 주도 아이자울의 모습. 전 국토가 1-2천 미터 높이의 산악 지대로 이루어져 있고 현지 주민들은 산 정상에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다.미얀마 쿠데타 이후 수많은 미얀마인들이 국경을 너머 이 곳을 찾았다. ⓒ 권태훈

 
- 쿠데타 이후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위해 미얀마 커피 판매 등 많은 재정지원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미얀마와의 첫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제가 난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인터넷 블로그에서 태국 메솟의 미얀마 난민촌에서 자원 봉사했던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고아원을 운영하는 베네딕트 소속 한국 수녀님께 이런저런 문의를 드렸더니 현장에 저를 초청하셨고 현지 학교도 소개받았다. 그래서 2013년 처음으로 뮤지션들과 음악팀을 만들어서 메솟의 아동을 대상으로 음악학교를 했다. 이후로 매해 1월마다 같은 장소에서 아이들과 만나면서 음악 프로그램으로 치유를 하고자 했다."

- 지금 하는 '사람예술학교'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태국 메솟에는 난민학교가 65개 가량 있다. 2013년 자주 방문했던 뉴블러드스쿨에 3백 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다음해에 더 늘어난 느낌이 들었다. 숫자가 늘은 게 의아해서 교장선생님께 물어봤더니 계속 난민이 유입되고 있다고 알려줬다. 그때부터 난민이 증가하는 데는 미얀마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는 걸 깨닫고, 이왕이면 본토로 가서 활동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미얀마의 대도시 양곤, 만달레이, 사가잉, 까친주 등 난민이 많은 지역에 가서 댄스, 합창, 바이올린과 기타 수업을 진행했다. 

예술학교 시작 동기는 미얀마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음악/예술 이외에는 이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미얀마에 예술대학을 설립해 소수민족들에게 할당제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학생들이 4년간의 교육과정을 통해 서로 우정을 쌓으면서 미얀마 사회의 리더로 성장하면, 민족 분쟁에 의한 난민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제가 만달레이 주지사와 시장을 만나 제안을 했더니 미얀마에는 교육법이 없어 내외국인 모두 대학을 설립할 수 없다고 했다.

현존하는 대학들은 영국 식민지시대 설립된 것들이다. 1962년 네윈이 군사쿠데타로 집권하면서 영어교육을 폐쇄하는 등 국민을 군사정권에 잘 적응할 정도로만 가르치는 우민화정책을 펼쳤고, 이후 대학이 세워지지 않았다. 이들은 아웅산 수지 여사가 직업훈련학교를 만들었고 계속 추진 중이라며 비슷한 성격의 학교를 제게 제안했고 저도 부지까지 마련했었다. 하지만 다음해 2021년 2월 1일에 군부쿠데타가 발생하게 됐다. 이후 다수 정치인들이 구금되고, 교육계 지인들은 시민저항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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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람 상아우 마을에서 난민과 대화하고 있는 권태훈 이사장. 올 3월 미조람 상아우 마을에서 한 난민(59세)과 대화하고 있는 권태훈 이사장. 쿠데타 이전 이 난민은 말라리아 퇴치와 여성과 아이들을 돌보는 유엔개발프로그램의 프로젝트를 지원했으나, 현재는 상아우로 탈출해 일곱식구가 방 하나에 살고 있다. 그의 유일한 수입은 여동생이 월급을 쪼개 보내 주는 돈이다. 그는 그의 간절한 소망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 권태훈


미얀마 시민군을 만나다... 사령관 "절망의 가장 큰 원인, 한국 대기업에서 나온 자금"

- 미얀마 북서부 친주의 시민군 사령관을 직접 인터뷰했다. 이 분이 말하는 현지상황은 어떤가. 

"미얀마 국내외 난민은 군부 쿠데타 이전에는 200만 명이었으나, 지금은 25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있다고 추정되고 국내 실향민은 약 100만 정도라 한다. 친주 지역에는 쿠데타 전부터 친주의 독립을 위해 싸운 친주민족군(CNA:Chin Nation Army)과 쿠데타 후에 마을을 지키기 위해 생긴 친주방위군(CDF: Chin Defense Force)으로 두개의 시민군(PDF)이 있다. 저는 CNA사령관인 A. K.(가명)를 만났다. 10만 명을 통솔하는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한데 깡마른 체구의 중년 남성이다. 

그가 전하는 바를 요약하면, 한마디로, 시민군과 군부가 반반 대치상태다. 대도시 등 주요 도로는 군부가 장악한 반면, 산악지대 마을과 주, 이곳을 이동하는 길들은 시민군이 장악해 헬리콥터나 전투기 이외에는 군부가 접근하지 못하는 해방구가 되었다. 시간은 시민 편이기 때문에 시민군의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 외톨이인 군부는 전 국민을 상대로 싸우기 때문에 결코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군부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풍부한 재정이다. 군부의 70년간 오랜 통치기간 권력과 돈이 얽혀 돈줄을 군부가 다 장악했다. 참고로 미얀마는 한국보다 6배 더 큰 면적을 가졌는데, 대도시는 2개뿐이고 산악지대가 많다." 

- 시민군 사령관이 한국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나.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그간 많은 지원을 했다는 것은 인정하고 감사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가 미얀마에 가스사업 등을 하는데, 이 돈이 결국 미얀마 군부로 흘러들어가 군부 탄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포스코의 이런 자금 흐름에 대해 그는 그간 한국시민사회가 보여준 연대를 상쇄할 만큼 큰 분노감을 가지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에게 가장 큰 적은 외부의 재정지원이다. 이분들이 아무리 목숨을 바쳐 낡은 무기로 열심히 싸운다고 해도 비싼 헬리콥터를 동원한 공습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낙관과 절망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이 와중에, 이분들은 절망의 가장 큰 이유가 한국 기업의 이런 지원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으로서 너무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지적이 아닐 수 없었다."    

- 아까 '구조'를 언급했는데, 미얀마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미얀마는 여러 민족, 종교 문제와 아울러 식민지 역사의 모순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잡한 사회다. 이 때문에 미얀마는 하나로 화합하기 힘든 구조이고, 이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뒤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전이 지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연방국가 미얀마에는 주류 버마족을 비롯해 137개의 소수민족들이 있고, 자치가 인정되는 7개 주가 공존하고 있다. 대다수는 불교를 믿지만, 친주와 까친주는 기독교이고, 로힝야족은 이슬람이다. 그래서 종교적 분쟁이 심하다. 영국 식민지였던 역사도 아직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은 과거 식민지 통치당시 미얀마와 접경한 방글라데시의 이슬람인들(로힝야족)을 가까운 미얀마 라카인주에 이주시켜 농지를 주고 경찰이나 군인으로 양성해 버마의 독립운동을 탄압하다보니 피의 역사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 미얀마 상황과 관련해 본인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여러분께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다. 미얀마 쿠데타의 성격을 우리도 군사 쿠데타를 경험해서 정서적 공감을 하는 정도로만 국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싸움은 미얀마 쿠데타 세력과 세계 문명과의 싸움이라는 성격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얀마 군부쿠데타는 미얀마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 우리 문명, 우리 미래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미얀마 군부쿠데타를 미얀마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다. 인류 공동의 가치가 침해당했을 때는 해당국가가 홀로 희생당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연대해서 해결해야 한다. 민주주의, 인권, 환경 등은 인류 공동의 가치로 어느 한 나라의 노력으로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공동으로 연대할 때 비로소 해결되는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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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 회원들이 지난 2월1일 오전 서울 성동구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군부쿠데타 2년 규탄 및 민주주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대한민국 정부가 미얀마 민주주의를 돕는 글로벌 실험을 하면 좋겠고, 대한민국 포스코가 이윤을 넘어 글로벌 가치에 투자하는 실험을 하면 좋겠고 대한민국 시민이 미얀마 시민군을 돕는 글로벌 실험을 하면 좋겠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계의 민주주의를 리드하는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큰 비전을 가지고 미얀마를 지원하는 장기적인 관점이 요구된다. 

특히 이분들이 지금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은 미얀마 시민과 시민군이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알려주는 것이다. 군부가 페이스북을 100% 감시중인데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시민군이 세계와 연결되어 투쟁하는 것이다. 제가 미얀마에 가서 시민군을 직접 만나고 격려했던 것은 본인들이 고립되지 않고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미얀마군부에 무기를 제일 많이 조달하는 러시아와 중국정부가 군부에 무기 수출을 중단하도록 국제사회가 압박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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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칼럼니스트및 인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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