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304호 여수 진남관 상량문 전문을 보니

시인 신병은이 짓고, 서예가 박정명이 쓰다

등록 2023.03.17 07:30수정 2023.03.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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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병은 15일 진남관 상량식에서 본인이 지은 상량문을 작접 낭독하고 있다 ⓒ 오병종

 
지난 15일 국보 여수 진남관 상량식에서 신병은 시인이 지은 상량문을 낭독할 때 관객들은 모두 숙연해지고 자긍심이 넘쳐났다(관련 기사 : 국보 제304호 여수 진남관, 중수 상량식 진행해).

낭독한 상량문은 도편수 김기호 대목장과 정기명 여수시장이 상량 종도리 하부에 봉안한 상량문의 일부 축원문이다. 봉안한 상량문에는 신병은 시인의 축원문과  함께 이번에 중수(重修)한 공사개요와 해체보수한 기록, 공사 참여자들까지 담겨 있다.

축원문 성격의 신병은 선생이 지은 상량문만 3000자 분량이고, 전체 내용은 더 많다. 세필로 전지 한 장에 서예가 박정명 선생이 해서체 기반으로 한 자신의 서체로 국한문을 혼용해서 세로로 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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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도정 박정명 진남관 상량문을 썼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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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한문혼용 세로쓰기로 쓴 상량문 신병은 시인이 지은 축원문 외에도 상량문에는 해베보수한 공사 기록과 공사 참여자들을 다 기록한다 ⓒ 오병종

 
서예가 박정명씨는 상량문을 쓰느라 제자들 출입마저 봉쇄하고 자신의 서예연구실에서 밤낮으로 작업했다. 그는 먼저 글씨 크기를 정하는 작업부터 했다.

축원문만 1회 쓰는데 11시간이 걸린다. 보름간 쉬지 않고 여러차례 썼다. 그는 "붓으로 쓰는 작은 글씨라서 번지지 않게 쓰는 것과 한 글자라도 빠지지 않게 쓰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상량문에는 여수의 자랑스런 역사를 언급하고 김총, 유탁, 정지, 정사준, 충무공 이순신 등 역사인물들을 나열하며 여수인의 자긍심을 일깨워 주었다.

지방관아로 최대목조건물의 위용과 역사 내역을 알려주면서 근대사를 지내오며 국보 진남관을 소홀히 대한 점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성에 살며 이순신을 뒷받침한 백성들의 저력과 정신을 담았다.

신병은 시인은 이날의 역사적인 상량을 "위대한 역사에 빛나는 새 역사를 올리는 상량"이고,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제자리 앉힘"이며, "누대로 이어온 위대한 전라좌수영민(全羅左水營民) 정신의 되살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상량문은 역사와 저력을 가진 여수의 번영을 기원하며, 진남관이 새로이 자리 잡는 상량을 계기로 상량문에 여수의 정신을 담아 문화창달의 중심역할을 하는 곳으로 거듭 태어나고 진남의 영광이 길이길이 빛나기를 염원했다.

아래는 축원문 상량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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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 304호 진남관 해체 2018년 5월 지붕을 해체하는 과정이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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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 304호 진남관 상량식 상량문 봉안 전지 한 장의 상량문을 접어 대들보 홈에 넣고 있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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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량문을 대들보 중간 홈에 넣고 못질로 봉안하는 대목장 김기호 도편수 ⓒ 오병종

 

진남관중수상량문 鎮南館重修上樑文

2023년 3월 15일 (단기4356년 계묘년 삼월 열 닷샛날) 오늘, 주초석柱礎石이 땅을 다지고 기둥과 대들보가 하늘을 떠받쳤다.

좌로는 자산을, 우로는 구봉산을, 북으로는 종고산을, 남으로는 예암산을 배경으로 창창蒼蒼 여수만을 앞에 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 전라좌수영성全羅左水營城에 지방관아로서는 가장 으뜸의 위용堂容을 지닌 국보 제304호 진남관중수상량식鎭南館重修上樑式을 거행하니, 우리의 눈과 가슴이 환하게 밝아온다. 물 맑은 푸른 꿈과 자유와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여수의 새아침이 밝아온다.

둥둥둥 둥둥둥 북소리 올리며 산을 닮고 물을 닮은 사람들의 가슴마다 햇살 지펴 남해안 거점도시 미항 여수의 새 아침을 일깨운다.

안도 패총과 비파형동검과 고인돌 문화까지 신석기 청동기로부터 이어온 유서 깊은 여수.
후백제의 중심에서 해상세력 만들었던 진례산의 인가별감 김총이 누구였나,
장생포 바닷길을 열어 해상무역 장악한 고려의 해상 영웅 유탁장군은 누구였나,
고려말 관음포 내에서 세계해전 최초로 함포를 사용하여 왜구를 격퇴한 전라도순문사全羅道巡問使 해도원수海島元帥 정지鄭地는 누구였나,
총동銃筒을 만든 정사준鄭思竣은 또 누구였나,
1591년 판옥선을 만들고 거북선을 창제한 구국救國의 등불 충무공 이순신은 누구였나, 동량지재棟樑之材의 고장, 과학문명의 발상지 여수였다.

이곳 전라좌수영全羅左水營은 임진왜란 당시 국토의 최전방 전선이면서 조선의 중심이었고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의 진원지震源地였다.

진남관은 임진왜란이 끝난 후 1599년(선조32년) 전라좌수사 이시언이 진해루鎭海樓 터에 세운 호좌수영湖左水營의 객사로 "전쟁 중의 백성들을 진정시키고 어루만져 달랜다"는 의미로 진남鎭南이라 명명命名했다.

1664년 갑진년甲辰年에 수사 이도빈이 낮고 좁아 기울어진 진남관을 다시 지었으나, 1716년 병신년內申年에 화재로 소실되어 1718년 무술년戊戌年에 수사 이제면이 다시 정면 15칸 측면 5칸, 70개의 기능, 연면적 240평의 건물로 중건해 현존해오다, 1899년 중건을 거쳐 6.25동란 때 탄화를 입어 거의 무너질 지경에 이르러 1954년 수리를 거쳐 1963년에 보물 324호로 지정되었고, 2001년 4월 국보 304호로 승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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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 304호 진남관 해체 2019년 1월 기둥이 해체되고 있다 ⓒ 오병종

 
지반침하로 기울어 건물 각각의 마디마디가 제 기능을 상실하여 2015년부터 전면 해체 후 발굴조사와 함께 보수정비를 하여 오늘 상량上樑하게 되었다.
전라좌수영全羅左水營의 객사客舍로, 망궐례 현장, 임진왜란 정유재란 당시 구국의 출발점, 좌수영 영민의 위대한 승리의 현장, 동학군 휩쓸고 간 현장. 일제 강점기에 민족정기 말살의 현장, 근대교육의 발원지로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의 2012여수세계박람회 성공개최지로, 개항 100주년을 맞은 문화시민의 자존으로 자리해 왔다.

그동안 우리들이 어리석어 몸체에 못질하고 톱질하여 상처내고 훼손한 우매함을 반성하고 이제 다시 웅장한 옛 위용을 갖추니 문화창달文化暢達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는다.

건물의 훼손된 부문만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선조들이 남긴 빛나는 문화유산을 다시 한 번 돌봄으로써, 자랑스런 선인들의 얼과 정신을 천년만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문화시민의 자존과 긍지도 함께 복원하고자 하였다.

둥둥둥 둥둥둥
아, 그날의 함성 그날의 말씀들이 하나 둘 북소리로 오른다.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돌아보면 조선 건국 새 왕조 뒷전 되어 오래오래 소외된 풀잎같은 좌수영민左水營民들의 외유내강外柔內剛 희생이 없었다면 임진왜란 정유재란 어찌 승리했으며, 구국의 영웅 충무공忠武公 명성이 있었으리.
진해루鎭海樓에 모인 장수 제아무리 용감해도 이십삼전 이십삼승 어찌 이뤘으리.

위대한 여수민초들이 지켜온 호국정신의 뿌리가 민족의 저력이었으니 오늘 진남관중수상량鎭南館重修上樑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제자리 앉힘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존에 던지는 통섭의 화두話頭이면서 누대로 이어온 위대한 전라좌수영민全羅左水營民 정신의 되살림이다.
위대한 역사에 빛나는 새 역사를 올리는 상량上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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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 304호 진남관 상량식 지난 15일 사량식을 가졌다. 현재 공정률 81% 2024년 말 준공예정이다. ⓒ 오병종

 
「今臣戰船 尙有十二」 「愼勿言我死」 「必死則生 必生則死」의 구국이념과 운주헌,결승당,백화당,동문루,완경루,서문루,물거정, 포루를 비롯한 35,700평(길이 3,643척 높이 13척)의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인 전라좌수영성복원全羅左水營城復元의 간절한 바람을 담고, "정치가 밝으면 백성들이 환하고, 관이 청렴하면 백성이 편안하다"는 28만 시민의 염원을 담아 상람上樑하니 세계로 미래로 자자손손 번영의 터전이 되리라.

해안선 1,023킬로미터 365개 섬, 2026여수세계성박람회의 성공개최로 아시아의 중심, 세계의 중심으로 발돋움 하리라.

아, 개항開港 100년의 여수를 펼치면 세계가 보인다.
진보의 시대에서 회복의 시대로, 효율의 시대에서 적응의 시대로, 성장의 시대에서 번영의 시대로, 세계화世界化에서 세방화世方化로 가는 길목에서 태평양의 교두보인 여수만 가막만 광양만 아침을 펼친다.

아, 날마다 날마다 「아름다운 여수, 행복한 시민」, 「남해안 거점도시 미항여수」의 새 역사를 연다.

물 맑은 지혜의 텃밭이 되고 오대양五大洋 육대주六大洲의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리라.
날마다 날마다 웃음꽃 피우는 신바람이 되리라.
세세연연歲歲年年 다져온 진남鎭南의 영광이 길이길이 빛나리라.
오호 피어라 여수의 새 꿈!
오호 피어라 대한의 새 꿈!

신병은 짓고 박정명 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복지뉴스에도 실립니다.
#진남관 해체보수 #진남관 #진남관 상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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