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수술만 두 번, 마지막까지 물질하렵니다"

[지방소멸대응프로젝트 해녀 이야기] 김영혜 청산도 해녀

등록 2023.03.17 10:22수정 2023.03.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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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신문


청산도에는 유독 제주도의 우도에서 온 해녀들이 많다. 같은 출신지인 연줄로 원정물질을 오다 보니 우도 출신들이 다른 지역출신들보다 많다. 

김영혜 해녀 역시 우도에서 태어나 19세 때 청산도로 원정물질을 왔다가 지금의 신랑을 만나 연애를 시작해 20세에 아들을 출산했다.

"우리 아저씨를 청산도에 오던 해에 만났는데 그렇게 잘 생겼더라고. 오며가며 얼굴이 익고 볼 때마다 서로 가슴이 벌렁벌렁한 게 그냥 살아버렸지. 스무 살 때 아들을 출산했는데 우리 아저씨가 군대 문제가 남아 있는 거야. 그래서 신랑은 군대에 가고 나는 아들 키우면서 물질하고 결혼식은 아저씨가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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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신문


김 해녀가 청산도에 온 것은 1970년대 중반으로 당시만 해도 청산도의 교통망은 형편없었다고 한다.

"처음 청산도에 왔을 때는 섬에 차가 없었어. 그래서 동부(청산도의 동쪽) 지역으로 물질을 다니며 제주에서 가지고 온 구덕을 매고 걸어서 산을 넘어 다녔는데, 그때는 동부지역 바닷속에 물건이 많아 참 좋았지.″

슬하에 자녀는 1남 2녀를 낳았는데 그때 낳은 아들이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여 지금은 경기도의 하남에서 제법 큰 건축사무실을 운영한다.   
     
친정 부모에 대해 이야기하자 김씨의 눈에는 금새 이슬이 맺혔다.

″나는 부모 없이 고모집에서 자랐어. 1950년대에는 제주 사람들이 일본으로 많이 가셨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도 일본으로 사업하러 왔다 갔다 하다가 내가 4살 때 나를 고모집에 맡기고 아예 일본으로 가셨거든. 자라면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이가 들면서는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잖아. 그래서 신랑을 만나 빨리 정들었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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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신문

 
34세 때인 1989년에 세 살배기 막둥이 딸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부모님과 두 달을 같이 보냈다. 내 부모여도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데다가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때 떨어져서 감정이 별로 없었다. 일본에도 동생들이 있는데 그 후로는 부모님, 동생들과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다.
  
20대 때는 진도로 많이 다녔다.

"아마 20대 때인데 한창 물질할 때는 전복을 하루에 15kg 잡은 날도 있었어. 엄청 힘도 들었지만 그래도 재미가 있었지. 여서도에서도 작업을 많이 했는데 물이 맑고 시야가 좋아 물질하기가 좋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자, 김영혜 해녀는 ″많이 있지만 올해부터는 농사를 짓지 않기로 했어. 그래서 농기계도 다 팔아버렸어! 이제 나이도 있고 허리 디스크 수술을 두 번이나 해서 건강을 잘 지키는 것이 제 중요해요"라고 말했다.

물질은 안 할 계획이냐고 했더니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평생 해 온 것인데 어떻게 관두겠어, 그래도 몸이 성할 때까지는 물질을 해봐야지."   

옥색 바닷속에 들어가 나오며 내뱉는 해녀들의 숨비소리. 이것만을 든다면 얼마나 낭만적 풍광인가. 뭍사람들이 그리는 그림이다.

그러나 해녀의 삶으로 들어가 보면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가슴 쥐어짜는 아픔이 전해진다. 

그들에게 가장 큰 아픔은 이제는 힘에 부쳐 얕은 바다 언저리에서 가쁜 숨을 내뱉으며 힘들어한다는 것. 힘들어 바닷가 바위에 걸터앉아 한창나이의 해녀 물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리움이 아름답게 한다는 것.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다도해해양문화연구원 원장입니다.
#완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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