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멀지 않은 NFT, 법률적 관점에서 이해하기

[김성호의 독서만세 183] 김진욱, 백경태, 우홍균의 <변호사들이 알려주는 NFT 법률 가이드>

등록 2023.03.18 14:47수정 2023.03.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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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대한민국 검찰이 200개 가까운 비트코인을 국고에 귀속시켰다. 개당 600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총액이 무려 122억 9000여만 원에 달했다. 비트코인의 전 주인은 음란사이트 운영자였다.

2017년 미국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던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가 검거되며 그가 관리하던 비트코인 지갑도 함께 압수당한 것이다. 당시 가격으론 2억 7000여만 원에 달했다. 대법원이 이 비트코인에 대해 몰수판결을 내렸음에도 검찰은 이를 바로 팔지 못했다. 비트코인을 환금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었다.


결국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에야 법적 근거에 따라 이를 매각하게 되었다. 압수 4년 만이었다. 그 사이 비트코인 시장은 크게 움직였다. 2억 7000만 원이 122억 9000만 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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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변호사들이 알려주는 NFT 법률 가이드> ⓒ 한국경제매거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법도 신속해야

이 사건은 한 가지 의미심장한 지점을 보여준다. 비트코인 등 재산상 가치를 갖는 신종 재화에 대해 법이 그 성격을 정의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법적 정의를 내리고, 그로부터 환가 근거를 마련하기 전까지 비트코인은 검찰 창고에 놓여 잠자고 있었을 뿐이다. 함부로 이를 가져다 팔았다간 소송 등 절차문제에 휩싸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어디 비트코인과 검찰에게만 있겠는가.

법치국가는 모든 사물과 개념들을 법 안에 껴안으려 한다. 서로 다른 온갖 것을 조화롭게 하는 근거는 오롯이 법이다. 법에 따라 권리와 의무, 그 사이의 절차가 규정된다. 그로부터 질서가 세워지고 시장이 확장된다. 법의 신속한 대처가 중요한 이유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세상이다. 다음 시대를 이끌 발명이 무엇이 될지를 두고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문화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대의 변혁이 갈수록 빨라진단 건 주지의 사실이다. 불과 바퀴의 발명으로부터 화폐와 금융, 전기며 내연기관의 발명 등이 문명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었다. 급기야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대 혁명을 가져왔고 인간은 삼차원을 넘어 가상세계를 탐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근 몇 년 간 사회를 놀라게 한 개념들이 있었다. NFT와 가상자산, 메타버스, 그리고 챗GPT 열풍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이 그것이다.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던 그것들이 인간의 삶을 파고들어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혹자는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 될 것이라 자신하기도 했다.


82가지 질문에 묻고 답한다

<변호사들이 알려주는 NFT 법률 가이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의 등장에 대응해 법률적 궁금증을 풀어낸 책이다.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이 함께 지은 이 책은 미술 등 문화산업에서 쓰일 여지가 높은 NFT가 얽힐 수 있는 법률문제를 가이드 형식으로 묻고 답했다.

책은 모두 82가지의 질문과 그 답으로 이뤄졌다. NFT의 정의부터 영향력과 준거법을 다루고, 이어 누가 무엇을 어떻게 NFT로 발행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NFT의 발행인과 매도인, 플랫폼의 책임을 구분하고, 보유자와 원작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무엇보다 추적이 어려운 건 물론이고 기존에 없던 형태로 가치를 지니는 재화인 NFT에 대하여 탈세 등 범죄 연루 가능성을 살핀다.

NFT는 이미 현실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NFT 시장에 뛰어들어 제작한 NFT운동화가 개당 수백 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수만 개씩 팔려나갈 만큼 인기를 끈 게 대표적이다.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들도 아이돌을 앞세워 NFT로 제작한 굿즈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성과에 따라 NFT가 아이돌 상품 판매의 주력으로 자리 잡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초로 복제 불가능한 데이터를 창조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NFT의 쓰임이 확대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고유의 것을 가지려 하는 인간의 독점적 소유욕이 가상공간의 확장과 맞물려 각종 NFT가 거래될 여지를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각종 NFT 상품의 가격이 급전직하한 것도 사실이지만 효용이 여전한 만큼 미술과 연예,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NFT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풍부하지 않은 사례는 아쉬워

<변호사들이 알려주는 NFT 법률 가이드>는 NFT가 활용되는 여러 상황에서 마주할 수 있는 법률 쟁점을 정리함으로써 혹여 있을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또한 NFT의 개념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NFT의 실제 쓰임이 어떠한지를 살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아쉬운 점 또한 분명하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적 분쟁과 사건사고를 충분히 담지 못하여 원론적인 법해설에 그치는 대목이 적잖다는 점이 그렇다. 일부 흥미로운 사례가 제시된 장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대목에선 현행법을 적당히 예상되는 분쟁에 적용해 평이하게 풀어놓는 정도에 그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사례를 발굴했다면 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밖에도 세 명의 변호사가 함께 지은 탓인지 장마다 내용과 깊이, 가독성에서 편차가 컸던 점도 아쉽다.

멈춰있어선 안 되는 세상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퍼져나가는 속도도 남다르다. 이 책은 그 변화에 발맞추려는 법조인들의 노력이다. 이러한 노력이 거듭되다보면 언젠가 시대를 바꾸는 새로운 물결이 왔을 때 한국이 경쟁자보다 한 발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선명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서평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독서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변호사들이 알려주는 NFT 법률 가이드

김진욱, 백경태, 우홍균 (지은이),
한국경제매거진, 2022


#변호사들이 알려주는 NFT 법률 가이드 #한국경제매거진 #백경태 #NFT #김성호의 독서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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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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