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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의 인수, 급한 불 껐다... 스위스 정부까지 나선 까닭

유동성 위기 CS 전격 인수... 스위스 정부가 손실 일부 부담 약속 조건으로 협상타결

등록 2023.03.20 14:11수정 2023.03.2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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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1일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실리콘 밸리 은행(SVB) 입구. ⓒ UPI=연합뉴스

  
유동성 위기로 세계 국제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파를 줄 것으로 우려됐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에 인수됐다. 급한 불은 일단 꺼진 셈이다.  

스위스 연방 정부와 스위스 국립은행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스위스 정부와 금융감독청(FINMA), 국립은행의 지원으로 UBS가 CS를 인수했다"라고 발표했다.

스위스 국립은행은 이번 인수를 위해 최대 1천억 달러의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은 "(이는) 국제 금융의 안정을 위한 포괄적인 거래"라며 "CS의 통제되지 않은 붕괴는, 국가와 국제 금융시장에 헤아릴 수 없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린 켈러 서터 스위스 재무장관도 "CS가 독자적으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이번 인수는 다른 어떤 시나리오보다 국가와 납세자, 국제 금융 안정성에 위험이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총액은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300억 원)으로, CS의 모든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는 조건이다. 이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CS의 시가총액 74억 스위스프랑(약 10조4천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 나아가 스위스 정부는 UBS에 손실 보상으로 최대 90억 스위스프랑(약 12조7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미 SVB 사태에 놀란 스위스 정부... 'CS 국유화' 검토하기도 


CS는 스위스의 주요 투자은행이자 금융시장을 감시하는 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지정한 세계 30대 주요 은행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투자 실패로 55억 달러(7조2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고, 마약 밀매조직의 돈세탁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는 등 악재가 겹쳤다.

이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대규모 인력 감축을 했으며, 사우디국립은행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섰으나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닥쳤다.

이런 가운데 CS가 14일 발표한 2022년 연례 보고서에서 고객 자금 유출을 아직 막지 못했다고 밝혔고, 최대 주주가 된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CS의 주가는 하루 만에 24.24%나 떨어지는 등 곤두박질쳤다. 

규모 면에서 CS가 SVB보다 훨씬 큰 만큼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2007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우려한 스위스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인수 후보로 나선 UBS는 처음엔 인수 가격으로 10억 달러를 제안했으나, 너무 낮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스위스 정부는 인수 협상이 불발될 경우 CS의 국유화까지 검토했으나, UBS가 인수 가격을 올리고 스위스 정부가 일부 손실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미국 재무부 등 환영 성명, "분명한 전환점"이라곤 하지만... 미국발 금리인상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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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로이터

 
컴 켈러허 UBS 이사회 의장은 "(스위스 1·2위 은행이 합병한) 오늘은 분명한 전환점"이라며 "최근 몇 주간 세계 금융 당국들이 시장 안정을 위해 CS 인수를 촉구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인력 감축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UBS의 CS 인수는 엄청난 기회"라며 "USB는 (CS와 달리) 보수적 위험 문화를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켈러허 의장의 발언에 대해 "더 큰 수익을 위해 허세를 부리면서 공격적 투자를 한 CS의 명성을 깎아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스위스 정부와 UBS가 나서서 급한 불을 끄자 세계 금융 당국들은 크게 반겼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공동 성명을 내고 "금융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스위스 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SVB 사태를 의식한 듯 "미국 은행 시스템의 자본과 유동성은 매우 강력하다"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스위스 정부의 신속한 조치는 시장 상황 질서 있게 회복하고 금융 안정을 보장한다"라고 칭찬했다.

다만 위기가 안정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 연준이 오는 21~22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시장의 불안감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연준도 적지 않은 압박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인해 스위스의 '금융 강국' 위상에 금이 갔다는 희의론도 나온다. 컨설팅회사 오피마스의 옥타비오 마렌지 CEO는 로이터통신에 "스위스의 금융 중심지 지위가 산산조각났다"라며 "스위스는 이제 (해외 자본에 의존하는) '바나나 공화국'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UBS #크레디트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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