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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빠졌다" 충북 학교자치조례안 향한 비판... 왜

충북교육연대 "민주적 학교운영 핵심 빠졌다"... 충북도의회도 "이견조율 필요"

등록 2023.03.20 17:34수정 2023.03.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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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전교조 충북지부 전 정책실장. ⓒ 충북인뉴스


학교자치 조례는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민주성, 학교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된다. 물론 법률적 근거가 있다고 해서 자치가 학교현장에서 100%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근거와 출발점은 될 수 있다. 대다수 교육주체들이 학교자치 조례의 조속한 제정을 주장하는 이유다.

2019년 전북교육청과 광주교육청에서 학교자치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많은 교육청에서 학교자치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충북교육청도 2019년 학교자치 조례 제정 논의를 시작한 이후 4년 만에 충북도의회에 '충청북도 학교자치 조례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조례와 관련해 비판이 많다. 핵심이 빠져 있어 '알맹이 없는 조례'라는 지적이다. 충북교육연대는 "학교자치와 민주적 학교운영의 핵심조항이 빠졌다"고 지적했고, 충북도의회도 "이견조율이나 공감대 확대를 위한 노력 없이 제출됐다"며 심사를 보류했다.

지난해 2월부터 7개월 동안 '충북학교자치조례 추진TF'에서 직접 활동했던 김영훈 교사(신흥고)에게 충북 학교자치 조례안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학교장은 교사·학생·학부모 의견 적극 수용·반영해야"

김영훈 교사는 우선 이번 조례의 가장 큰 문제는 자치조례임에도 자치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즉 조례안에 학생, 교사, 직원, 학부모 등 각 자치기구들의 권한과 권리가 명시되고 이것이 지원돼야 함에도 그것이 빠졌다는 얘기다.

우선 도교육청이 도의회에 제출한 학교자치 조례안에는 '학교장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드시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문구가 없다. 즉 '학교의 장은 학생·학부모·교직원이 학교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절차를 보장하고 제시한 의견을 존중하며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제3조 2항)'고 돼 있을 뿐, 교육 주체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없다.


김영훈 교사는 "학교장이 교육주체들이 제시한 의견을 존중하고 학교운영에 반영해야 한다는 명확한 문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와 직원들에게 안건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 또한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토론과 합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을 학교장이 수용해야 할 의무가 명시돼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기존에는 학교장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교사, 학생들의 '꽃밭 가꾸기' 활동이 이뤄졌다면 학교자치조례가 제정되고 학교 안에서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원활할 경우엔 '꽃밭 가꾸기'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다. 교사, 학부모, 직원, 학생들이 '꽃밭 가꾸기'를 동의했다면, 결정된 사항에 따라 꽃밭 가꾸기 활동이 진행된다.

그러나 만일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 반대의견을 안건으로 제안할 수 있다. 또 토론과 협의 결과 꽃밭 가꾸기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되면 학교장은 꽃밭 가꾸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도 반대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

김 교사는 "아직도 일선 학교에서는 학교장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서 학교가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며 "노력해야 한다는 모호한 표현보다 학교장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는 보다 명확한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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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청이 충북도의회에 제출한 충북 학교자치 조례안과 이에 대한 충북교육연대 의견.(충북교육연대 제공) ⓒ 충북인뉴스


조례추진 TF에서 합의된 사항, 조례에 반영 안돼

그는 또 "이러한 의견은 학교자치의 핵심으로 조례추진TF 안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임에도 도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의를 통해 결정된 것을 학교장이 수용하지 않으면 조례는 사실상 있으나마나다"라며 "실제 구성들의 의견이 민주적으로 실현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라고 주장했다.

충북 학교자치 조례안의 또 다른 문제는 학생회와 교사회, 직원회의 권한에 관한 부분이다. 도교육청이 도의회에 제출한 조례안에는 '학교 내에 교사회와 직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은 6가지 사항을 협의한다(제7조)'고 돼 있다. 그러나 '협의'는 말 그대로 의논하는 것에 그칠 뿐,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김영훈 교사는 '협의'를 '심의'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상위법, 즉 초중등교육법과 상충될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에는 '교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돼 있다.

상위법 상충과 관련해 김 교사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즉 교사와 직원들에게 심의 권한을 주는 것은 학교장의 '총괄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학교장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김 교사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 운영의 중요사항을 결정해도 학교장의 총괄권을 제한한다고 보지 않는 것처럼, 교사에게 심의권한을 준다하더라도 학교장 총괄권을 제한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교장 '총괄권'은 '통할권'에 비해 진일보한 면이 있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교장 총괄 범위와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 교사는 "학생과 교사들이 학교자치 구성원으로서 참여하고 자신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미래사회 중요교육인 변혁적 역량을 키워가는 핵심역량이고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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