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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내자니 '비용만 600억원', 놔두자니 '주민 반발'

광주시-북구-LH, 30년 묵은 불법 매립폐기물 처리 '골치'

등록 2023.03.20 17:18수정 2023.03.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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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북구 일곡지구 제2·3근린공원 전경. 한국토지개발공사(LH 한국토지주택공사 전신)는 1994~1995년 사이 택지개발을 진행하면서 기존에 매립된 대규모 생활쓰레기 14만2000t을 공원에 재매립했다. ⓒ 독자 제공


광주광역시와 북구가 일곡지구 근린공원에 불법으로 파묻은 대규모 매립폐기물 처리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두 기관은 14만2000톤(t)에 달하는 매립폐기물을 이적 처리할 경우 600억 원대의 막대한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감당하기 어려운 이적 처리비용의 부담 주체도 불분명한데다 안정화 처리를 거쳐 존치하더라도 주민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20일 광주시와 북구에 따르면 한국토지개발공사(LH 한국토지주택공사 전신, 이하 토지개발공사)는 1994년 11월부터 1995년 2월 사이 일곡택지개발을 진행하면서 기존에 매립된 대규모 생활쓰레기 5만2000톤과 9만톤을 각각 일곡 제2·3근린공원 부지에 재매립했다.

당시 토지개발공사는 택지 조성 과정에서 나온 매립 생활쓰레기를 선별한 폐기물 16만톤을 운정동 위생매립장에 보내려고 시와 협의했으나 전량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회신을 받고, 반입이 허용된 도로개설 부지 폐기물 2만톤을 제외한 14만여톤을 자체 매립했다.

토지개발공사는 매립에 앞서 근린공원 부지에 위생매립장을 조성하기 위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승인을 냈으나 '공원 내 쓰레기 매립불가' 의견에 따라 신청을 취하했다.

결국, 현 근린공원 부지에 폐기물을 매립했다가 1995년 검경의 수사로 토지개발공사는 기소유예 처분을, 시공사인 금호건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광주시는 2018년 11월 제3근린공원에 청소년 시설 건립공사를 진행하던 중 지하 4~11m 지점에서 대규모 매립폐기물을 발견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지난해 7월 중간 결과 발표에서 지하수의 오염도와 침출수·매립가스 성분, 매립폐기물·선별토사 성상분석, 토양 내 다이옥신 농도 등이 모두 법적 기준치 이내였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불법투기와 불법매립에 대한 관리 감독권한을 가진 북구청은 자체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광주시와 LH의 협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광주시 또한 매립지 내 복토와 차수막 설치, 가스 및 침출수 처리시설 설치 등 안정화 작업을 거친 LH의 입장과 북구청,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나 뚜렷한 방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법적 검토를 거쳐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LH에 원상회복을 명령할 수는 있지만 매립된 지 30여년이 지난 데다 막대한 처리비용 부담과 오랜 처리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환경·교통 문제가 있어서 실효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광주시청과 북구청,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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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9월 '일곡지구불법매립쓰레기제거를위한주민모임'이 회원들이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독자 제공

  
또 이적 처리에 대한 주민 요구가 거셀 경우 '선 이적 처리, 후 구상권 청구'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법적 책임 시한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가장 현실적인 처리 방안은 현 매립지에서 안정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그대로 존치하는 방안이지만 최근 주민들이 새로운 대책위를 꾸리고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 설득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보니 광주시와 북구청은 '의견 수렴'이라는 명분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주민들 의견이 모아지길 기다리고 있다. 불법 폐기물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북구청에 있어서 그쪽에 문의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사안이 민감해서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 현재 광주시와 LH가 협의를 진행 중이어서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답변했다.
 
#일곡근린공원 #매립폐기물 #LH #토지개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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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통신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와 제휴·광고 문의는 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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