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새만금에서 본 '희망', 이것이 현실이 되려면

[르포 - 새만금 갯벌 현장 답사②] 새만금 소생 가능성을 좇다, '해수유통' 확대 필요성

등록 2023.03.21 12:24수정 2023.03.23 10:42
0
원고료로 응원
a

신시갑문. 이를 통해 해수가 유통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새만금 현장 답사기(수달 발자국, 새들 날갯짓 ... 새만금 방조제 속 살아있는 갯벌)의 무대인 수라갯벌을 뒤로 하고 새만금 방조제를 따라 고군산군도로 차를 몰아 군산 쪽 갑문인 신시갑문에 도착했다. 신시도 남쪽 사면에 들어선 신시광장에서 서 보면 신시갑문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이 갑문을 통해서 해수가 유통된다.

2020년 12월부터 해수를 유통하기 시작했다. 방조제 완공 후 수많은 생물들이 집단 폐사했다. 특히 강바닥 생물체인 조개류의 집단 폐사가 극심했다. 이에 수질 회복을 기대하고 갑문을 열어 해수를 유통시키고 있지만 생물 폐사를 막지를 못하고 있다는 게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단장의 설명이다.

'염분 성층'으로 생겨난 '데드존'을 막으려면 수문을 더 열어야

오 단장은 갑문을 관리하고 있는 농어촌공사가 '한달 30일 중 관리수위를 –1.5미터 유지하기 위해서 10일은 수문을 닫아둔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 결과 성층화 현상이 일어나서 물에 층이 생긴다고. 그는 이를 '염분 성층'이라고 했다. "이곳 새만금과 같은 식의 시화호나 금강하굿둑과 같이 각 강의 하굿둑 등 바닷물 담수호에 주로 생기는데 밀도차에 의해 염수와 담수가 구분이 생기고, 밀도가 높은 염분이 가라앉아 혐기화해서 강바닥이 썩는다"는 설명이다.
 
a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에서 낸 보도자료. 염분 성층으로 인한 데드존에 대한 설명이 잘 담겨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오 단장은 "새만금에선 지금도 수심 4미터 이상 되는 곳에서 일명 '데드존'이 생겨나 저층 생명들은 지금도 여전히 죽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를 막기 위해 "관리수위를 없애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수문을 완전 열어서 자연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하고 물 순환이 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 단장은 차선책으로 "지금 –1.5미터로 유지하고 있는 새만금 내해 관리수위를 –1미터나 –0.5미터로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 해수 유입이 더 많아지고 그로 인해 염분 성층이 사라져 일명 '데드존'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화호도 성층화로 썩었다. 바다에 산소가 부족해서 생물들이 죽었다. 염분 제어가 안되기 때문에 수문을 다 열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오동필 단장의 말이다. 

"수질을 이야기할 때 COD, BOD도 중요하지만 생물이 살 수 있는 수심별 산소요구량도 중요하다. 표층에는 산소가 많지만 성층화 현상(염분 성층)으로 혼합되지 않기 때문에 저층수는 혐기화해서 썩는다. 그래서 수심별 DO 농도가 아주 중요하다. 새만금 마스터플랜이 여러번 바뀌었다. 새만금도 환경적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수라갯벌처럼) 원형 갯벌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방안에 세워야 한다."


그의 주장처럼 염분 성층으로 인해 데드존이 확산하면 생물 집단 폐사를 막을 길이 없게 된다. 그래서 열흘 이상 수문을 닫는 것을 즉각 중단하고 수문을 계속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a

내부 준설을 통해 매립이 이루어지고 있는 새만금 매립지 공사 현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는 내부 준설 또한 시급히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부터 내부 준설을 해서 그 준설토로 매립을 하는데 이 준설로 인해서 수심이 깊어지고 그곳에 염분 성층이 생겨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내부 준설을 중단하고, 수문을 더 열어놓으면 해수가 더 풍부해져 새만금 수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게 오 단장의 주장이다.

'공존의 하모니' 해창갯벌

필자는 신시갑문을 뒤로 하고 새만금 방조제 위 77번 국도를 타고 부안쪽으로 계속 달렸다. 33km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의 위용은 대단했다. 끝없이 펼쳐진 방조제를 내달려 또 하나의 갑문인 사력 갑문에 다다랐다.

각각 대략 100여 미터 길이의 신시갑문과 이 사력갑문을 통해서 바닷물이 들고 나간다. 33km에 비하면 협소한 갑문이지만 이 갑문이라도 계속 활짝 열려 있길 희망하면서 부안 해창갯벌로 향했다.
 
a

새만금 외해 쪽에 자그마한 규모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해창갯벌에서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뻘밭에서 뭔가를 캐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a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해창갯벌에서 한 관광객이 조개를 캐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기우는 해를 오른편에 두고 계속해서 차를 몰아 해창갯벌에 도착했다. 외해 쪽에 자그마한 갯벌이 펼쳐져 있고 그 안에서 적지 않은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뭔가를 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삼삼오오 혹은 홀로 열심히 갯벌을 파고 있었다. 동죽과 생합과 같은 조개들을 캐기 위해 모인 것이다. 모습이 장관이다. 그 옆에서 갈매기와 멸종위기종 검은머리물떼새가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룬 한폭의 그림이랄까. 
 
a

갯벌과 새와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해창갯벌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a

낙조 빛을 받고 새들이 뻘밭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한폭의 그림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조가 드리우고 낙조빛을 받으면서 사람과 새들이 함께 어우러진 이곳이 바로 해창갯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해창갯벌엔 방조제가 만들어져 이 갯벌은 외해쪽에만 그 갯벌의 명맥을 좁게 유지하고 있었다.

내해쪽 해창갯벌은 이미 습지화가 이뤄져 갈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이 염습지 해창갯벌도 중요하다는 것이 오동필 단장의 설명이다. 수라갯벌처럼 또 어떤 생태계가 펼쳐져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 단장은 "내해 쪽 갯벌의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고, 그 갯벌의 생태조사를 통해 어떤 생태계가 그곳에 펼쳐져 있는지를 살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새만금 갯벌은 여전히 살아있다... 희망 놓지 말아야

그렇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현재의 상태에서도 살아있는 갯벌이 있으니 그 갯벌을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수 유통을 더욱 확대하면 서 갯벌을 소생시켜야 한다.

갯벌이 소생한다는 건 결국 새만금이 소생한다는 것과 같다. 이것이 더욱 확대된다면 새만금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먼 훗날엔 새만금 방조제가 애물단지로 전락해 '방조제를 허물고 갯벌을 복원하자'는 요구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것의 실현을 위해선 현지에서 노력하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같은 이들의 활동이 중요하다. 현지에서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조사를 통해 새만금 갯벌 상태를 계속해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이들의 활동에 많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이유다.
 
a

해창갯벌에서 만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검은머리물떼새.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수라갯벌에 살고 있는 무수한 생명들이 습지화 된 해창갯벌에도 고스란히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존재를 확인한다면 생명 보호를 위해서 해수 유통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그렇다. 새만금 갯벌은 여전히 살아 있다. 우리가 쉽게 포기했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사실을 확인했다면 목숨이 붙어 있는 새만금을 지킬 필요가 있다. 그 안에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a

이명박 전 대톨령의 새만금 방조제 준공 기념 휘호가 새겨진 비석. 새만금 대한민국 녹색희망이라고 씌여져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신시갑문이 있는 신시광장에 가면 새만금 방조제 준공 기념탑이 있다. 그 뒤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휘호가 새겨진 비석이 서 있다. 2010년 방조제 준공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곳에 들러 남긴 것으로 "새만금 대한민국 녹색희망"이란 휘호가 새겨져 있다.

4대강 사업의 주역인 이명박씨의 흔적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그가 새만금 방조제 역시 업적으로 삼고 싶었을 것 같다. 현장을 둘러보면 공사에 참여한 이들의 명단까지 함께 있다.

정말 새만금에 희망이 있으려면 수문을 더 열어야 한다. 해수가 더 널리 더 오래 유통된다면 수라갯벌과 해창갯벌이 이전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 경사도가 특히 낮은 이들 갯벌에 바닷물이 조금 더 유입되면 염습지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갯벌이 복원된다. 
 
a

영화 수라 대구 시사회 포스터. 4월 11일(화) 오후 7시 CGV대구아카데미. ⓒ 이명은

   
복원의 역사를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영화 <수라>가 흥행해 많은 국민들이 새만금 방조제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수라갯벌과 해창갯벌을 만나기 위해서 발걸음을 재촉하길 기대한다.

이것이 꿈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 4월 11일 있을 영화 <수라> 대구 시사회에 많이들 오시라고 목소리 높이며 새만금 답사기를 마무리한다. 언제가 새만금 방조제가 무너져 동서로 나뉜 해창갯벌이 어지고, 부안의 해창갯벌과 군산의 수라갯벌이 더 길게 이어질 그날을 희망하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간 낙동강과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강 하구를 막은 최악의 토건 삽질인 새만금 방조제 공사 또한 4개강 삽질 못지 않다. 새만금 또한 다시 복원돼 부활하는 역사를 희망해본다.
#새만금 #해창갯벌 #염분 성층 #신시갑문 #이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