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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손님 만나기 위해... 새벽 4시 출근하는 빵집 사장

10년간 이웃에게 빵나눔 해온 용인 바오밥나무 과자점 윤현철 오너 셰프

등록 2023.03.21 11:09수정 2023.03.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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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나무 과자점 윤현철 오너 쉐프 ⓒ 용인시민신문


혹독했다. 아니 잔인했다 지난 2년은. 그렇다고 멈출 수 없었다. 새벽 5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 가게 앞 생활폐기물을 수거하기 위해 찾는 분들도, 아동센터 등 복지시설과 함께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에서 바오밥나무 과자점을 11년째 운영하는 윤현철(47)씨는 누구보다 이른 시간인 오전 4시가 조금 넘으면 가게로 나선다. 20년 직장생활에서 익힌 기술로 제빵은 직접 한다.


먹음직스러운 빵이 가게에 진열될 즈음이면 해는 밝아오고, 손님이 한 명 두 명 찾는단다. 개업 이후 제법 찾던 손님들은 3년 전 코로나19 여파로 절반 이상 줄었단다. 그러나 윤씨는 우직하게 가게 문을 열고, 빵을 만들었다. 살기 위한 수단이며, 기다리는 이웃과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는는 개업 직후부터 줄곧 인근에 자리한 복지시설과 새벽길 환경을 책임지는 미화원과 빵을 나누고 있다.

"빵은 그날 만든 것이 가장 맛있거든요. 그래서 하루를 넘기기 전 주변 아동센터와 미화원분들과 나눠요. 특별히 의미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뭐랄까, 그냥 남는 빵을 이웃과 함께 나눠가지는 것 정도입니다."

그는 남는 것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라 말하지만 왜곡이다. 빵을 만들 때부터 나눠줄 요량이었다. 2년 넘게 장사가 고만고만해졌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지만 제빵 양을 줄일 수 없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향인 충북 제천을 떠나 용인에서 11년째 생활하고 있는 윤씨는 이제 용인을 고향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이웃과의 소통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처음에 푸드뱅크를 통해 나눴는데 아무래도 지역 장사잖아요. 이웃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만든 빵이 필요한 주변 시설을 찾아 후원하고 있어요."

소문은 빠르다. 알음알음 가게를 찾아오는 이웃 중에는 후원을 해줄 것을 희망하는 복지시설도 있지만 당장 쉽지 않단다. 이미 나눠줘야 할 곳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매주 찾아가야 할 곳도, 챙겨야 할 이웃도 이제 제법 되다 보니 새롭게 누군가를 챙긴다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빵을 더 만들어야 하는데 장사라도 잘 되면 좋겠지만 코로나로 여전히 힘들거든요."

아낌없이 이웃에게 주고 나면 아쉽지 않냐는 물음에 윤씨는 단호하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다. 헐값이라도 파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물음에도 역시 단호하다.

"하루가 다 지나갈 때쯤 가격을 낮춰 팔면 몇 푼이라도 벌겠죠. 근데 그렇게 장사하면 그 시간에만 손님이 와요. 제가 열심히 만든 빵인데 제값 주고 맛있게 드시는 게 좋잖아요. 나눈다는 게 전혀 아깝지 않아요. 간혹 빵 한두 개 사고는 은근히 '공짜'를 바라시는 분이 계시는데, 솔직히 그런 분이 얄밉죠."

이웃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말에 수줍은 웃음을 보이던 윤씨는 새벽 일찍 가게를 나서는 순간을 이야기한다.

"힘들지만 10년을 훌쩍 넘게 해온 일이죠. 새벽에 길에서 만난 분들에게 처음 빵을 건넸을 때 쓰레기인 줄 아시고 치우시던 모습이 생각나요. 하지만 이제는 반갑게 인사를 할 정도죠. 그게 정인 것 같아요. 이웃끼리 그렇게 지냈으면 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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