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교육청이 학교급식 조리실 작업환경을 측정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경북교육청
이런 문제가 터질 때마다 비난의 화살은 급식실에서 일하는 영양사·조리사에게 쏟아졌다. 대책 마련도 초점이 그들에게 맞춰졌다. 이번 나의 기사도 다르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실급식의 근본 원인이 그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영양 만점의 풍성한 식단과 정성스런 조리, 친절한 배식을 요구하기 이전에 학교급식시스템 속에 숨어있는 많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최근 전국 14개 시·도교육청 급식종사자 2만 4065명의 검진 결과, 폐암의심증상을 보인 종사자는 139명이었고, 이 중 31명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무거운 대형 조리 기구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종사자는 태반이다.
이들은 학교급식실 적정인력 충원, 환기시설 개선, 폐암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러한 고통에는 애써 눈 감고 귀를 닫은 채 질 좋은 서비스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대전 급식예산 초등 3800원, 중등 4800원, 고등 5000원
이뿐인가? 올해 대전지역 학교급식 단가는 지난해보다 9.6%가 인상됐다. ▲초등학교 3500원에서 3800원 ▲중학교 4300원에서 4800원 ▲고등학교 46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전년 대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8%보다 두 배나 올랐으니 수치상으로는 넉넉해 보인다.
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4.8%가 아니다. 지난 14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풋고추와 청양고추(10kg) 가격이 지난 해 대비 119% 상승했다. 대파는 30% 넘게, 양파는 3배나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무, 오이, 호박 등 할 것 없이 식재료 가격이 치솟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아무리 단체급식이라고 해도 초등학생 기준 3800원의 단가로 1끼의 식사를 영양 많고 푸짐하게 제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오늘 내가 먹은 점심 메뉴는 갈비탕이었는데 무려 1만 4000원이었다. 식후 한잔 해야지 하며 마신 아이스아메리카노는 4000원.
그런데 3800원으로 얼마나 풍성한 식탁이 제공되리라 기대하는가? 그 어려운 것을 급식 종사자들에게만 떠맡겨 놓고 '왜 이렇게 부실한가', '다른 학교는 잘 하는데, 왜 너만 못하느냐'고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무거운 이유다.
요즘 상급학교 진학할 때 아이들의 선택 기준은 '급식'이 우선순위라고 한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급식맛집'이라고 부르며 자랑하기도 한다. 또 이런 말도 들었다. '교육 못하는 것은 아무 말 없는데, 급식 못하면 난리 난다'. 우리 아이들에게, 또 학부모들에게 학교급식은 그만큼 민감한 주제다.
3800원짜리 예산에 각종 직업병에 노출된 급식 종사자들. 그런데도 '꿈의 급식'을 바라는 게 가당키나 한지 입이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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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0원짜리 초등학교 급식... 이러고도 '꿈의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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