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원정의 마무리, 새로운 도전의 시작

자전거 원정대가 가지고 돌아온 것, 그리고 해내고 싶은 것

등록 2023.03.24 13:47수정 2023.03.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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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유 광장의 파리시민들 바스티유 광장은 광장 주변을 도는 차로로 인해 고립된 광장이었으나 보행자와 자전거의 접근이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본연의 광장의 지위를 되찾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은 양방향의 자전거 도로를 통해 오가는 파리시민들 모습이다. ⓒ 김길중


8박 10일이라는 여정을 통해 깊은 영감을 가지고 돌아왔다. 몇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이 실제 가능하구나. 우리에게 미래일 수 있는 모습이 이들에겐 과거가 되었고 현재라는 것이 매우 경이롭다. 그들의 현재이자 우리의 미래, 어떻게 실제의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영감을 얻고 돌아온 사람들은 일단 10인 10색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의회 이귀순 의원, 돌아온 지 1주일여 만에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했다. 광주시 광산구 신가동에서 518 민주광장 행사장까지의 17Km를 달린 소감을 적었다. "버스 타면 40분, 자동차로는 25분(안 막히면), 자전거로는 1시간 12분(천천히 달려)"이라고 적었다.

같은 광주의 최지현 의원은 돌아온 후 1주일에 한번씩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를 통해 이동하기로 마음먹었고, 실제 실천 중이라고 한다. 책을 몇 권 샀다고 한다. '자전거가 일상에서 더 가까워지고, 친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라는 설명을 붙인다. 구입한 책은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이란다.

원정이 끝난 지 20일이 지났지만 단체 대화방은 아직도 활발하다. 두 의원과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탄 경험과 무용담(?)을 쏟아낸다. 서울 다녀온 길에 따릉이를 또 한 번 탔다는 김성수 의원(전북도의회)이나 민원 현장을 자전거로 돌아본 이국의원, 광주의 명진 의원도 마찬가지다. 송영진 의원(전주시의회)은 "3년 만에 자전거를 세차했다"고 말하며, "올라갈 때 못 보았네, 내려올 때 보이네", "무언가가 달라 보인다"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허옥희 전 의원은 "주니어용으로 저의 체격에 맞는 자전거 하나 구해 보려고요. 환경운동연합 자전거 소모임 섬진강 라이딩에는 함께 달리겠습니다"라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한다.

스스로 자전거를 가까이 해보겠다는 이들의 노력은 지속될 수 있을까?


최지현 의원은 자전거 기행을 다녀온 뒤의 변화와 소감,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당장은 막막합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건네고, 또 듣고 있지만 쉽진 않아 보입니다. 어제는 시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고 타는 사람들이 늘어날까?'라고 회의적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도시의 변화를 꾀하는 게 어렵다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다만,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하고 단계에 맞게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할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자신이 자전거에
 익숙하고 친해지려 노력합니다. 결국 시민들의 생각을 들어가며 해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자전거 단체 사람들과도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 나갈 계획입니다. 함께 다녀온 의원님들과 상의해서 우선 당장 접근할 수 있는 일부터 챙겨보고자 합니다. 관련 조례를 먼저 찬찬히 살펴보고 고칠 점이 무엇인지 궁리해보려 합니다. 아울러 광주 지하철 2호선이 진행 중인데 지하철 및 버스와 자전거의 연계를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연구해보려 합니다. 돌아가면서 5분 발언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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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걸까? 당연한 걸까? 원정에서 돌아온 일행들은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가까이 접하고자 하는 노력부터 시작했다. 유럽에서 보았던 2층의 자전거 거치대가 우리 도시에도 있다는 정보가 교류되기도 한다. 막상 타보기 시작하니 쉽지 않고 어려운 도전이라는 소감도 나눠진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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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더 가깝고 친근해지도록" 광주시의회 최지현 의원은 유럽에서 돌아와 자전거 관련 책들을 몇권 샀다고 한다. 공부도 해야겠지만 우선은 '자전거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표현을 썼다.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도 그중 하나라고 소개한다. ⓒ 김길중

        
또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고민 중일까?

일정 중 송영진 의원은 하우턴에 유독 관심을 기울인 바 있다. 그는 아래와 같은 구상을 밝혔다.

"제 지역구이자 사는 동네인 혁신동(전주)은 비교적 자전거 타는 여건이 좋은 편이에요. 실제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편이고요. 한꺼번에 전주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지역 내 공동체(아파트 입주자회의 등)가 활발한데 자전거랑 친해지게 만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자전거를 즐기고 일상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부터 시작할까 싶어요.

프로그램을 잘 짜서 주차난이 심각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혁신이 진행되는 혁신동으로 바꿀 시민학교'를 만드는 거죠. 혁신동이야말로 자전거나 걸어서 이동이 가능한 15분 도시로 가능합니다. 자전거가 혁신동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 유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배우고 깨닫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국회 김성주 의원실 김진옥 보좌관은 보다 포괄적인 계획과 구상을 밝힌다.    
  
"후일담이나 소감, 그리고 부러웠던 것들에서의 영감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활성화한다고 해서 바로 좋은 도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안 해 온 게 아닙니다. 자전거 도로를 놓고서 고민하기도 했고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가자며 버스를 가지고도 고민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큰 맥락에서의 접근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대도시 파리의 변화를 부러워하면서 이달고 시장의 용기와 도전, 뛰어난 혁신가 카롤로스 모레노 교수의 아이디어 등을 단편적으로 보면 안 될 것 같고요. 일부 기술적인 제도와 시스템 등을 섣부르게 베껴보려는 식으로는 또다시 실패하고 좌절할 거란 걱정도 듭니다.

'좋은 도시'란 어떤 도시인지를 그려내 가야죠. 사회적인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경제적인 빈부의 격차에 관계 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접근하고 함께 점유하고 사용할 권리를 의제로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누릴 권리'를 사회적 화두로 잡아가야 합니다. 그런 연결에서의 핵심에 보행자와, 자전거, 버스 등 대중교통이 있다는 공감을 만들어 내야죠. 공유와 연결을 통한 혁신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한 용기와 도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도를 펼쳐놓고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부터 함께 시작해 볼 것을 제안드립니다. 우선은 원정에서 깊이 토론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포럼과 같은 형태의 논의와 연구, 제안을 이어나갈 후속 작업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또한 이를 확대할 조직도 준비해 가면 좋겠습니다. 물론 함께 했던 분들과 보조를 맞춰가야 하겠습니다. 보고 온 것들을 잘 정리해서 지역사회에 공유하고 '우리 도시에서 이게 정말 필요한 것이다'라는 정도의 공감을 형성할 자리를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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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의 마무리, 그리고 새로운 장도의 출발 원정대는 4월 22일 자전거의 날을 즈음해 '보고회 및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마무리 하기로 했다. 토론회의 제목은 '자전거에서 찾는 우리 도시의 미래 2023, 전주!'이다. 사진은 파리에서 첫 일정이었던 MDB와의 면담전에 찍었던 단체 사진이다. ⓒ 김길중

 
생각이 모아진 것일까?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 준비되고 있다. 

4월 22일은 행정안전부가 기념일로 지정한 자전거의 날이다. 이 날을 전후해 특별한 '자전거의 날 맞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자전거에서 찾는 우리 도시의 미래, 2023 전주!'라는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자전거 원정대가 보고 느낀 것을 공유하는 자리이자 '우리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제안을 같이 공유하는 토론회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전북도의회, 전주시의회, 광주시의회 및 김성주 국회의원, 전주시 등과 함께 전북환경운동연합, 생태교통시민행동 및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의 민간단체가 공동의 주최자가 되어 준비하는 토론이다.

연수에 참여한 이들의 경험과 고민을 지역사회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모색하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국 자전거운동 네트워크'(전자넷)라는 조직도 함께 공동주최 측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위 토론회에 참여하게 되며, 별도로 '한국 사회에서의 자전거 운동이 나아갈 방향'에 관한 자체 토론과 전북 지역에서의 공동 라이딩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영감'은 적용 가능한 실행 계획으로 만들어졌을 때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런 길이 우리의 미래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무수하게 많았다. '그래서 무엇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면 그저 목적 없이 치러진 행사일 뿐이다. 

원정대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밑거름을 남겼다고 여기며 긴 연재를 마무리한다.
#자전거 원정대 #자전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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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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