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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구청장 성폭력' 고소인, 실명 피해담 출간

검경 '증거불충분' 처분 내려지자 결심...구청장 측 '명예훼손' 법적 대응

등록 2023.03.24 12:19수정 2023.03.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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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무개(37·여)씨의 성폭력 피해 주장을 담은 책 <보편적 서사> 표지. ⓒ 조씨 제공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둘 중에 하나, 밝히고 떠나든지, 침묵하고 남든지. 밝히면 떠나야 한다는 걸 안희정 사건은 증명한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위해 법정 진술했던 사람들조차 자신의 경력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 사건이 벌어지던 날부터 모두가 예상했던 일이었다." <보편적 서사> 본문 중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의 성폭력 가해를 주장해온 고소인이 검경 수사에서 증거불충분에 의한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자 피해 주장을 담은 책을 출판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산문체 형식의 책에는 지은이와 김 구청장은 물론, 성폭력 피해 주장과 수사 과정에 등장하는 국회의원, 단체장, 보좌관,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인물들이 실명으로 기술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고소인 조아무개(37·여)씨는 <오마이뉴스> 취재진에 성폭력 피해 주장을 담은 <보편적 서사>가 곧 인터넷서점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보편적 서사>는 조씨가 이혼의 아픔을 딛고 사회생활을 시작해 국회와 정치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 광주시장 선거캠프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주장, 그 이후의 삶을 18편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고 있다.

조씨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리고 당선자들의 임기가 시작된 지난해 7월 1일 김이강 구청장을 준강간과 피감독자간음 혐의로 광주경찰에 고소했다.

그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시기는 제7회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3월 초에서 선거가 끝난 6월 말 사이. 당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후보의 비서실장이었던 김 구청장의 추천으로 캠프에 들어와서 비서 업무를 수행할 때였다.

국회 인턴으로 일할 당시 의원실 보좌관의 소개로 김 구청장을 만난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연고가 없는 광주로 내려와 '후보 당선 이후 공직 임용'을 목표하고 있었기에 생사여탈권을 쥔 김 구청장의 요구를 들어줄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불기소 이후 낱낱이 밝히겠다고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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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광주 서구청 앞에서 김이강 구청장 피소 사건의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독자 제공


   
"사람들은 4년 만에 고소한 진의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내게 정치적 목적이 있을 거라고 수군거렸고, 내 배후를 궁금해했다. 사건을 공론화하겠단 결정은 나로선 나를 버리는 일과도 같았는데, 양반들은 정치적 목적이 있겠거니, 배후가 있겠거니 역시 양반다운 분석만 해댔다." -본문 중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직후부터 3개월여 동안 고소인 3차례, 피고소인 2차례, 대질신문 1차례 등의 조사를 벌였지만 증거 불충분에 따른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고소인에게 발송한 수사결과 통지서에는 준강간 혐의에 대해 발생시점이 4년 전으로 심신미약을 증명할 입증자료의 부족, 범행을 뒷받침할 피해자의 SNS 메시지가 포렌식에서 복원되지 못한 점, 참고인이 출석에 응하지 않아 범죄사실을 청취하지 못한 점을 무혐의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또 피감독자 간음 혐의는 김 구청장의 피감독자 지위와 무형적 위력은 인정하면서도, 고소인이 주변에 피해를 알리지 않은 점, 피해자 의사에 반해 위력을 행사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점 등을 들어 혐의가 없다고 봤다.

결국, 조씨는 경찰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했지만 검찰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조씨는 "가해자가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얘기를 접하고, 고소를 결심했었다. 4년이 흐른 시점에서의 고소를 두고 당선이 유력하니까 무엇을 바라고 그런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며 "긴 시간 고통 속에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던 개인사적 약점을 늘 의식했고, 수사기관에서 나를 완전히 까발리면서도 전략없이 억울함만 호소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불기소 결정이 나자 모든 걸 낱낱이 밝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피해자인) 내 걸음은 이렇듯 노상 한발씩 늦었다"며 "누군가 초라한 내 이야기를 자신의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그 또한 변화를 향한 작은 파동이므로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출간을 결심하기 전 개인 블로그에 해당 글을 연재해왔다. 현재는 출간에 따라 블로그 문을 닫았다. 김 구청장 측은 해당 블로그와 유사한 내용의 출판물 발행을 금지해달라며 이미 게재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김 구청장 측 변호인은 "조씨가 이미 개인 블로그에 허위 사실을 기재해서 의뢰인의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향후 출간이 된다면 이 부분에 대한 검토를 거쳐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피해자 변호사 의견서에 의하면 김이강과 피해자가 14살 차이가 나 피해자가 김이강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낀 사실이 없다고 하나, 피해자와 11살 차이가 나는 ○○○와 교제한 사실이 있는 점" <수사기관 불송치사유 중>
#보편적서사 #김이강구청장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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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통신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와 제휴·광고 문의는 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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