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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노동부 용역 "만성과로 기준, 주 48시간으로"

윤 대통령 제시 상한선 60시간→과로 위험...대한직업환경의학회 "산재 대폭 증가"

등록 2023.03.24 13:24수정 2023.03.2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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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노동 현장 종사자 초청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복지·노동 현장 종사자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2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 만성과로의 기준을 '3개월간 주 48시간'으로 정부에 제안했던 걸로 나타났다. 15년 전 노동부가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의 결론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서 4주 평균 64시간의 근로시간 준수를 강조하면서, 근로자의 건강권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홍보했다. 주 최대 69시간 근무를 허용하는 것이라는 비판과 반발이 일자, 윤 대통령은 상한선으로 '주 60시간'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상한을 둔 게 아니다'라고 번복하면서 정부 내 혼선이 거듭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나오는 모든 개편 방안이 무려 15년 전에 노동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제안한 만성과로 기준을 초과하는 것이다. '과로사 조장법'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15년 전 노동부 연구용역 "만성과로 기준, 주 48시간으로"

노동부는 지난 2008년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들에게 뇌심혈관질환 산업재해(업무상 질병) 인정을 위한 과로 기준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원종욱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그해 11월 최종보고서인 '뇌심혈관계질환 과로 기준에 관한 연구'가 노동부에 제출됐다.

보고서는 뇌심혈관질환의 과로 기준을 단기와 만성으로 나눠 제안했다. 단기 과로 기준은 발병 직전 1주 근무시간이 60시간을 초과한 경우고, 만성 과로 기준은 발병 직전 3개월간 근무시간이 월 209시간을 초과한 경우다. 월 209시간은 주 48시간을 의미한다.

연구진이 만성 과로 기준을 48시간으로 제안한 배경에는 과거 연구와 국내 산업재해 사례 자료 분석, 근로시간 분포 고려,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등이 있었다.

연구진이 검토한 1998년 일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11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 7~9시간 근무하는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2.94배 높았다. 또한 1999년 스웨덴 연구 결과는 주 5시간 이상 초과근무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년 이내 사망할 가능성이 2배라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또한 국내 산재 승인·불승인 사례를 검토하면서 "하루 적정 근로시간인 8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은 고혈압 또는 관상동맥질환을 크게 악화시켜 급성뇌혈관질환 내지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을 발생시키는 경우로 전통적인 의미의 '과로사'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연구 당시 장시간 노동이 산재 승인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는데, 연구진은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대학이나 산업안전공단 등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산업의학 전문의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35명의 전문의가 답변했는데, 3개월 만성과로 기준을 월 209시간(주당 48시간)으로 정하자는 의견이 51.4%였다. 월 225시간(주당 52시간)을 찬성하는 의견이 25.7%였다.

이 연구는 뇌심혈관질환 산재 인정 기준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고용노동부의 관련 고시에는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할 기준으로 '12주 평균 주 60시간(4주 평균 64시간) 근무'가,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평가할 기준으로 '12주 평균 주 52시간 근무'가 포함됐다.

정부의 연장근로 총량관리안은 연장근로를 분기 단위로 관리할 경우 주 50.8시간, 반기 관리시 주 49.6시간, 연 관리시 주 48.5시간인데, 모두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들이 15년 전에 제시한 만성과로의 기준 '3개월간 주 48시간'을 초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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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뇌심혈관계질환 과로 기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들은 산업재해 인정을 위한 만성과로 기준으로 월 209시간(주 48시간)을 제안했다. ⓒ 고용노동부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산재 대폭 증가시킬 것... 개편안 반대"

산업재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21일 입장문을 발표한 대한직업환경의학회가 대표적이다. 의학회는 직업환경의학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표하는 학술 공동체다. 이곳은 영문 국제학술지 <AOEM(Annal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을 발간하고 있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자격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의학회는 "건강문제와 관련해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방안은 뇌심혈관질환 업무상질병 판정기준에 따른 뇌심혈관질환 산업재해를 대폭적으로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은 뇌심혈관질환 이외에 노동자들의 다른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장시간 노동의 경우 우울 및 불안 등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며, 노동자의 집중력 저하 등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야간노동과 결합되는 경우 암을 유발하는 등 다양한 건강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잘 알려진 학술적 사실이다."

의학회는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대한직업환경의학회는 수많은 연구와 역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장시간 노동과 불필요한 야간 노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제안해왔다. 정부의 장시간 노동을 증가시키는 근로시간 개편방안은 노동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므로 대한직업환경의학회는 이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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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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