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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벌써 가냐'던 대표 생생" 이정식이 받은 과로 증언들

[현장] 청년유니온, 청년노동자 222명 설문조사 전달... 면담 하루 전 '비공개' 통보 항의도

등록 2023.03.24 13:46수정 2023.03.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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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15∼39세 청년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참석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 연합뉴스

 

"입법예고 전에 왜 다양한 현장 시민들의 목소리를 수렴하지 않았나 지적이 있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그 부분은 인정하고 질책을 받겠다고 했다."

24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이 장관의 '잘못 인정' 소식을 전했다. 청년유니온은 15세~39세 노동자로 이뤄진 청년 노동조합이다. 

1시간 면담, "하루 전 전면 비공개" 통보에 청년유니온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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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9세 청년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 연합뉴스


지난 6일 '최대 주69시간 근로시간개편안' 발표 이후 청년층은 물론 정치권 등 전방위적 비판에 직면한 이정식 장관은 'MZ 노조'로 알려진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에 이어 청년유니온과 면담을 이어가면서 여론 진화에 애쓰고 있다.

그러나 '지각 소통'이라는 비판은 면하기 힘든 모습이다. 김설 위원장은 간담회 직전 진행한 긴급기자회견에서 "노사 참여를 배제한 채 연구자 12명이 고작 5개월 회의로 내린 안을 행정부가 그대로 받아 입법 처리를 하겠다는 게 적절한가"라면서 "오늘 같은 간담회를 입법 발표 전에 마련하지 않은 것 또한 그렇다"라고 말했다.

'불투명 소통'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청년유니온은 주초 고용노동부로부터 모두발언과 의견 전달 등 일부 현장을 언론 공개하기로 전달받았으나, 바로 전날인 23일 현장을 전부 비공개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설 위원장은 "하루 전 전면 비공개라고 해 당황스러웠다"면서 "(고용노동부 측에서) 소통에 차질이 있었던 건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육아는 몰아서 할 수 없잖아요"... 설문조사 속 청년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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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노조인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날 예정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관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든 상자를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식 장관은 이날 청년유니온이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청년노동자(15세~39세)를 대상으로 진행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받았다. 20대가 89명, 30대가 126명 포함된 조사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사전에 전달했고, 이 장관이 읽어왔다"면서 "(이 장관은)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강조하며 공짜 야근을 확실히 근절시키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 장관은) '길게 일하고 길게 쉬게하는 것이 현장에선 어렵다는 것은 알겠다'면서, '(근로시간 저축제도는) 방향성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라는 말을 했다"면서 "(청년유니온은) 근로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노동주체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되겠냐 정도의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에게 전달된 청년 노동자들의 '과로 증언'은 대부분 근로시간 확대에 대한 두려움과 비판에 집중돼 있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1987년생 청년 노동자는 "주52시간제였을 때도 52시간이 지켜지지 않았는데, 주69시간으로 바뀌면 인원을 더 뽑지 않고 특정인에게 일을 몰아줄 것이고, 주말까지 일 시키는 것을 회사가 당연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93년생으로 30인 미만 기업에서 미디어문화업에 종사하는 한 노동자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새벽까지 일하는 날이 잦은데, 법 테두리가 있어도 무시하고 무리하게 업무를 강행한다"면서 "새벽 3시에 퇴근하려는 제게 '벌써 가냐'고 묻던 대표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은 몰라도, 육아는 몰아서 할 수 없는 거잖아요."

1994년생인 한 노동자는 근로시간 개편 문제를 자신이 처한 육아 현실과 연결시켰다. 그는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내 가정, 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하루 단위에서 내 삶을 보장받으며 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주69시간 #근로시간개편 #청년 #이정식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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