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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빛 금호강에서 '수달의 집' 발견하다

고라니 뛰고 원앙 날아... 봄풍경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

등록 2023.03.25 17:55수정 2023.03.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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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월습지의 새봄. 연초록으로 완전히 물들었다. 이망때 강의 가장 아름답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3월 25일 새봄을 맞아 금호강을 찾았습니다. 꽃샘추위로 구름이 끼고 날도 제법 쌀쌀했지만 새 생명이 약동하는 시기에 강을 찾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맘때 강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강변 버드나무들에 새순이 올라와 연초록빛으로 강을 물들일 때야말로 강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아닌가 합니다. 연초록빛으로 물든 강 그리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야생이 친구들.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고 싶어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연초록으로 물든 반야월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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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물이 올라 연초록으로 빛난다. 금호강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금호강 반야월습지을 찾았습니다. 금호강 대구 구간 42킬로미터 중에서 가장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 중 한 곳입니다. 여울이 많고 하천숲이 잘 발달해 있어서 여러 다양한 물고기에서부터 시작해 고라니, 수달, 삵과 같은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에 원앙과 흰목물떼새 같은 역시 법정보호종 새들까지 다양한 야생의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전 8시 반야월습지에 다다랐습니다. 습지의 왕버들 군락은 연초록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연초록빛으로 물든 강변 너머로 아파트가 숲을 이룬 모습이 참으로 이질적으로 보입니다. 하천숲과 아파트숲이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어찌 달리 보면 공존의 상징으로 읽히기도 할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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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숲의 연초록 넘어로 아파트숲이 보인다.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공존의 상징인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전날 비가 온종일 내려서 강물이 제법 불어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물길이 깊어 가슴장화를 입었지만, 허리춤까지 물이 차올라 강을 가로지르기 힘에 겨워 결국 하천숲으로 들었습니다. 초록의 물결이었습니다. 바닥은 풀들이 자라서 완전 녹색이고 버드나무는 연둣빛으로 물들어 초록과 연둣빛의 조화로운 풍경을 연출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초록빛에 깊이 중독된 채 한참을 걷다 보니 저 앞에서 뭔가 휙 튀어 나갑니다. 고라니였습니다. 낯선 이방인의 발걸음에 놀라 한가롭게 풀을 뜯던 고라니 세 식구가 저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지. 그래도 한 녀석은 카메라로 담는 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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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방객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고라니가 튀어 달아납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천연기념물 원앙과 멸종위기종 흰목이와 꼬마

하천숲은 다시 물길과 이어집니다. 물길이 이어지는 저 앞 여울에 새들의 무리가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청둥오리와 천연기념물 원앙입니다. 그 아름다운 자태를 보고는 행여나 날세라 퍼뜩 카메라로 담아봅니다.

이 예민한 녀석들은 옆의 청둥오리와는 다르게 날아가 버립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지. 안타까워하며 다시 길을 채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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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원앙 가족이 청둥오리와 함께 잡혔다. 그러나 이내 날아가버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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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이 날아올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여울을 벗어나자 이번에 자갈밭입니다. 자갈밭에서 작은 뭔가가 움직입니다. 조금 다가가 자세히 봤더니 새입니다. 새 중에서도 목에 흰 목도리를 한 법정보호종 조류 흰목물떼새입니다. 녀석은 아주 우아한 자태로 전방을 주시한 채 고개를 한 번씩 끄덕이며 그 자리를 사수합니다.


저 멀리서 똑같아 보이는 녀석이 날아왔는데, 자세히 보니 이번엔 '꼬마'였습니다. 꼬마물떼새 두 마리가 연애라도 하는지 나란히 날아와 서 있습니다. 곧 꼬마나 흰목이는 포란에 들어갑니다. 그때가 되면 또 물새알 찾기 놀이를 곁들여야 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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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밭에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멸종위기종 흰목이(흰몰물떼새). 금호강엔 흰목이게 제법 많이 보인다. "꼬마"가 더 귀한 거 같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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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목이와는 다른 꼬마. 눈 주변을 보면 다름을 알 수 있다. 꼬마가 흔하고 흰목이는 멸종위기종이라서 곧 사라질 수도 있다. 꼬마와 흰목이를 구분할 수 있는 제일 큰 보인트는 눈 주변이다. 꼬마는 눈 주변이 짙은 노랑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녀석들과 헤어지고 다시 강 속을 걸었습니다. 여울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세차게 강물이 흘러갑니다. 한가운데 작은 버드나무숲이 마치 요새처럼 들어서 있습니다. 버드나무와 장마에 흘러온 나뭇가지 더미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야생동물이 집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싶어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오매불망 수달의 집 발견

놀라웠습니다. 그곳은 바로 수달의 집이었습니다. 속으로 통하는 굴이 있고, 그 굴 앞에는 온통 수달의 배설물입니다. 그 모습이 신기해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오매불망하던 수달의 집을 드디어 목격한 것입니다.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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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집 발견, 저 앞에 굴이 두 개 뚫려 있다. 수달이 드나드는 출입구들이다. 굴 주변엔 온통 수달 배설물이다. 이곳이 수달의 집인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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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엔 잉어 뼈만 앙상히 남았고, 저 많은 배설물을 보라. 이곳이 수달의 집인 결정적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 작은 섬을 빙 돌아가면서 관찰했습니다. 반대편에도 수달은 흔적은 있었습니다. 커다란 잉어 뼈가 덩그러니 놓였고 그 옆에는 아까 봤던 것보다 더 많은 배설물이 쌓여 있습니다. 양으로 봐선 한 마리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정보호종 수달은 이렇게 강에서 목숨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굴 안에 녀석은 쉬고 있을 것입니다. 행여나 놀랄까 봐 서둘러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오면서 무인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녀석의 모습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게 생겼습니다. 그 안에서 녀석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다려집니다. 그 모습은 다음 편에서 보여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초록빛 봄의 전령들이 불러들인 새봄맞이 금호강 모니터링은 마무리됐습니다. 긴 구간을 걸은 것은 아니지만 금호강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보았고 그 안에서 적지 않은 금호강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금호강은 그들의 공동의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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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융단이 깔리고 그 위에 버드나무가 연초록의 새순을 피운다. 초록 아름다움의 수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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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새야 방울새야 쪼로롱 방울새야. 방울새가 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공존의 집 금호강에서 녀석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고라니야, 원앙아, 흰목물떼새야, 청둥오리야, 꼬마물떼새야, 흰뺨검둥오리야, 물닭아과 방울새야. 그러나 오늘 무엇보다 큰 수확은 수달의 집을 발견한 사실입니다.

수달의 집을 찾았으니 이제 수달의 특징을 잘 살필 수 있게 됐습니다. 설치해둔 무인 카메라에 녀석의 행동 양식이 고스란히 잡히겠지요. 그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사랑스럽습니다.

그 유쾌한 상상을 하면서 강변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다시 강을 따라 내려가며 걷습니다. 다시 물떼새들을 만나고 이윽고 복사꽃도 만났습니다. 막 꽃망울을 터트린 연분홍빛 복사꽃이 연초록빛 금호강 옆에서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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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서 막 피어난 복사꽃 연분홍 복사꽃과 연초록빛 강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 모습이 봄풍경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렇습니다. 이맘때 강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어서 강으로 달려가 볼 일입니다. 그 연초록빛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그 연초록빛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풍덩 해보시면 귀한 야생의 친구들 또한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녀석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주시길. 

"야 반갑다, 금호강의 친구들아!"

그런데 이 친구들이 대구시가 계획하는 각종 금호강 개발사업으로 지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 소식은 다음 편에서 일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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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톤 연초록빛으로 물든 금호강 반야월습지. 이 속엔 다양한 야생의 친구들이 살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수달의 집 #금호강 #흰목물떼새 #원앙 #금호강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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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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