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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법 리스크, 민주당 위기의 본질 아냐"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권지웅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

등록 2023.03.26 18:25수정 2023.03.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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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 동의안이 부결되었다. 사실 체포 동의안 부결은 대체로 예상하던 것이었고,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은 민주당 의석에 플러스알파로 '압도적 부결'을 전망했다.

하지만 표결 결과 30명 넘는 의원의 이탈표가 나왔다. 민주당은 이내 내홍에 빠졌고,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또,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의 극렬 지지층은 비명계 의원에게 문자 폭탄 보내고 찬성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내홍을 청년 정치인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22일 권지웅 전 민주당 비대위원과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해 질문했다. 또,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권한쟁의 심판 청구 기각에 대해서도 추가로 물었다. 다음은 권 비대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검찰이 정치를 해도, 민주당은 다르게 대응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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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웅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2022년 7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2월 27일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부결 이후 민주당이 내홍에 빠졌는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일단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이재명 대표의) 부패 혐의가 있다고 (검찰이) 계속 주장해 왔는데 그런 내용들은 아직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마치 어떤 뇌물을 받았던 것처럼 언론에 이야기되었는데, 오늘(22일) 기소했는데 그 내용에 뇌물 관련한 건 빠졌어요. 아마 자신이 없었겠죠.

대장동 수사가 재작년 11월부터 시작됐거든요. 1년 반 동안 수사를 진행했는데도 그 항목에 대해서 기소를 못 한다면 검찰이 처음에 대선 불법 자금, 뇌물 사건이라고 이야기했던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검찰이 과도한 조치를 한 건 맞다고 생각하고요. 다른 측면에서는 검찰이 정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은 다르게 대응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은 해요."

- 어떻게 다르게요?


"예를 들면 이재명 대표가 선출된 이후, 민주당은 당의 (관련) 기구를 만들고, 당직을 가진 사람들도 아주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요. 검찰이 정치적으로 나온다는 걸 부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치더라도, 이런 전략은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가 되기 훨씬 이전에 있었던 사건이 마치 지금 민주당의 현안인 것처럼 이미지화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건 분리해서 이재명 대표께서 스스로 대응해야죠. 대표님의 억울함이 있다 치더라도, 당 기구가 깊이 개입하는 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 지도부 혹은 강성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표를 지키는 게 민주당 지키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의견이 다른 거죠. 이런 사안은 수사나 법원의 판단에 의해 분별할 일이지, 사람들이 같이 지지한다고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순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민주당이 명분 있게 자기 길에 가는 것이 민주당의 대표인 이재명을 지킨다고 생각했어요."

-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되어 영장 실질 심사를 받고, 법원에서 기각되었다면 민주당의 '정치 탄압'이란 주장이 더 힘을 얻을 수도 있는데 왜 부결시켰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사실 법원도 여러 요소에 의해 판단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민주당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수사를 안 받거나 재판을 안 받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수사에 응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로는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저는 부결시킬 명분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결함으로써 얻게 된 후과는 있죠. 어쨌든 정치에 의해서 수사의 한 과정을 멈추게 한 거예요. '뭔가 더 캥기는 게 있나, 법원에서 혐의 없음을 영장 기각으로 확인받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왜 그걸 국회 차원에서 거부했지'라는 의심을 받게 된 거죠. 저는 그 의심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부결이 필요했다고 하는 민주당의 판단도 존중합니다."

- 민주당의 일부 강성 지지층은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하기도 하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저도 그때 그 많은 의원이 '구속 재판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는 부결시키는 게 맞다'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했어요. 그래서 부결표가 압도적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아서 저도 놀랐죠. 그 놀라움은 누군가에게 분노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당혹스럽고 화나는 일일 수 있습니다만, 결과가 원하는 대로 안 나왔다고 해서 그 사람을 색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 강성 지지자들의 반발에 이재명 대표가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는데요. 한편으론 너무 늦은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좀 늦은 감이 있죠. 지도부에서 처음엔 그런 메시지를 안 냈잖아요. 저는 그런 메시지를 내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한발 더 나아가서 당원들에게 열정을 줄여달라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분들의 열정을 생산적으로 쓸 수 있는 공간 같은 걸 많이 만들어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말하는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무언가를 숙의할 수 있는 공간이죠. 당원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분들의 (활동을) 생산적 에너지로 돌리는 조치까지도 지도부가 고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재명 대표 기소에 대해 당무위에서 '정치 탄압'으로 규정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당무위 전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에 관해 어느 정도 합의한 게 있기 때문에 그 결과 자체가 놀랍지는 않고요. 지금 나와 있는 혐의로만 봤을 때 저는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선 지금 이와 같은 기소로 대표직이 정지돼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당무위의 판단 자체는 존중합니다."

-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하더라도, 일단 당무를 정지하고 1심 판결이 무죄로 나오면 복귀하는 게 모양새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지금 상황이 있어서 그런 판단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했던 조치 중의 하나가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을 구속하는 거였어요. 이들이 구속됐을 때 정말로 검찰이 뭔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었죠.

그런데 이번에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을 때 결국 (검찰이 대장동 일당에게 받기로 했다고 주장한 숨은 지분) 428억 부분은 아예 기소 내용에서 빠졌어요. 검찰은 일관되게 그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조차 못 하는 상황이 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기소했다는 것만으로 당 대표의 직무를 정지하는 게 맞다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혁신위에서 '기소시 당직 정지'와 관련한 당헌 80조 폐지 얘기가 나왔다 들어갔는데요. 

"당헌 80조 삭제까지 이야기가 일부에서 나왔던 건, 검찰이 정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라든지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기소 내용의 부실함을 보더라도, 수사해야 할 이유가 명백한 곳은 수사하지 않는 사례가 분명히 있고 수사할 이유가 애매한데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수사하고 있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민주당, 민형배 '위장 탈당'에 대해 인정, 사과해야"  

- 민주당이 어떤 말을 해도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저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 위기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민주당이 무엇을 주장하는지 국민들이 잘 알기 어려운 상태예요. 우리가 국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게 민주당 위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을 때 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계획을 촘촘히 짜고 나아갔다면 국민들이 '민주당이 잘 대응하네'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물론 국정조사도 진행하고 특별법 관련한 논의도 민주당이 주도해서 하지만, 그사이에 민주당이 약간 갈팡질팡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다른 예시로 화물연대 파업 당시의 대응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처음에 정부가 제출한 3년 연장안이 아니라 다른 걸 해야 한다고 주장했잖아요. 그럼,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아니면 그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가지고 움직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원희룡 장관이 표준 운임체를 제안하고, 그걸로 수렴돼 가고 있어요. 완전히 주도권이 뺏긴 상태죠.

물론 여당이 아니기 때문에 주도권을 완전히 가지는 건 어려워요. 그런데 최소한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는 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왜 실패했는지를 계속 고려하면서 그다음을 찾아나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이 인정해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의 해소만으로 민주당이 위기를 극복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전세 사기'인데요. 민주당은 민생을 강조하지만 이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간 민주당도 전세 사기 문제를 잘 못 챙긴 건 맞고요. 그런데 22일 민주당 차원에서 민생 4대 대책 관련 전세 사기 문제를 발표했고, 지금 챙기고 있어요. 이런 걸 계속 하면 국민들이 알아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토부를 넘어 기재부, 그리고 대통령실을 설득해서 특별법을 만들고 이 문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피해 구제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민주당의 존재 이유이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23일 헌재가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각하했죠.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법안 자체는 유효하다고 본 겁니다. 헌재는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에 문제가 있다고 짚었는데요. 민주당 의원은 위장 탈당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지금 해당 의원이 다시 복당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그냥 탈당한 거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의원이 탈당한 다음에도 지방선거 등에서 민주당을 지원하는 조치를 하거든요. 이런 것들을 봤을 때도 '당시 이 법안 통과를 위해 탈당을 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다음번에 안 그러겠다고 생각이 되죠. 우리가 앞으로도 그럴 게 아니라고 하면 저는 차라리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 지금 민형배 의원을 복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번에 헌재 판결이 나오자 '이 법안이 정당하고,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복당 논의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헌재 판결이 꼼수 탈당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헌재에서도 그 부분은 절차적 하자라고 판단했거든요. 해당 의원을 복당시키는 논의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당이 전체적으로 꼼수 탈당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고,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건지 다짐하는 과정에서 복당도 논의해 볼 수 있는 것이죠. 지금 복당을 주장하는 건 국민들에겐 '절차를 무시한 민주당'으로 보일 겁니다."
#권지웅 #민주당 #이재명 #당헌 8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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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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