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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기적,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곳

하늘에서 내려다 본 고성의 죽도는 돌고래를 닮은 형상

등록 2023.03.31 13:46수정 2023.03.3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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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도 섬을 떠나 돌아올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는 이렇게 시작한다.

대한민국 섬은 많은 애환과 고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국토에 비해 섬이 많다. 무인도 2876개와 유인도 472개를 합해 모두 3348개의 섬이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섬을 가진 나라이다.


섬은 남·서해에 몰려 있다. 남해안 일원에는 무려 23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 분포해 있다. 반면에 동해안의 섬이라고 하면 울릉도, 독도 외에는 특별히 알려진 게 없다. 강원도 사람조차도 강원도에는 아예 섬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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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도(드론촬영)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섬의 형상이 거북이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 진재중


강원도 동해안에도 크고 작은 섬들이 존재 한다. 고성군 화진포 앞바다 금구도(면적 2만7496㎡)에서부터 강릉 경포 앞 바다 오리바위 섬(면적 701㎡)까지 33개나 된다. 모두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지만, 그 섬만의 고유한 이야기와 생태자원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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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기적(2022.2) 드론 촬영 일년에 한두 번 죽도와 오호해변의 모래길이 열린다. ⓒ 진재중


강원도에서 제일 큰 섬이 있다.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해변 앞 바다에 있는 죽도(竹島)다. 죽도(竹島)는 '대나무가 자생을 했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면적이 5만292㎡에 달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오호리해변은 송지호해변으로 더 알려져 있다.

오호리해변과 죽도 사이는 일년에 한두 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해변 모래가 섬쪽으로 쌓이면서 모래톱이 형성된다. 이때는 걸어서 섬까지 갈 수가 있다. 동해안에서는 육지와 섬이 이어지는 장면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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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대나무가 자생해 죽도라 부른다. ⓒ 진재중


섬은 온통 화강암으로 되어 있어 파란 대나무와 하얀 바위가 조화를 이룬다. 죽도는 생태자연도 지질 경관 1등급으로 산림청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곳이다. 야광나무, 참싸리, 해당화, 갯방풍, 갯메꽃, 갯쇠보리 등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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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비경 해수부에서 2018년 해안경관지구로 지정 ⓒ 이성우


고성 죽도 일원은 국내 최고의 바닷속 경관과 생태계 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2018년 해중경관지구로 지정됐으며 해양수산부 '해양레저관광 거점' 시범 사업지로도 선정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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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형상(드론촬영) 큰 섬은 엄마 돌고래와 닮았고 아래 작은 섬은 새끼 돌고래를 닮은 형상이다. ⓒ 진재중


죽도는 가깝게는 설악산과 송지호, 맑은 날에는 멀리 해금강까지 볼 수 있는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은 아기 돌고래와 엄마 돌고래를 닮았다. 큰 섬이 엄마고 가운데 작은 섬이 아기다.

엄마 돌고래가 아기 돌고래를 보호하면서 파도를 헤쳐가는 모습 같다. 옛날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섬 이름을 지었다면 돌고래 섬이라고 부를 만한 형상이다. 지금부터라도 돌고래 섬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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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개발 고성군이 해상산책로 해중공원 등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진재중

 
고성군은 해양 레저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오호리 해변과 죽도를 잇는 해상산책로를 설치한다. 총 사업비 410억 원을 투입, 2023년 준공, 2024년 개통이 목표다. 해상산책로를 설치하면 죽도의 생동감 넘치는 자연경관을 관찰할 수 있는 탐방로와 송지호 해변의 바다·파도를 느낄 수 있다는 게 고성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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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해변 앞 섬 섬에는 다양한 환경을 품고 있고 그 고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 진재중


강원도 33개의 섬이 경쟁력이다. 그곳에는 다양한 이야기와 소중한 자연환경이 담겨 있다. 동해안은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해안가가 많이 훼손되어 왔다. 무인도 섬까지 망가트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잘 보전하고 관리하는 게 섬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돌고래가 자리를 떠나고, 대나무가 사라지고, 모세의 기적이 옛 추억으로만 남겨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동해안 섬 #죽도 #돌고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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