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짧아 달려 아저씨야!

등록 2023.03.27 10:14수정 2023.03.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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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풍경 산책로 ⓒ 정무훈


겨울에 등록한 피트니스 회원권에 먼지가 쌓여간다. 운동을 멀리할수록 뱃살이 점점 두툼해지고 있다. 역시 뱃살 빼기는 너무 어렵고 방심하면 한순간에 찐다. 새해에 시작한 운동에 다시 심각한 위기가 왔다. 봄이 왔으니 운동을 위한 새로운 결심이 필요하다.


'그래, 쉬운 달리기부터 시작해야겠다.'

햇살이 좋아져서 야외 운동하기 딱 좋은 계절이 왔다. 사실 운동은 모든 계절에 다 좋다. 오랜만에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공원으로 나선다. 달리기는 쉽게 도전해 볼 만 하다. 한때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흐뭇한 추억이 자신감을 고조시킨다.

'나도 예전에 달리기 좀 했었지.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볼까!'

공원에 도착해 몸을 풀고 자신 있게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운동장을 겨우 한 바퀴 돌았는데 숨이 점점 가빠진다.

'이 정도에 벌써 지치나? 아직 몸이 안 풀렸겠지.'


숨을 고르고 다시 운동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옆구리가 쑤시고 허리가 아프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숨이 차서 더는 못 뛰겠다. 마음은 이봉주 선수인데 몸은 곰돌이 푸가 된 느낌이다. 할 수 없이 달리기를 멈추고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달리는 사람보다 걷는 사람이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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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풍경 호수 ⓒ 정무훈

 
할 수 없이 천천히 걷다 보니 공원 안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나무에 연초록 어린잎이 귀엽게 올라온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잔디에서 공놀이를 하며 까르르 웃는다. 노란 개나리꽃과 분홍빛 진달래꽃이 파스텔톤으로 숲을 물들인다. 벚꽃도 벌써 꽃망울을 터트렸다. 밖에서 달리기를 시작한 것만으로 봄기운이 몸 안에 가득 채워진다.

'그래. 빨리 달리지 않아도 천천히 내 속도로 달리면 된다.'

목표를 과도하게 정하고 조급하게 운동을 하면 쉽게 지치고 포기하기 쉽다.

'시작이 반이다. 꾸준히 달리다 보면 더 멀리 달릴 수 있겠지.'

봄이 되니 평소 운동을 안 하던 친구들의 신기한 운동 소식이 들려온다. 등산을 시작한 친구, 테니스를 배우는 친구, 걷기 모임을 시작한 친구도 있다. 맞다! 주말에 집에서 빈둥거리며 소파에 누워 낮잠만 자고 있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일본에는 <밤을 짧아 걸어 아가씨야>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의 제목을 나의 상황에 맞춰 바꾸면 '봄을 짧아 달려 아저씨야'가 좋겠다.

공원을 걷는 사람들의 연령은 다양하다. 역피라미드 형태로 나이가 많을수록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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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풍경 ⓒ 정무훈

 
오늘의 목표는 운동장 다섯 바퀴를 도는 것으로 정했다. 천천히 뛰며 결국 목표량을 채웠다. 달리기를 시작한 나에게 보상을 주기로 했다. 가까운 편의점으로 달려가 냉장고에서 시원한 무알코올 맥주를 꺼내 벌컥 벌컥 마셨다. 땀 흘리고 마시는 무알코올 맥주는 청량감과 상쾌함이 입안에서 폭죽처럼 터졌다. 그동안 술자리에서 마신 숙취를 부르는 술과는 차원이 달랐다.

'맥주(무알코올) 마시는 즐거움에 내일도 달려야겠다!'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달리기를 시작했으니 요즘 유행하는 남자 운동 타이즈도 한 벌 사야겠다.'

역시 나는 운동보다 폼 나는 운동복이 더 좋다. 하하하.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와 다음 브런치에 싣습니다.
#정무훈 #중년 #운동 #피트니스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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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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