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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틀렸는데 인정 안 한 한동훈... 권인숙 "법무부도 인정했는데"

[법사위] 비동의 간음죄 관련 팩트체크 공방... 권인숙 "8%와 70%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

등록 2023.03.27 15:55수정 2023.03.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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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장관은 기본적인 팩트 체크조차 하지 않고 잘못된 통계가 맞다고 우겼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팩트'가 틀린 발언을 했음에도,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법무부에서 권인숙 의원실로 찾아와 잘못된 통계를 인용한 데 대해 사과까지 한 사안인데, 정작 해당 발언의 당사자인 장관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권 의원은 2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서 비동의 간음죄와 관련해 한 장관의 이전 발언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지난 법사위 전체회의 때 비동의 간음죄 논의에서 (한동훈 장관이) 사용한 근거와 팩트가 저와 많이 달랐다"라며 "회의가 끝나고 법무부 담당자가 근거 자료를 가져왔고, 장관께서 인용한 통계가 틀렸다면서 여러 번 깊은 사과를 하고 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장관은 "누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했느냐?"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동훈 "독일은 성범죄 유죄율 8%, 한국은 90%"

비동의 간음죄 도입은 여성계의 대표적인 요구사항 중 하나다. 피해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강제된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판단하는 게 주요 골자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도입을 권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회 내 논의는 상당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여성가족부가 지난 1월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으나, 권성동 의원 등 여당 내 일부와 법무부까지 나서서 반발하자 이를 철회했다. 일각에서는 여성주의(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야권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동의 간음죄 도입 요구는 꾸준히 있어 왔으나, 한동훈 장관은 여러 이유를 들어 해당 법안에 대한 우려를 표시해 왔다. 지난 2월 8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대정부 질문 당시에도 한동훈 장관은 "독일은 구법 기준으로 당시에 성범죄 유죄율이 8%였다. 스웨덴은 23%였다"라며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90% 정도 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성범죄로 하는 범죄 죄명 개수가 몇 개인지 아시느냐? 150개이다. 독일은 51개, 일본은 16개"라며 "특별법으로 상당 부분 그 비동의 간음죄의 필요성을 많이 메꾸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여러 판례에서 폭넓게 성폭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한 유럽 일부 국가들과 한국은 성범죄의 형법상 유죄 인정 비율과 여러 환경적 요소들이 다르기 때문에, 도입의 필요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권인숙 "독일이 8%? 실제는 77%" 지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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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2년 7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자료사진) ⓒ 공동취재사진

 
권인숙 의원의 1차 팩트체크는 지난 2월 15일 법사위에서 있었다. 당시 권 의원은 '우리나라 성범죄 유죄율은 90%고 독일 성범죄 유죄율이 8%'라는 한 장관의 발언을 짚으며 "이 8%가 신고 건수 대비 유죄율인가, 아니면 기소 건수 대비 유죄율인가?"라고 질문했다.

한 장관은 "처음에 독일에서 비동의강간죄 도입할 때 독일 법무부장관이 그런 발언을 한 적 있다"라며 "제가 확실하게 준비 안 된 상태이다. 저는 기소 대비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권 의원은 "2006년 독일 법무부에서 제공한 강간 통계를 분석해 보니까 기소 대비 유죄 판결 비율은 약 77%"라며 "그러니까 신고 건수 대비 유죄율은 13%"라고 설명했다. 

성범죄 관련 죄명 개수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120을 제가 150으로 잘못 말한 것"이라며 "역시 큰 숫자니까, 중요한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해당 법안의 상당수가 "굉장히 특수한 상황, 특수한 요건에 대해서 양형을 기준으로 해서 양형을 늘리거나 줄이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거여서 실제로 비동의 간음과는 연결되지 않는다"라고 날을 세웠다.

권 의원은 이처럼 "비동의 간음과 관련돼서 들이댔던 통계나 이런 부분들 체크해 보셨느냐?"라며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제대로 정확한 통계들이 아닌 건 맞지?"라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한 장관은 "통계를 정하는 나라마다, 나라별로 다르다"라며 "스웨덴 같은 경우에 23%는 기소 중에서의 유죄율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독일 같은 경우가 8%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는 권 의원의 지적에도, 한 장관은 "위원이 아니라고 한다고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맞섰다.

한동훈 "독일, 기소 대비 유죄율 69%... 그래도 한국과 큰 차이"

이같은 두 사람의 공방은 27일에도 이어졌다. 권 의원은 "이미 제가 한번 팩트가 틀렸다고 (2월 15일) 1차 질의에서 지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 질의에서 장관은 기본적인 팩트체크조차 하지 않고 잘못된 통계가 맞다고 우겼다"라며 "통계를 확인하고, 틀리지 않다고 주장하셨다. 그때 당시 제대로 확인하고 답하신 거 맞나?"라고 질문했다.

한 장관은 "제가 약간 (독일) 의회에서 (독일 법무부) 장관이 비동의 간음죄 도입 당시의 발언을 했던 것을 그대로 인용하다보니까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독일의) 기소 대비 (성범죄 유죄율은) 69%다"라고 본인의 발언을 정정했다. 하지만 "역시 (한국의 성범죄 유죄율과) 20%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큰 경향에서 한국보다 굉장히 차이가 난다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권 의원은 "아이고"라며 "8%하고 70%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한 장관은 또한 스웨덴 통계는 본인이 인용한 수치가 틀리지 않았다고 맞섰다. 권 의원은 "스웨덴 같은 경우도 카운트하는 방식이 달라서, 범죄율이나 이런 것들이 다르다는 것을 그때 확인했었고, 법무부에서도 와서 확인을 했었다"라며 "여전히 인정을 안 하신다"라고 비판했다.

스웨덴의 경우 범죄 관련 통계를 낼 때, 동종범죄가 여러 건 발생했을 때 단일범죄로 간주하지 않고 모든 범죄를 별도로 계산하는 탓에 '통계적 착시'가 일어났다는 게 권 의원 주장의 요지였다.

권인숙 의원은 "이런 식으로 팩트가 틀렸는데도 아니라고 자꾸 우기면, 짧은 시간에 논지 전달이 굉장히 어렵다"라며 "비동의 간음이라는 건 민감한 문제이고, 국민들께서 오해하시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섬세하게 준비를 잘 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적어도 틀린 팩트를 가져오지 말으셨어야 한다"라며 "국회에서 근거를 가지고 잘못을 지적하는데, 어떻게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제대로 안 해보고 무조건 맞다고 우기실 수 있는 건가?"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장관이 확인이 안 되었으면 '아직 확인이 덜 되었다', '살펴보겠다' 솔직하게 말씀하시면 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국민들께 사과하시고 바로잡을 생각이 있으신 건가?"라고 물었으나, 한 장관은 사과하지 않았다. 권 의원은 "법무부에 와서도 '자기네가 통계를 잘못 봤다', '근거를 잘못 봤다'고 사과를 한 사실까지도 인정을 안 하시면…"이라고 한탄했다.  

한편, 법무부 대변인실은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한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해당 사안을 소관하는 법무부의 담당자가 의원실을 방문해 통계의 취지나 근거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직원의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설명을 드렸다"라는 답만 반복하며,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는 않았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비동의간음죄 #한동훈 #법무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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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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