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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혁 전 보은군수의 직권남용·배임, 그리고 공무원의 죽음

감사원, 산림레포츠시설 위탁 비리 적발... 무자격 업체에 위탁, 재난지원금 불법 지원 의혹

등록 2023.03.28 17:46수정 2023.03.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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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감사원은 보은군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상혁 전 보은군수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정 전 군수의 지시로 보은군이 177억 원을 들여 지은 레포츠 시설을 무자격업체에 운영권을 넘긴 사실이 밝혀졌다.

수많은 의혹은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정상혁 전 군수가 남긴 의혹의 시간을 하나하나 되돌어 본다.

공무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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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은 지난 20일 177억원대 레포츠시설 위착업체 선정당시 무자격업체에 운영권을 맡기도록 한 정상혁 전 보은군수를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9년 정상혁 군수(가운데)가 자신의 친일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 충북인뉴스

 
2022년 9월 28일, 충북 보은군청 소속 간부공무원(5급)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타살 등 외부 범죄 혐의점은 없었다.

보은군이 운영하는 속리산 휴양사업소 소장을 맡고 있던 A씨는 사망 당시 시설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었다.

그의 죽음을 두고 지역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돌았다.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기 전, 보은 지역의 한 시민단체는 속리산 휴양사업소 운영과 관련해 정 전 보은군수와 특정 업체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A씨의 죽음과 관련해 지역사회에 떠돌던 술렁거림은 보은군 내 지역 언론사인 <보은사람들>의 기사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19일, <보은사람들>은 기사를 통해 "지역사회에서는 정상혁 전 군수 재임 12년 중 최대 치적사업장인 이곳 관련 업무를 10년 이상 관장해왔던 A씨가 갑작스럽게 자살하자 갖가지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보은사람들>은 "감사원의 감사로 적발된 보은군의 숲체험휴양마을 예약을 변칙적으로 운영한 것만 갖고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감사원 감사에서 중징계가 내려져도 장관상 등 수상 경력이 있으면 행정처분을 감해주기 때문에 가벼운 처분을 받을 소지가 있다"며 그의 죽음을 납득할 수 없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주민들은 A씨의 죽음으로 특정인과 관련된 부정부패가 묻히게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레포츠시설 운영권과 정상혁 전 군수, 최측근

<보은사람들>이 언급한 특정인은 누굴까? 보은지역 시민단체가 제기한 인물은 정상혁 전 군수와 보은군이 지어 위탁한 레포츠 B 업체를 운영한 C씨다.

2021년 12월 14일 보은군 지역 시민단체 보은민들레희망연대는 '측근에게만 4천만 원 코로나 재난지원, 군민에게는 0원! 정상혁 군수 최측근 챙기기 규탄'이라는 제목으로 보은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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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2월 보은지역 시민단체인 보은민들레희망연대가 정상혁 전 군수가 측근 모씨에게 특혜를 줬다며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충북인뉴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B레포츠는 권력과 지방토호세력의 유착관계로 막대한 부를 챙긴 의혹을 받는 정 군수의 최측근 C씨의 부인과 친인척 일가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이다"라며 "정 군수는 속리산 최고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말티재 일대를 개발해 돈을 벌게 해준 것도 모자라 4천만 원이라는 거금의 수수료를 삭감해줬다"고 비판했다.

이는 감사원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일 감사원은 보은군에 대한 사용‧수익허가 계약 낙찰자 선정 등 계약업무 및 사용료 감면 업무 부당처리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보은군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속리산 말티재 일대에 177억 원을 들여 모노레일, 스카이트레일, 스카이바이크 시설 등이 갖춰진 산림레포츠 시설을 설치했다.

보은군은 2020년과 2021년 2회에 걸쳐이 시설의 운영자로 B 업체를 선정했다. 계약기간은 5년이고 두 번 더 연장할 수 있어 사실상 15년 계약이다. 연간 사용료는 3억 7711만 원이다.

감사원은 '산림레포츠시설 사업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B 업체는 처음부터 입찰 자격이 없었다. 입찰 자격에 응급처치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3인 이상 직원을 보유해야 했지만, B 업체는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이 없었다. B 업체는 자격증 대신 온라인으로 응급처치 관련 교육을 받았다는 교육이수증을 제출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부하직원에게 B 업체가 제시한 교육 이수증으로 응급처지 자격증을 대체할 수 있게 해석하도록 지시했다. 또 모노레일 설치공사회사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받아 업체 측에 제공했다. 

아울러 처음 5년 계약으로 돼 있던 부분을 10년으로 연장하도록 했다. 그 결과 입찰 참가 자격이 없는 B 업체는 15년간 운영권을 위탁받을 수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A씨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민단체가 지적한 것처럼 B 업체에 코로나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보은군은 2021년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기준은 전년 같은 월 대비 매출액 감소 등 피해가 입증된 소상공인이다.

B 업체는 2021년 운영을 시작해 애당초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B 업체는 지원금을 요청했다. 이에 담당 공무원은 A씨에게 "보은군 감면 기준에 위배돼 감면 대상이 아니다"라고 보고했다.

그러자 A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정상혁 군수가 B 업체의 사용료가 높게 책정됐으니 담당 부서에 사용료를 감면해주라고 지시했다"면서 "사용료를 감면하라"고 지시 내렸다. 이를 부당하게 여긴 공무원은 이후 한 달 동안 감면 진행을 보류했다.

이후에도 A씨가 사용료를 감면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리자 공무원은 정상혁 전 군수에게 '사용료 감면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군수는 이를 반려했다. 이런 식으로 B 업체는 두 차례에 걸쳐 6000여만 원 상당의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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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보은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정상혁 군수가 지급대상이 아닌데도 레포츠시설운영업체에 부당하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 충북인뉴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B 업체 대한 특혜의 정점엔 정상혁 전 군수가 있었다.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정상혁 전 군수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렇다면 A씨의 역할은 무엇일까? 감사 결과를 보면 A씨는 부하직원에게 "정상혁 군수의 지시"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를 본다면 A씨는 정 전 군수의 지시를 전달한 단순전달자일 수도 있다.

감사원 조사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A씨는 감사 결과를 이미 예상했을지 모른다.

현재까지 A씨가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확증할 수도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드러난 것은 있다. 정상혁 전 군수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것. 그 지시가 실행되는 과정에 A씨가 끼어 있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정상혁 보은군수 #보은군 #말티재 #속리산 레포츠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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