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
유성호
- 개별 노조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고침협의회라는 노조 연합체를 만든 이유는 뭔가.
"지난해 9월이었다. 이정식 장관과 5개 정도 되는 젊은 노조가 간담회를 한 적이 있었다. 자유 주제로 여러 얘기를 했다. 포괄임금제에 대한 문제라든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에 대한 문제 등 여러 가지 의견을 각 노조에서 나름대로 정리해 전달했다.
하지만 정작 이후 노동부에서 나간 보도자료나 기사들을 찾아보니, 그런 내용들은 싹 다 빠졌더라. 그냥 '만나서 얘기했다'가 전부였고, 심지어 보도자료 끝에는 전혀 다른 통계를 끌고 와서 'MZ 직장인들은 자유로운 근무와 성과급을 좋아한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마치 간담회 자리에서 그런 얘기들이 오간 것처럼 말이다.
그때 저를 포함한 많은 위원장들이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렇게 잘못하다가는 'MZ노조'라는 이름으로 나가는 내용들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마치 형체도 없는 'MZ노조'에 우리의 목소리를 빼앗기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우리가 직접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들이 커졌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 지난 24일, 22억 원에 상당하는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새로고침협의회가 조금 더 자주적인 목소리를 내려면 처음부터 정부 보조금을 받기보다는 조금 더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의 조직이 되고 난 뒤에 받는 게 낫지 않겠냐고 판단했다. 설립한 지 이제 한 달밖에 안 됐고, 어떤 사업에 구체적으로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잘 모르는 상태이기도 하다."
"양대노총, 밖이 아니라 안에 들어가 목소리 냈으면... 공통점 더 많아"
- 양대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새로고침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조합들마다 다 상황이 다르다. LG전자의 경우 2021년 설립 당시 3만 7000명 정도 되는 직원 중에 사무직이 2만 7000명, 기능직(생산직)이 1만 명이었는데 사무직 중에는 노조 조합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양대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 노조에서 사무직 노동자는 조합원으로 받지 않았다.사무직 노동자들도 직장 내 괴롭힘 등 각종 부당한 일을 겪고 있기 때문에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절차를 알아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노조를 새로 만들게 됐다. 단기간에 조합원이 늘어난 건 그만큼 목말라 있었다는 얘기다.
사실 양대노총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 논란을 돌이켜봐도 그렇다.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3월 6일)하기 전 2월 24일 유튜브 생중계로 대국민 토론회를 열었다.
그때 패널이 10명은 됐을 텐데, 그중 노동자 측이 저 한 명밖에 없었다. 제 차례가 오기 전에 앞선 7~8명 패널들이 하나같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옹호하고 찬성하는 발언들을 하시는데, 그때 정말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날 만약 저라도 그 자리에 참석해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면 전원 찬성 분위기로 토론회가 끝났을 것이다. '어떤 자리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면 빠지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만약 그 자리에 저희보다 훨씬 더 조직이 크고, 전문성과 경험도 많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함께 있었으면 어땠을까. 의지만 있었다면 분명 참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양대노총에서도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많은 반대 의견을 내주셨지만, 논의 자리 바깥에서만이 아니라 안에서도 참석해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실질적으로 정부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로 참석을 거부할 수도 있고, 토론회나 간담회에 들어가봤자 정부에 힘만 실어주는 꼴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아무 목소리도 없이 '찬성 100%'가 되고, 근로시간 개편안이 확정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다만 새로고침협의회를 양대노총에 대한 '반발'로 생긴 조직이라고 받아들이진 말아주셨으면 한다. 사실이 아니다. 방향성에서 조금 다를 수야 있겠지만, 그건 작은 차이일 뿐이다. 노동자를 위한 단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같이 추진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 새로고침협의회가 대기업·공기업 사무직 중심의 상층 노동자들로만 구성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잘 알고 있다.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더 다양하고 많은 분들과 만나 목소리를 듣고,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조직 확장이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새로고침협의회의 목표는 아니지만, 영세사업장이라든지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도 문은 열려있다.
뿐만 아니라 예비노동자, 취업준비생, 대학생을 대상으로 노동조합이란 무엇인지 설명하는 기회도 만들려 한다. 기본적인 노동권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들을 줄여가야 한다. 취업이나 이직 때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은 연봉이나 근로계약 조건도 제대로 모르는 채 일단 회사에 들어가고 난 뒤에야 모든 걸 알게 된다. 기업 인사과들끼리는 서로 잘 알고 긴밀하게 정보도 공유하는데, 노동조합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취업과 이직 정보를 좀 더 투명하게 만들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새로고침협의회가 나서려고 계획하고 있다.
노동에 대해 '1'도 모르던 공대생이 어쩌다 보니 노동조합 일을 하고 있는데, 2년 동안 느낀 건 결국 노동조합은 노동자에게 이득이라는 것이다. 개인 시간 없이 노조 일을 보면서 힘들 때도 많았지만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노조가 생긴 뒤 회사가 달라졌다, 투명해졌다,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개선됐다, 소통이 더 잦아졌다'는 반응들을 들으면 확실히 보람을 느낀다. 노동조합이 더 쉬워지고,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새로고침협의회도 힘을 보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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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9시간제 반대 MZ노조위원장 "정부에 목소리 뺏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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