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남는 쌀 강제매수법’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기사 대체 : 29일 오후 5시 53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우리 국민이 쌀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와 상관없이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매수 법'입니다. 이런 법은 농민을 위해서도, 농업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처리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 요구, 즉 '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내달 4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 거부권 1호 법안'이 되는 셈. 이미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 새로운 관련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 현 상황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극한 대치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29일 오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야당에 대한 유감 표명 및 재의 요구 건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정부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문제점과 부작용이 많다고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했고 법안 처리를 재고해주십사 간곡히 요청해 왔다. 농업계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쌀 산업과 농업의 자생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고 한농연·쌀전업농연합회 등 농업인 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에서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됐다는 점을 저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면 10조 원도, 20조 원도 충분히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은 안 된다"라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산업을 더욱 위기로 몰 것으로 우려된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금일 당정협의를 한 결과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들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가 많은 법률안에 대한 행정부의 재의요구는 올바른 국정을 위해 헌법이 보장한 절차"라고도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날 오후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때 예고된 결과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행시) 정부가 점점 더 많이 생산된 쌀을 의무매입해야 해서 재정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하고, 과잉생산된 쌀이 쌓이면 정부는 수년 뒤 헐값에 내다버리다시피 해야 해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그냥 버리는 셈"이라며 "또한 쌀 생산이 대폭 증가하면 다른 곡물의 다양성이 축소되는 것이라 식량 안보도 취약해지고 한국 농업을 장기적으로 망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어떤 방법을 쓰든 막았어야 했는데 소수 여당이란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법안의 폐단을 막고 국민과 농민의 보호를 위해선 헌법상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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