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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백' 목격했다는 남욱, 그날 유동규-김만배 통화내용 봤더니

[김용 공판 분석③] 2021년 2월 4일 정영학 녹취록 vs. 검찰의 '성동격서'

등록 2023.03.29 17:23수정 2023.04.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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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8억4700만원 중 6억원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그 전달 경로를 검찰은 남 변호사 측근인 '이○○ → 정민용 → 유동규 → 김용'으로 보고 있지만, 특히 '유동규 → 김용' 전달 상황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군부독재 이후 처음으로 제1야당 당사 압수수색을 검찰이 강행하게 만든 사건, 공판 과정에서 나오는 물음표들을 하나 하나 따져본다.[편집자말]
"2021년 2월 4일, 김용 피고가 돈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가는 것을 봤다."

남욱 변호사의 말이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측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28일 6차 공판에서 발생했다.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이제까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증언이었다. 변호인은 "수사기록에도 안 나오던" 말이라고 했다. 

남 변호사의 이날 진술은 구체적이었다. 2021년 2월 4일은, 앞서 미국에 머물다가 귀국한 뒤 정오를 기해 자가격리가 끝났던 날이라고 했다. 그래서 미용실을 갔다가 유원홀딩스를 방문했다고 했다. 그리고 정민용 변호사와 유원홀딩스 흡연실에 있던 중에 김 전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만나고 돌아가는 걸 봤다고 말했다. 사실일까.

2021년 2월 4일, 정영학 녹취록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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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4일자 정영학 녹취록. 녹음일시는 오후 6시 30분부터 8시까지다. 남욱 변호사는 28일 공판에서 이날 오후 4시에서 5시께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을 만났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 뉴스타파

 
적어도 2021년 2월 4일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이 만난 상황은 정영학 녹취록과 부합한다. 같은 날,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는 판교 운중동 ○○○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그때,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만배 : "유동규는 오늘 남욱이 만난대. 남욱이한테 그거 하는 것 물어본다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면 땡큐지 뭐, 우리는. 응? 법률적인 리스크는 남욱이가 져야지. 그 이유가 남욱이는 받을 수도 있는 거다 이거지. 그런데 남욱이가 유동규를 주지 않을 것이고. 남욱이는 유동규는 투자로 해 달라는데, 투자로 해줬다가는 죽는대."

정영학 : "예..."


남 변호사는 28일 공판에서 유원홀딩스에 방문한 시각을 "오후 4시나 5시로"로 특정했다. "흡연실이 서쪽이었는데 해가 떨어질 때였다"고도 했다. 김씨와 정 회계사의 판교 운중동 ○○○ 대화가 녹음된 시간은 오후 6시 30분부터 8시까지다. 녹취록에는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통화하는 상황도 나타난다. 녹취록 상으로는 남 변호사와의 논의 내용을 유 전 본부장이 김씨에게 설명하는 상황이다. 


종합하면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이 오후 4시나 5시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그 결과를 유 전 본부장이 김씨에게 오후 6시 30분 이후 전화로 알려줬다는 것이 된다. 물음표가 생기는 것은 두 사람 사이의 통화에서 남 변호사의 28일 공판 진술 관련 내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욱 진술과 배치되는 김만배-유동규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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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씨가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28일 공판에서 남 변호사는 "그날은 몰랐지만 그 후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1월 30일경에 준 현금 1억 원 중 일부가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된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이 자신에게 그렇게 얘기했다는 것이었다. 김 전 부원장 측 신문 과정에서는 "직접 그 안(쇼핑백)에 있는 돈을 본 적은 없다"고는 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이 "너무 확실히 말한다"고 할 정도로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의 '전언'을 확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정영학 회계사와의 저녁 식사 도중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과 나눈 통화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김만배 : "잠깐. (전화통화) 어, 동규야. 음음. 하기로 했어? 음. 음. 돈 문제 가지고 얘기하기 싫은 놈이 왜 그랬어. 음. 뭘 넘겨, 내가? 니가 하자는 대로 한 거지, 무슨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아, 니가 욱이한테 통해서 받으면 된다고 지난번에 그랬으니까, 형이 그... 아, 저번에도 그랬잖아. 한 달 전에. 아니. 무슨 말을 해? 니가 그랬잖아. 음음, 음음. 어떻게? 얘기해봐. 그러면 나한테 일체 그것이 잘됐다 못됐다 이런 얘기하면 안 돼. 못 받아도 그만, 잘 받아도 그만, 법률적으로도. 그래, 그래. 그러면 걔가 나한테 소송을 넣으라고 그래. 아, 걔가 전화하면 받을게 내가. 전화 오면 그렇게 한다니까, 절차를. 그것 뭐 그냥 그냥 쉽게 되는 거지. 그래, 그래, 알았어. 음∼ 음∼. (통화 마친 것으로 추정, 기자 주) 법률적으로 되면 그렇게 한다고. 무슨 말인지 알지? 우리는 그냥 하청업체야. 그래서 내가 그랬어."

정영학 : "네."


남 변호사 증언대로라면 통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건넨 정황이 드러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김씨의 입에서는 그와 관련한 반응이나 발언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통화를 마치고 곧바로 이어지는 정 회계사와의 대화 내용에서도 마찬가지다. 

김만배 : "지금까지 쓴 비용을 제하고 본인이 600억만 가져간대, 응? 그래서 내가 그랬어. '700억 줄게. 700억 주는 데서, 니네들이 모르는 돈이 나갔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리고 또 나가게 될 수도 있어. 그거는 영수 처리도 못하고 세금 처리도 못하면 응? 우리 한 400억 정도까지는 될 수 있어. 그러니까 본인이 600억만 가져가겠대. '아니 형이 700억 줄게. 700억 주는데, 거기서 남욱이 거를 공식적으로 빼. 60억. 응? 그리고 (..) 5억 준 거에 대해서 내가 회사에서 빌려간 것까지 다블로 (..) 10억으로 쳐서, 그래서 70억 공제하고 630억을 남욱이가 소송을 넣으라고 그래. 그러면 소송에서 조정하는 걸로."

정영학 녹취록 vs. 3월 28일 검찰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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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4일자 정영학 녹취록. 김만배씨는 "유동규가 오늘 남욱을 만난다"고 했고, 녹취록에 따르면 얼마 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통화를 했다. ⓒ 뉴스타파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앞서 '대장동 일당' 사이에서는 유 전 본부장 지분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①유 전 본부장에게 직접 배당하는 방법, ②김씨가 배당 수령 후 유 전 본부장에게 증여하는 방법 ③남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 소유권 소송 후 받은 소송조정 합의금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는 방법 ④유 전 본부장이 회사를 설립하면 김씨가 투자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법 등이 논의됐다. 2021년 2월 4일자 정영학 녹취록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만나 이들 방법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던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28일 공판에서는 남 변호사와 검찰 측 사이에 이와 같은 정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녹취록상에 나타났던 유 전 본부장과 김만배씨와의 통화 내용과도 상당히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그날 유원홀딩스를 갔던 이유와 관련한 검찰 측의 남 변호사 신문 내용이다. 

A검사 : "증인은 김만배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유동규가 증인에게 해결해달라고 부탁할 것을 예상하고 간 것이 맞나."

남욱 : "예상하고 갔다."

A검사 : "2월 4일 유원홀딩스 갔을 때 유동규가 증인에게 김만배와 화해하고 만나보라고 했나."

남욱 : "그렇다."

A검사 : "뭐라고 했나."

남욱 : "알겠다고 했다."

A검사 : "화해할 이유가 있었나?"

남욱 : "제 입장에서는 특별히, 사실 저는 안 보려고 했는데, 유 본부장이 일단은, 본인 생각으로는 제가 시끄럽게 할 수 있으니까 화해하라고 한 것 같다. 두 번째는 최종적인 428억에 대한 돈을 받는 방법이나 과정을 나한테 부탁하려고 한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화해하라고 했다."

A검사 : "결국 당시에는 유동규씨가 김만배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중간에서 해달라는 이런 말을 굳이 하진 않았지만."

남욱 : "그 날은 안 했다."

A검사 : "그 날은 안 했지만 증인은 어쨌든 2020년 10월경에 유동규로부터 김만배가 돈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고 또 정민용씨도 그 문제로 유동규씨가 지금 찾는다고 알려줬기 때문에 증인 입장에서도 유동규가 김만배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증인이 도와주길 원한다고 알고 있었고,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던 건가."

남욱 : "그렇다."


"그 돈이 그 돈"... 남욱 진술의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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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면서 남 변호사는 당시 김 전 부원장이 받아간 돈이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 측에 약속했다는 대장동 수익금 428억 원 중 일부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A검사에 이은 B검사의 신문을 통해서다. 남 변호사의 증언은 다음과 같이 보강됐다. 

B검사 : "그 돈이 왜 김용한테 전달됐는지 혹시 아는가?"

남욱 : "나중에 유동규로부터 들은 얘기는 428억 중 일부, '그 다음에 김만배씨가 더 이상 현금을 만들어 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올해만 이걸 주겠다' 이 얘기를 나중에 유동규한테 들었다. 김만배도 그 후 '걔네들 돈 못 해준다. 나는 더 이상 현금 만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 돈이 그 돈'이라는 걸 다 인지하게 됐다. 경선 자금과는 별개의 자금이다. 그게 사실은, 경선 자금을 제가 드리게 된, (김 전 부원장이)돈 갖고 나가는 장면을 본 게,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 '아, 저렇게, 지금 실제로 선거를 위해서 뛰고 있고 돈이 오가고 있구나'라는, 경선자금을 드리는 데 영향을 줬다, 그때 그 일이."


"그 돈이 그 돈이라는 걸 다 인지하게 됐다." 

이 말은 곧, 앞서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하는 과정에서 뺀 '428억원 약정' 의혹을 뜻한다. 결국 검찰은 남 변호사 입을 통해 428억 원 약정 의혹과 김 전 부원장 정치자금 공판을 적어도 이날 하나로 묶어버린 것이다. 일종의 '성동격서'다. 29일 시작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공판은 물론, 향후 진행될 이 대표 재판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이 전달된 날짜까지 특정됐다. 남 변호사가 마련한 돈 8억4700만원 중 6억원이 유 전 본부장을 통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지만 여태까지 그 날짜가 구체적으로 특정된 적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 변호사는 "별개의 돈"이 2021년 2월 4일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과 변호인 측 간 진실공방이 더 구체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당사자인 유 전 본부장, 그리고 김만배씨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당초 검찰 공소 내용에 없는 남 변호사 증언에 대한 재판부 판단 역시 중요하다.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공판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남욱 #유동규 #김용 공판 #김만배 #대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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