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의 패러독스, 아플 수밖에 없는 청춘들

[주장]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라는 위로보다는 적극적 희망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등록 2023.03.30 15:33수정 2023.03.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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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이는 수필가 민태원의 <청춘예찬>의 첫 문장이다. 과거의 청춘예찬은 청춘 자체의 찬미와 미래에 대한 설렘이 있었다. 그때는 청춘의 실패조차도 미학적으로 노래할 수 있던 시대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청춘예찬은 옛적 수필에서나 나오는 문학적 용어 정도로 전락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청춘의 영혼을 갉아먹는 청춘불행의 시대가 아닐까! 여기에는 무한경쟁사회와 취업난, 승자독식과 패자부활 불능의 시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즈음의 청춘의 불안은 3포세대에서 7포세대라는 말로 진화하고 있다. 포기해야할 것은 연애, 결혼, 출산의 3가지에서 인간관계, 내집 마련, 취업, 희망까지 7가지로 늘어나있다. 코로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호모인턴스(인턴만 반복하는 취업준비생)까지 더하면 우리 청춘의 현재는 어둡기 짝이 없는 대상물로 형상화되고 만다. 물론, 자신들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대학교 등록기간이 되면 한바탕 야단법석 소란이 인다. 너나할 것 없이 한국장학재단의 장학금이나 학자금대출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장학금은 가구의 소득구간에 따라 신청과 지원 금액이 제한돼서 그 대상자가 많지 않다. 학자금 대출은 학자금 지원 8구간 이하 대상자에 대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1.7%의 저리로 대출이 실행된다. 경제적 사정이 어렵지만 학업을 이어가야할 청춘들에게는 좋은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학자금 대출의 대부분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이다. 문제는 청년 취업난으로 인해 그 상환이 마뜩치 않다는 거다. 취업후 학자금 대출 채무자는 2022년 기준 100만 명에 이른다. 3개월 이상 연체자도 5만 5000명 정도다(우리나라에서 신용불량자란 금융기관에서 3개월 이상 채무를 연체해서 한국신용정보원에 그 정보가 등록된 경우를 말한다. 학자금대출 연체의 경우는 통상 6개월 이상을 말한다).

미국도 학자금 대출 상환 문제로 인한 사회적 논쟁 중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대학 학자금 대출을 평생 갚아나가는 장면이 많이 보인다. 부모 도움 없이 대부분이 대출로 등록금을 내고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서 충당하는 독특한 문화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대학학자금 대출 잔액은 1조7500억 달러, 이중 1조 6000억 달러가 연방 정부의 대출프로그램에서 실행된다. 미국도 대학 졸업자들의 대출금 상환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는 수백 만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자금 대출채권에 대해서는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절차에서 모두 면책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은 바이든 정부의 대선공약으로, 2022년 연방정부의 장학금 펠 그랜트(Pell Grant) 대출금에 대해서는 2만 달러까지 채무를 면제한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탕감정책은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내부적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성실한 상환자와의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논란, 소비촉진과 인플레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정치적 갈등도 빚고 있다.

최근(2023. 2.) 미연방대법원은 이에 대해 의회의 명시적인 승인을 전제되어야 한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해서 바이든의 탕감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주축인 미연방대법원은 이 사안에 대해 금년 7월 이전에 판결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지 못하는 것은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가 1만 명에 이른다. 훨씬 더 많은 청춘들이 취업 이후에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적 여력이 없는 청춘은 제2, 3금융권과 각종 대부업체와 사채 등의 손을 빌면서 청년파산의 위험성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이다.

현재 학자금 대출 상환의 어려움과 관련된 제도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채무조정 프로그램과 서울시 신용회복지원 사업, 그리고 회생법원의 회생 파산제도 등이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채무조정은 신청대상 및 지원이 한정적이다. 즉, 신청이 확정되더라도 금리경감과 상환기간 연장과 상환유예의 지원을 받는다.

서울시의 사업은 지원 인원과 지원 금액이 한정되어 있고 그나마도 사업비 소진시 조기 종료된다. 이러한 대책들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쌍방의 합의가 없거나 별도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결책이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회생법원을 통한 해결방법은 어떠할까? 개인파산절차에서는 2022년 이전에는 학자금 대출채권이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여 면책 받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학자금대출 재원의 유지를 위한 정책적 고려와 학자금 대출의 영속성 확보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2022년 1월부터는 법이 개정되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면책의 효력)에서 '취업후 학자금 상환' 부분이 삭제되면서 이제는 면책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개인파산제도를 이용하면 채무자인 청년이 학자금 대출의 상환책임에서 벗어남으로써 경제적 자립과 재생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개인회생절차에서는 학자금 대출에 대해 면책 받을 수 있지만, 변제기간 3년간 가용소득(소득에서 생계비를 제외한 금액) 전부를 변제에 사용해야 한계가 있다. 문제는 가용소득 전부가 대출 상환에 쓰이면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 등 미래 계획에 큰 장애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에서도 개인회생절차의 '특별면책제도'(동법 제624조)를 활용하여 현실적으로 변제가 어려운 케이스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면책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회생법원 NEW START 상담센터의 어느 전문상담관의 얘기다.

"20대로 보이는 직장인들이 상담실에 많이 옵니다. 어쩌다 개인 사업을 하다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자금 대출 상환 문제 때문에 ... 결국은 카드대출이나 대부업체까지 손을 빌다보니 너무 힘들어져서 방법을 찾아보고자 오는 발걸음들입니다. 저도 20대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사정을 얘기하는 젊은 분들을 보면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그분들에게 회생·파산제도나 절차를 얘기해줘도 해결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사회적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들 얘기합니다.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긴 한데... 제가 여기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학자금 대출이 늘어날수록 아픈 청춘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시대의 역설이다. 일방적으로 청춘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고성장 시대를 살아왔던 과거의 청춘들이 여러 반사적 이익을 얻은 반면, 정치·경제적 불황과 저성장시대의 청춘들은 시대적 상황으로 인한 불이익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청춘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면책(탕감)의 가능성은?

학자금 대출 상환은 물론 청춘들의 내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한두 개의 제도나 정책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따라서 특정 정책 입안과 설계단계에서 좀 더 섬세한 접근과 적시의 피드백을 전제로 혹시 모를 부정적인 결과까지 예상할 수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학자금 대출과 관련된 청년 파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여러 관련 제도와의 상호관계와 협동성은 물론 수요자의 실효적 필요성까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백약이 무효인 '저출산 정책'과 같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다.

또한, 현행법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한다면 미래세대의 주축이 될 청년세대를 위해 조금 더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내부의 정치적 비판을 무릅쓰고 학자금 대출 탕감을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 또한 청년 세대의 미래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학자금 대출 탕감이나 면책을 포함한 입법·제도·정책을 고민하여야 한다. 청춘이 아프지 않아야 미래세대의 건강이 확보되고 국가의 미래가 밝아진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다."


이는 <청춘예찬>의 마지막 문단이다. 우리 시대의 청춘들에게 자신들만의 황금시대를 갖게 하자. 우리의 청춘들이 불안과 고통 속에 살아가고 희망을 갖지 못할 때 우리의 미래 또한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들이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개인과 사회의 성장을 위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총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들의 열정이 빚어내는 관현악과 교향악을 들어주고, 그들이 품고 있는 이상의 가치를 키워주자. 그들의 심장이 거선의 기관처럼 뛰고 박동하도록 청춘의 뜨거운 피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자. 입법과 정책을 통해 청춘파산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은 그 작은 실천 방법 중 하나이다.

더불어 우리 청춘들에게는 패자부활전이 절실하다. 한두 번의 시행착오나 실패가 인생 후반을 좌우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과도한 경쟁사회로 치닫고 있는 우리사회에 인간의 온정과 배려가 필요한 까닭이며,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이는 과거의 우리와 현재의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스토리에 중복 발행할 예정입니다.
#학자금 대출 #청년파산 #청춘파산 #학자금 대출 탕감 #회생 파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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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교육원 교수를 거쳐 현장에서 밥벌이 중입니다. 부모와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꿈꾸고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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