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의 충언 무시한 불통의 군주, 몰락 일으켰다

나쁜 습관 버리지 못하면 치명적 약점으로 남아... 바뀌어야 새롭게 내일 시작할 수 있어

등록 2023.03.30 17:26수정 2023.03.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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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할 때는 우선 필요 없는 물건을 버려야 한다. 물건을 이쪽저쪽으로 옮기기만 해서는 정리가 잘되지 않는다. 과감히 버려야 집이든 사무실이든 깔끔하게 정리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 안에 있는 나쁜 습관이나 약점을 버려야 한다. '뿌리째 잘라 없애야' 삶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이것만 버리면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 것 같은 약점이나 습관이 있는가?


최영미 시인의 시 '대청소'를 감상해보자.
봄이 오면
손톱을 깎아야지
깎아도 깎아도 또 자라나는
썩은 살덩이 밀어내
봄바람에 날려 보내야지
내 청춘의 푸른 잔디, 어지러이 밟힌 자리에
먼지처럼 일어나는 손거스러미도
뿌리째 잘라 없애야지
매끄럽게 다듬어진 마디마디
말갛게 돋아나는 장미빛 투명함으로
새롭게 내일을 시작하리라
그림자 더 짧아지고
해자락 늘어지게 하품하는, 봄이 오면
벌떡 일어나 머리 감고 손톱을 깎아야지

(하략)



은나라 주왕은 민첩하고 뛰어난 자질을 타고났다. 힘이 남달라 맨손으로 맹수와 싸울 정도였다. 지식은 다른 사람 충고를 물리치고도 남을 정도고, 말재주는 잘못을 감추고도 남았다. 그러나 주왕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신하들에게 재능을 과시하기 좋아하고, 천하에서 자신의 명성이 누구보다 높다고 생각하여 모두 자기 밑이라 여겼다. 여기까지만이라면 타고난 신분이 왕족이니 그러려니 하겠다. 

주왕은 현명하지 못한 데다 정치가 음란했다. 술과 음악에 빠지고 여색을 밝혔다. 무거운 세금을 거두어 돈과 곡식으로 창고를 가득 채웠다. 정원을 넓혀 온갖 짐승과 새를 잡아다 풀어놓았다. 술로 연못을 채우고 고기를 매달아 숲을 이루어 놓고는 벌거벗은 남녀가 그사이를 서로 쫓아다니게 하면서 밤새 술을 마시며 놀았다.

주왕은 갈수록 음란해져 그칠 줄 몰랐다. 주왕의 이복형 미자가 여러 차례 간언했으나 주왕은 듣지 않았다. 미자는 주왕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죽이려 하다가, 떠나려고 마음을 먹은 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태사와 소사에게 가서 말했다.


"은나라는 제대로 된 정치를 하지 못해 사방을 다스리지 못했습니다. 우리 선조들께서는 세상에 공업을 이루었으나 주왕은 술에 빠져 부인 말만 듣다가 탕(湯)의 덕을 어지럽히고 무너뜨렸습니다. 은나라는 높거나 낮거나 할 것 없이 도적질을 하고 법을 어기며 난을 일으키기 좋아했습니다. 왕실의 벼슬아치들은 서로 본받으며 법도를 지키지 않으니 죄를 짓고도 누구 하나 벌을 받지 않습니다."

미자는 마침내 도망쳤다.

주왕이 상아 젓가락을 쓰기 시작하자 기자는 "상아로 만든 젓가락을 사용했으니 틀림없이 옥으로 만든 잔을 사용할 테고, 옥으로 만든 잔을 사용한다면 틀림없이 먼 곳의 진기하고 괴이한 물건들을 차지하려 할 것이다. 수레와 말 그리고 궁실의 사치가 점점 이렇게 되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하고 탄식했다. 주왕은 듣지 않았다. 기자는 두려워 미친 척하고 노비가 되었다. 주왕은 그를 가두었다.

왕자 비간 역시 기자가 간언해도 듣지 않고, 기자가 노예가 되는 것을 보고는 "군주에게 허물이 있는데도 죽음을 무릅쓰고 따지지 않으면 무고한 백성들만 피해를 보지 않겠는가?"하고는 주왕에게 바른말로 충고했다. 주왕이 노하여 "내가 듣기에 성인의 심장에는 구멍이 일곱 개나 있다던데 정말 그런가?"하며 왕자 비간을 죽여 그 가슴을 열고 심장을 보았다.

주왕은 타고난 자질이 우수한데도 치명적인 약점과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주왕의 말로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도자가 이런데 나라가 온전하다면 상식이 아니다. 주 무왕이 제후를 거느리고 토벌하러 나섰다. 주는 도망쳐 녹대에 올라 보물과 옥으로 된 옷을 입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죽었다. 주 무왕이 주의 목을 베어 크고 흰 깃발에 매달았다.

나쁜 습관은 마치 '깎아도 깎아도 또 자라나는' 손톱처럼 자신도 모르게 스멀스멀 자란다. 그래서 몸에 익은 습관을 고치기는 쉽지 않다. '먼지처럼 일어나는 손거스러미' 같은 나쁜 습관을 '뿌리째 잘라 없애'지 못하면 인생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지 모른다. 벌떡 일어나 머리를 감듯 잡생각을 없애고, 손톱을 깎듯 치명적인 나쁜 습관과 약점을 대청소해야 다시 신선한 것으로 채워 넣을 수 있다. '말갛게 돋아나는 장미빛 투명함으로 새롭게 내일을 시작하'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미래경영연구원장입니다.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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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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