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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장'...? 헌책방 책 사서 읽다 화들짝

고 김상진 열사 기록물 극적 발견,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에 기증돼... 추후 전시 활용 예정

등록 2023.03.31 12:31수정 2023.03.3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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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향토학교 이사장인 전경배 박사(오른쪽)가 3월 10일 함안군 사무실에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관계자한테 고 김상진 열사의 ”양심선언문“과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장“을 기증했다. ⓒ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고(故) 김상진(1949~1980) 열사의 민주정신이 담긴 기록물이 '극적'으로 발견돼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로 기증됐다.

사업회는 창원향토학교 이사장인 전경배 박사(법학)가 지난 10일 경남 함안군 사무실에서 사업회 관계자를 만나 '양심선언문'과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장'을 기증했다고 31일 밝혔다.

김상진 열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1968년 서울대 농과대학 축산학과에 입학했고, 같은 해 6월 동아리 '한얼'에 가입해 문학과 사회사상 관련 도서를 읽고 토론하며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키워나갔다.

1971년 군에 입대했던 열사는 이듬해 10월 육군 부대에서 복무하던 중 유신이 선포됐음을 알았고, 부대 내에서 치러진 유신헌법 개정안 국민투표 과정에서 공공연히 부정투표가 자행되고 있음을 목격했다. 유신헌법의 비민주성에 충격을 받은 열사는 1974년 제대 후 복학한 뒤 민주화를 위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1975년 4월 서울대 학생들이 학원자율화와 언론자유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대거 구속되자 그해 4월 11일 학생들은 구속 학생 석방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이때 김상진 열사는 세 번째 연사로 등장해 학생들에게 사전에 준비한 양심선언문을 외치며 유신헌법의 불법성과 비민주성을 규탄했다.

또 열사는 조국의 민주화와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라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칠 것이라고 천명하며 자결을 시도했다. 열사는 동료 학생들에 의해 수원의 경기도립병원으로 이송돼 두 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으나, 다음 날인 12월 8시 55분에 사망했다.

5월 22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추도삭에는 학생 10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긴급조치 9호 철폐'를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유신독재체제가 무너진 직후인 1980년 4월 11일에 서울대 농과대학 교정에서 김상진 열사의 정식 장례식이 치러졌다.


정부는 2001년 2월 26일 김상진 열사를 민주화운동가로 인정했고, 서울대는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열사는 2021년 6월 10일 국민훈장 모란장이 추서됐다.

사업회는 "이번 민주화운동 관련 문서가 공개되는 과정은 극적이었다"고 했다. 전경배 박사가 어느 헌책방에서 일본 학자인 미노베 다쓰키치(美濃部達吉)의 <일본행정법(日本行政法)>을 구매해 읽던 중 책 속에서 곱게 접혀 있던 '양심선언문'과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장'을 발견했던 것이다.

사업회는 "전경배 박사가 책방 주인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도서의 전 소장자는 전직 서울대 교수로 작고 후 가족들이 헌책방에 매각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전경배 박사는 "오래전부터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과 문헌들 대부분이 수도권에 소재한 것이 안타까웠다"며 "고향 함안과 가까운 부산 민주공원에 김상진 열사 관련 문헌이 전시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김상진 열사의 민주정신과 기증자의 뜻을 받들어 기증받은 양심선언문과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장을 최선의 상태로 보존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증품은 2024년 11월 준공 예정인 민주공원 부속건물(사료관)에 전시·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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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상진 민주열사의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장". ⓒ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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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상진 민주열사의 "양심선언문". ⓒ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김상진 열사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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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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