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손자 우원(27. 가운데)씨가 31일 오전 광주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유족 등 피해자들 앞에서 할아버지의 만행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우원씨 오른쪽은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으로 1980년 5월 전남도청을 마지막까지 사수하다 숨진 고교생 시민군 문재학군의 어머니 김길자씨.
김형호
우원씨의 사죄와 참회에 대해 유족들은 반겼다.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 문재학군의 어머니 김길자씨는 "저는 문재학이 엄마입니다. (우원씨가) 용기를 내줘 감사하다"며 전두환의 손자를 안아줬다.
다른 유족과 부상자 등 피해자들 역시 "그 마음 변치말고 5·18 진실 찾기에 앞장서 달라" "용기를 내줘 고맙다. 앞으로는 약(마약)도 끊고 5·18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부는 "전두환 손자의 사죄를 계기로 숨어있는 가해자들의 양심 선언과 진실 고백이 나와야 한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대면 사죄'를 마친 우원씨는 5·18기념문화센터 인근 5·18민주유공자 명단이 벽면에 새겨진 추모승화공간으로 이동해서는 "유공자 명단이 이렇게 공개돼 있는데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대신해 사죄드린다"고도 했다.
안내를 맡은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으로부터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끊임없이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며 유족들 상처를 주고, 지역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서다.
시민군 사망자 묘비 외투 벗어 닦은 전두환 손자
'5·18 피해자 대면 사죄'를 마친 우원씨는 곧바로 30분 거리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로 가 참배했다.
헌화, 분향을 마친 그는 고교생 시민군 사망자 문재학군 묘소 등 5월 희생자들의 묘비 10여개를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닦았다.
5·18묘지에 동행한 문재학군 어머니 김길자씨는 "재학이 묘 앞에 전두환의 피를 물려받은 손자가 와서, 대신 사죄했다.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