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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법학자 51인 "유권자 의사 반영하는 제도 도입하라"

'선거제도 개혁 촉구 선언' 발표... "기득권 양당정치 타파"

등록 2023.03.31 17:16수정 2023.03.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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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 촉구선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서휘원 팀장(경실련), 이광택 명예교수(국민대), 박상인 상임집행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영주 국회부의장(국회 전원위원장), 조영호 교수(서강대), 정성은 초빙교수(건국대) ⓒ 경실련

 
31일 오전 10시 30분, 경실련 강당에서 '선거제도 개혁 촉구 정치학자·법학자 51인 선언'이 진행됐다.

이 선언은 경실련이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각 정당과 국회의원의 셈법이 복잡한 가운데 선거제도 개혁이 후퇴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정치학자, 법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마련됐다.

정치학자, 법학자들이 서명한 선언문에는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이 기득권 양당정치를 타파하고, 유권자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비례대표제 확대, 중대선거구제 변경 검토 중단,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시 예견되는 위성정당 창당 방지 등이 필요하다고 담겨 있다(3월 9일 1차 발송, 3월 15일 2차 발송, 3월 31일 현재까지 51인이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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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박상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경실련

 
선언식에 참여한 박상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양당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다루지 않고 정쟁만을 일삼는 현재 정치권을 변화시키기 위해 정치개혁이 필요하며, 정치개혁 중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이 게임의 법칙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고, 정책대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의 대원칙에 동의하시는 정치학자, 법학자 50인이 빠른 시간 내에 서명을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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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경실련 강당에서 정치학자, 법학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경실련

 
선언식에 참여한 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의 정치체제는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가 강하고, 양대 정당이 이에 편승하는 체제"라며 "이러다 보니 국민이 촛불을 든다거나, 민의를 내세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다양성과 민의가 반영되지 않는 대의 체제가 고착화되고, 또 이것이 국민의 정치 불신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와 관련해서 조 교수는 "오히려 기존의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가진 이들의 미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국회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면에 기득권 층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는 이해관계가 반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선거제도 개혁은 비례성이 강화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새로운 세대,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정치권이 고령화되어 사회적 활력이 정치에 유입되는 혁신적 사회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성은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례성을 강화한다면서 처음부터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으로 못 박고 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비례성을 높이는 것의 핵심은 결국 비례대표 의석 비율인데, 지역구 의원이 본인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다. "비례대표제의 구체적 방식을 연동형으로 할지, 준연동형으로 할지, 병립형으로 할지의 논의만 가지고 실질적으로 비례성을 제고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면서 비례대표 의석 정수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광택 국민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촛불 이후 중요한 과제가 헌법 개정과 선거법 개정이었음에도 아직 논의가 진행되지 못 했다"면서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독일식 선거제도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소개했다. 그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실상 비례대표제에서 출발"했는데 "지역구 의석을 인정해주기 위해 초과의석과 보정의석 등을 인정해주다보니, 선거제도가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독일에서 초과의석과 보정의석을 없애며, 국회의원 정수를 한정하는 방식의 선거법 개정이 이뤄졌다"며 이로써 비례대표제 취지를 살리는 한편 봉쇄조항 등의 강화를 통해 군소정당 난립을 막고자 하는 움직임을 소개했다.

정치학자, 법학자의 서명을 전달받고자 참석한 김영주 국회부의장(국회 전원위원장)은 "전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돼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현재 우리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 삶을 개선하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거대 양당 간 갈등과 대립으로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총선을 앞두고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이뤄져 왔지만, 국민이 원하는 선거제도 만들지 못했다"며 "국회 전원위의 숙의를 거쳐 국민이 원하는 선거제도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또한 "여야도 여기에 동참해 국회 신뢰 회복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박상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국회 전원위가 국민이 국회의원들의 토론을 보며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더해서 "전원위에서 합의점을 도출할지 모르겠으나, 그와 무관하게 공론화조사위원회가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면서 김영주 부의장에게 공론화조사위의 조속한 설치를 요구했다. 김영주 부의장은 국회의장에게 보고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선언문 전문]

기득권 양당정치를 타파하고, 유권자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 도입하라!

현재 한국 정치는 기득권 양당의 권력다툼으로 후퇴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선거제도가 거대 양당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승자독식 선거제도 속에서 양당이 자원과 권력을 독식하고,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정치세력의 국회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1등만 뽑는 선거에서 다수 유권자의 표가 '죽은 표'가 되고, 이를 방지하려는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가 다시 기득권 양당 독식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기득권 양당의 구도를 깨고 유권자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어 새로운 정치세력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기득권 양당은 선거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셈법에 몰두하며 국민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치학자, 법학자들은 기득권 양당정치를 타파하고, 유권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 도입을 위해, 다음의 논의를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비례성을 높이기 위하여 비례대표 의석 정수를 확대해야 한다.

2004년, 2020년 두 차례에 걸친 선거제도 개혁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에서 양대 정당이 유권자의 지지율보다 훨씬 더 많은 수준으로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하는 현상이 유지되는 큰 이유는 지역구 대비 비례대표 의석수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림으로써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

둘째, 기득권 양당은 위성정당 창당 방지를 약속하고 법제화하라.

2020년 선거제도 개혁 당시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를 일치시키기 위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논의되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투표 득표율을 기준으로 각 정당에 배분될 총 의석수를 결정하고, 지역구 의석 당선자 수와 총 의석수 간 차이를 모두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기득권 양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후퇴시키고, 정당 민주주의도 훼손시켰다. 정치권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시 예견되는 기득권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 방지를 약속하고, 법제화하라.

셋째,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의 변경 검토는 중단되어야 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후보 1명만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가 대량의 사표를 발생시키고 군소정당에 불리하므로 하나의 선거구에서 복수의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소선거구제에 비해 중대선거구제가 비례적인 선거 결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 없다. 과거 일본과 대만, 현재 한국의 기초의회 선거에서 볼 수 있듯, 중대선거구제에서도 양대 정당이 복수 공천 등을 통해 거의 모든 의석을 독차지하는 현실이며, 오히려 당내 파벌 형성 등의 부작용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중대선거구제 변경 검토는 중단되어야 한다.

2023.3.31.
정치학자, 법학자 51인

정치학자 (43인)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우창
연세대 오승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우병원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강주현
대구대 정치외교학과 이소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권혁용
순천대 사회교육과 이윤호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김남규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이재묵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김연숙
강원대학교(정치학) 임유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김용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장승진
가톨릭대 국제학부 김재철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정성은
대전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 김종법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정영태
성공회대 정치외교학과 김형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정재관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문우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조기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조영호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영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조원빈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원호
전남대 사회학과 조재호
국제평화전략연구원 박호성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배병인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지병근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서재권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진시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송원준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신재혁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하상응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신정섭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한성민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안용흔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홍익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엄기홍
  
법학자 (8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대정
서울시립대 법학과 장영철
홍익대 법학과 김주환
홍익대 법학과 장용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하열
경남대 법학과 최영규
국민대 법학과 이광택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황도수

기타 (2인)
한국해양대 대학원 항만물류학 이남수
고신대학교 성악과 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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