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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활주로와 비행기 날개를 뜯어먹고 살 건가

[414기후정의파업] 기후붕괴 앞에 공항을 10개나 더 짓겠다는 정부... 막아야 합니다

등록 2023.04.05 10:04수정 2023.04.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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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4일(금) 세종정부청사에서 기후정의파업이 펼쳐집니다. 전국 곳곳에서 ‘나의 하루를 멈춘’ 이들이 모여 기후정의 대정부 투쟁을 펼칩니다. ‘사회공공성 강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하자’,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생태학살을 멈춰라’를 외치며 13개의 구체요구들을 내걸었습니다. 오직 기업과 자본의 이해에만 봉사하는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합니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이번 기후정의파업의 요구와 주장을 알리기 위한 총 8회에 걸친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https://april4climate.tistory.com/)[기자말]
항공기는 교통수단 중 시간당 온실가스 발생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애트모스페어(Atmosfair, 연합 비영리조직, 독일)에 따르면, 승객 1명의 런던-뉴욕 왕복 비행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986kg으로 분석된다. 이는 아프리카 브룬디와 남아메리카 파라과이 등 56개국에서 사는 사람 1명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양보다 많다. 항공 수요 감축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직면한 기후붕괴와 코로나 재난으로 세계 각국은 공항을 줄여나가고, 증설계획을 취소하며, 단거리 노선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9월 16일, 향후 5년간의 공항정책 추진방향을 담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제주제2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대구공항 이외에도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백령공항과 서산공항을 추진하고, 지자체 간 협의 상황 등을 고려해 경기남부민간공항, 포천민항을 추가 검토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국토교통부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넓지도 않은 국토 안에 총 10개의 신규 공항이 추가로 난립하는 셈이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토건 예산 투입의 시작이자, 대규모 국토 파괴와 생태학살의 시작이다. 기후붕괴와 대규모 감염병 시대에 등장한 계획이라고는 믿기 힘든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공항 건설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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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철회 촉구 기자회견 2021년 9월 29일, 전국신공항반대전국공동행동 소속 활동가들이 국토교통부의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발표를 규탄하며, 계획 폐기를 촉구했다.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이미 국내에는 인천국제공항과 14개의 지역공항이 운영 중이다. 14개 지역공항 중 10개의 공항이 수요가 없어 매년 막대한 만성적자를 누적시켜왔는데, 특히나 2020년에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14개 공항 모두가 적자에 허덕였다. 적자 금액은 자그마치 2154억 원에 이른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만 하더라도 10개의 지역공항에서 총 117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작은 국토 안에 수요도 없는 적자공항들이 이미 넘쳐나는데도, 여기에 10개 공항을 더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도무지 납득되지 않을 만큼 비현실적이다. 공항을 줄여나가도 모자란 시대에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 등을 비롯한 정치권은 필요하지도 않은 공항사업들을 매우 공격적·파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1년 2월 26일, 여야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각종 인·허가와 승인 절차도 생략할 수 있는 특혜를 담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가덕도 신공항은 다양한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지형보전·생태자연도 1등급인 가덕도의 국수봉·남산·성토봉을 깎아 없애고, 해양생태도 1등급의 바다를 매립하는 대규모 생태학살과 착취를 불러오는 사업이다.


해양매립으로 인한 해류의 변화는 낙동강하구의 지형을 급속도로 변화시켜 천연기념물 179호인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의 파괴를 불러온다. 또한 육지와 해양을 잇는 매립식 공항은 부등침하 위험이 매우 높다. 28조 원 이상의 건설비용 뿐만 아니라 건설 이후 부등침하로 인한 수조 원의 천문학적 보수·유지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 

새만금 신공항 사업 또한 2019년 1월 29일,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돼 비용편익분석 결과 0.479밖에 되지 않음에도 기본계획이 수립돼 추진되고 있다. 심지어 새만금 신공항 계획부지 바로 옆에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이미 군산공항이 있다.

새만금 신공항 계획부지인 수라갯벌은 30년 이상 진행되어 오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매립되지 않고 남아있는 새만금 만경수역의 마지막 갯벌이자 연안습지로서,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를 비롯한 50종의 이상의 법정보호종들이 서식 및 번식하는 새만금의 핵심 생태지역이다. 또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의 핵심기작지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과 하나의 생태권역으로서 보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지역이다.

제주 제2공항 사업 또한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 멸종위기종 보호, 지하수를 함양하는 숨골 지형의 보전 등의 문제들로 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두 차례나 보완처분을 받고, 결국 환경부가 2021년 7월 최종 반려해 사실상 백지화가 됐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반영했다.

이 사업을 추진했던 당시 제주도지사였던 원희룡은 국토교통부장관으로 새롭에 부임되자마자 반려됐던 제주 제2공항 사업을 보완했다면서 환경부에 다시 협의를 요청했고, 지난 3월 환경부는 스스로 반려했던 사업을 뒤집으며 조건부 동의로 협의해줬다.

흑산공항은 어떠한가. 흑산공항 역시 그동안 심각한 안전성, 환경성 등의 문제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심의를 중단했었다가, 이번 정부 들어서 다시 공항을 짓기 위해 공항을 지으려는 부지만을 국립공원 지역에서 해제했다.

국회 국토위는 3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의 내용을 남은 대구·경북(TK) 신공항 특별법을 의결했고, 경기도는 지난 3월 22일 '경기국제공항 건설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서산민항 역시 전 양승조 충남도지사 부임 당시 도지사를 공동 상임위원장으로 하여 지자체장, 국회의원, 도교육감 등이 참여한 충남민항유치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서산민항 조기건설을 촉구하며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개발공약사업으로 이용했었다. 

공항은 지역경제를 발전시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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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2공항 환경부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 지난 3월 3일, 제주제2공항과 새만금신공항 저지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제주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부 부동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함께 했다.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각 지역마다 유행처럼 추진되고 있는 공항 건설의 명분과 목적은 판에 박힌 듯이 똑같다. 공항이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인구를 유입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며, 지역민의 교통편리를 증진시킬 주민의 숙원사업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들 건설명분은 근거 없이 부풀려진 무책임한 환상에 기댄 허구일 뿐이다. 실제로 국내 지역국제공항 개항 전후로 해당 지자체의 지역내총생산 실질성장률을 비교해본 결과, 개항 이후 지역내총생산 실질성장률은 증가하기는커녕 충청북도 5.3%, 대구 3.1%, 전라남도 1.3%, 강원도 0.8%로 각각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 지역국제공항들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는 양양공항과 무안공항 등만 보더라도 허브공항, 거점공항을 통한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활성화를 사업의 명분과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거창한 공약과 기대와는 달리 현실은 참담했다. 수출입물류 대부분이 해상운송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항공물류 또한 인천공항 '동북아물류 허브와 정책'에 의해 대부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처리되고 있다.

또 공항의 존재가 반드시 인구증가를 유발하지 않을 뿐더러, 큰 상관관계도 없다. 그리고 공항만 건설된다고 해서 무조건 항공기가 취항하는 것이 아니다. 항공사는 수요가 없는 공항에는 노선을 취항하지 않는다. 기존 지역공항들의 참담한 실패사례는 공항 건설 자체가 곧 수요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지역민의 교통편리 증진을 위해서라면 항공수요보다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육상교통과 선박교통 등의 대중교통 관리가 더 우선해야 할 과제다. 

국토교통부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시장 불확실성에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환경·안전 등 미래 공항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디에도 이러한 대응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 항공수요 증가만을 고려하고 있으며, 심지어 지역마다 추진되고 있는 공항개발로 인한 공항 간 수요 중첩문제는 고려하지도 않았다. 이로 인해 각 지자체는 타지역 공항개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수요 중첩으로 인한 자기 지역공항의 수요이탈을 우려하며 지역 간 갈등 양상을 빚어내는 헤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공항개발은 기후붕괴와 대절멸을 앞당겨

곳곳에 추진되고 있는 공항 사업은 공항건설과 운영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갯벌과 바다를 매립하고, 산을 깎고, 숲을 도려내 그곳에 기대어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학살하고 삶터를 빼앗는 폭력이다. 기후붕괴와 생물다양성 붕괴 앞에 더더욱 보존과 확대가 절실한 생태계의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을 불러오고, 온실가스 흡수원을 없애버리는 다중의 악영향을 초래하는 범죄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한다면서 갯벌복원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2021년에는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한쪽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갯벌을 비롯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고 보존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더 큰 예산을 들여 갯벌과 염습지, 산림과 바다를 파괴하는 공항을 짓겠다며 웃지 못할 모순을 자처하고 있다.

기후붕괴의 서곡인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로 노동자민중은 수년간 고통받아 왔다. 전문가들은 지구가열화로 이러한 대규모 감염병이 빈번하게 찾아올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필요하지도 않는 공항이나 짓고 있을 만큼 한가로운 때가 아니다. 수요도 없고, 쓰지도 못할 공항들을 난립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공항과 항공수요를 과감하게 줄여나가야하는 절박한 때이다.

지구가열화로 곳곳이 불에 타고, 물에 잠기고, 빙하가 하염 없이 녹아내리고, 대책 없는 가뭄에, 절기를 잃은 기후로 모든 생명들의 생존토대가 붕괴되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대체 공항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텅 빈 활주로와 비행기 날개를 뜯어 먹고 살 것인가.

414기후파업, 생명과 존엄의 이름으로 끔찍한 야만을 멈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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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기후정의파업 웹자보 4월 14일,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각종 친자본반기후 정책과 대규모 생태학살 개발 사업들을 추진하는 정부부처들이 밀집되어 있는 세종에서 국내 최초 대규모 기후파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 414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활성화라는 허구로 위장하고,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자본가정치권력의 생태학살과 국토 파괴를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다. 하나밖에 없는 공동의 생존토대를 붕괴시키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의 마지막 시간을 맡길 수 없다. 그들은 결코 이 착취와 학살을 스스로 멈출 수 없다.

오로지 노동자민중만이 자본과 지배계급의 착취와 학살을 멈추고 붕괴를 멈출 힘을 가지고 있다. 414기후정의파업을 통해 절실하고, 소중한 힘을 결집시켜 나가자. 414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교통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과감하게 줄이기 위해서 국내 비행기 운항을 제한하고, 신공항 추진계획을 폐기하여 국비 수십조 원에 달하는 건설예산을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공공교통 확충을 위한 예산과 생태계보존을 위한 재정으로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명과 존엄의 이름으로 끔찍한 야만을 멈추자. 414기후파업에 함께 할 당신의 한 걸음이 그 중요한 힘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가 이전에 기고했던 내용을 수정, 보완해 쓴 글입니다.
#기후붕괴 #제6차공항개발종합계획 #414기후정의파업 #불타는_지구에_더_이상의_공항은_필요없다 #신공항은_생태학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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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억압받고 착취 당하는 모든 존재자들의 해방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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