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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외쳤던 386 세대, 이런 모순 또 있을까

[미리보는 영화] <제비>

23.04.06 13:38최종업데이트23.04.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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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비> 관련 이미지. ⓒ 시네마달


 
피로 이룬 민주주의의 열매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이 물음에 답은 지금의 국민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피를 흘린 투사들, 앞선 세대의 아픔과 고통은 어떻게 기억되고 다뤄져야 할까. 1980년대 독재 정권에 맞선 사람들 또한 보통의 시민들이었고, 지금을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그 복잡다단함을 살펴볼 일이다.
 
한국의 민주화 항쟁을 소환한 여러 영화들이 있었다. 시민과 군인 관점에서 혹은 그들을 관찰한 제3의 시선으로도 다뤄왔고, 등장인물의 편차도 그만큼 다양했다. 이송희일 감독이 약 10년 만에 내놓은 장편 <제비>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남겨진 이들을 조명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영화는 이혼 위기를 맞은 남자 호연(우지현), 그리고 학생 운동 시절 관련 문학을 해온 그의 모친 은숙(장희령, 박미현), 동료들을 배신하고 프락치 역할을 해온 부친 현수(유인수, 이대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제비(윤박)이라는 인물의 흔적을 추적하다가 각자가 택한 삶을 바라보고 이해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이 세밀하게 녹아있다.
 
영화 속 제비는 학생운동사에 전설적 인물로 묘사된다. 말수가 적지만 특유의 과단성과 포용력으로 많은 학생들이 따랐고 추앙까지 했던 인물이다. 경찰과 군인들의 추적을 기적적으로 잘 피해 다니며 운동을 이끌었기에 제비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한 친구의 누설로 결국 붙잡혀 죽임을 당한다. 그를 사랑했던 은숙은 그 아픔을 글로 표현해왔고 곁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아 온 현수가 결국 은숙의 마음을 얻어 결혼하게 된다.

눈부시에 아름다웠지만 아팠던 청춘
  

영화 <제비> 관련 이미지. ⓒ 시네마달


  

영화 <제비> 관련 이미지. ⓒ 시네마달


 
시대적 비극으로 엇갈리고 만 사랑의 감정은 이 영화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다. 고문당하고 아무도 모르게 죽어갔던 수많은 학생들 틈에서도 사랑은 피어났다. 현재 은숙과 아들 호연, 그리고 과거의 은숙과 제비 및 동료들을 교차로 제시하며 영화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그만큼 아팠던 청춘들과 기성 세대의 삶을 오롯이 보여주려 한다.
 
영화엔 자신의 잘못을 끝내 반성하지 않는 고문 기술자, 학생 운동에 참여했지만 변절하고 권력에 눈이 먼 정치인, 프락치 활동 사실을 숨기고 있는 현수 등 소위 386 세대라고 불리는 기성세대의 단면이 나온다. 하지만 단죄한다거나 어떤 인과응보를 유도하기보단 관객들에게 날 것 그대로 제시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교조적이거나 신파적이지 않기에 오히려 그 대비 효과가 크다. 숭고했을 정도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마음이 컸던 과거의 청춘들은 찬란했고, 이후 기성세대가 되어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된 남은 자들은 추했다. 이들 사이에서 호연 만이 방황하고 있을 뿐이다. 부모의 그런 과거를 잘 모른 채 현업에 집착하던 호연은 이 영화에서 성장하는 유일한 캐릭터다. 특유의 냉소적 태도 때문에 영화 초반까진 감정선을 따라가기 버거울 수 있으나, 중반을 넘어서며 차츰 이해가 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혹여나 뻔하고 투박한 소재 선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적 만듦새 또한 꽤 세련된 편이다. 절제한 듯하면서 결정적인 순간 힘을 발휘하는 몇몇 음악들도 인상적이다.
 
한줄평: 학생 운동 좀 했다는 기성세대들에게 우선 권한다
평점: ★★★★(4/5)

 
영화 <제비> 관련 정보

영제: Swallow
연출 및 각본: 이송희일
출연: 윤박, 장희령, 유인수, 박소진 그리고 우지현
제작 및 배급: ㈜시네마 달
러닝타임: 137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3년 4월 12일
 


 

   
제비 민주화운동 학생운동 독재 이송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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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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