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뭉찬의 오판, 대체 언제까지 오디션만 할 건가

[리뷰] JTBC 축구예능 <뭉쳐야 찬다2>

23.04.10 12:24최종업데이트23.04.10 12:25
원고료로 응원
벌써 2년째 말로만 '축구로 전국제패' 하겠다더니, 현실은 또다시 오디션만 거듭하고 있다. JTBC 축구예능 <뭉쳐야 찬다2>(이하 '뭉찬2')가 전력보강과 새 얼굴 찾기를 명분으로 한달여가 넘도록 끝없는 오디션을 반복하며 시청자들에게 식상함과 피로감만 안기고 있다.
 
<뭉찬2>는 최근 '찾아가는 오디션'을 표방하며 숨은 축구 천재 찾기에 나섰다. '어쩌다어벤져스'의 궁극적인 목표인 '전국 도장 깨기' 재개를 앞두고 바로 경기에 투입되어 활용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 선수를 발굴한다는 목표다.
 
럭비, 족구, 볼링, 파이터, 태권도 등 국내의 다양한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축구 실력을 평가했으며 1-2차와 최종 선발전까지 3단계에 거쳐 합격자를 선발했다. 지난 4월 9일 방송에서는 동계 국가대표 편이 방송되어 원윤종(봅슬레이)이 새 합격자로 가세했다.
 
매너리즘 탈피하기 위한 고육책

이러한 <뭉찬2>의 변화는 방영 시작과 어쩌다벤져스 창단 이후 장기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불거진 매너리즘을 탈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뭉찬2>의 본래 취지는 조기 축구를 통하여 대한민국의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 종목 스타들을 발굴'한다는 것, 그리고 '조기축구계의 전국 제패 도전'이었다.
 
시즌1에서 주로 은퇴한 중장년 스포츠 레전드들을 중심으로 '축구 초보들의 성장기'를 그렸다면, 시즌2에서는 선수들의 연령대가 젊어졌고 선수단의 규모도 커졌다.

이장군(카바디), 박제언(노르딕 복합), 강칠구(스키점프), 김현우(레슬링), 김준현(스켈레톤), 허민호(트라이애슬론), 이지환(가라테) 등 비교적 인기종목 스타들에 비하여 덜 알려졌지만 대한민국 각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캐릭터와 매력이 주목받으며 많은 화제를 자아냈다. 시즌1에서도 8대 8의 풋살 형식에 비하여 11대 11의 경기로 바뀌면서 예능보다 정식 축구의 진지한 분위기도 더 강해졌다.
 
그런데 <뭉찬2>은 벌써 대규모 오디션만 3번째다. 2021년 8월, 시즌2 방송 시작과 함께 1차 오디션을 치러 선수를 모집했고, 2022년 4월 2차 오디션에 이어 약 10개월만에 세 번째가 이번 '찾아가는 오디션'이다.
 
문제는 기존의 친선전이나 도장깨기 대회 같은 모든 스케쥴을 올스톱시켜가며 또다시 오디션에 장기간 올인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감독인 안정환은 오디션을 통하여 팀의 취약포지션을 보강하는 한편, 16인 엔트리와 2군제도를 운영하여 기존 선수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엔트리 제외나 방출하는 경쟁구도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올해 아시안게임 등 각종 중요한 국제 대회를 준비 중인 현역 선수들의 공백기를 대비한다는 구상도 있다.
 
하지만 어쩌다벤져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그리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어쩌다벤져스는 이미 시즌1 시절부터 함께해 온 원년멤버들에다가 두 차례의 오디션을 거치며 충분한 충원이 있었고 1년이 넘게 꾸준하게 호흡을 맞춰왔다. 김동현-이형택-김요한까지 몰린 골키퍼처럼 심지어 포지션 중복이 심한 경우도 있었다.
 
설사 정말로 선수가 부족한 상황이 온다고 해도 시즌 1처럼 '용병' 시스템을 통하여 얼마든지 수시로 전력보강이 가능했다. 안드레 진-김준호-조원우 등은 오디션이 아닌 일회성 게스트로 출연했다가 정규멤버로까지 발탁된 사례들이었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오디션에 대한 피로감은, 곧 방향성의 실종과 관련되어 있다. 본래 첫 기획 당시 <뭉찬>의 매력은 멤버들의 개성넘치는 케미에서 나오는 예능적 재미와, 축구에서 한 팀이 되어 목표를 향해 전진해나가는 스포츠 서사, 두 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지금의 찾아가는 오디션은 예능으로도 축구로서도 별다른 재미나 몰입감이 없다.
 
안정환은 시간이 촉박하다며 즉시전력감을 강조하는데, 그럴거면 애초에 팀을 만들때부터 실력이 뛰어난 선출이나 축구 유경험자 위주로만 뽑았어야 했다. 이미 기존의 어쩌다벤져스도 새로운 오디션 출신 멤버들이 합류할 때마다 기존 선수들의 입지가 애매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뭉찬> 시즌1이 감동을 줬던 부분은 축구는 초보자에 가까운 스포츠 레전드들도 전혀 다른 분야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1승과 1골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한걸음씩 성장해나가는 도전정신에 있었다.
 
같은 JTBC에서 야구를 소재로 방송중인 <최강야구>와도 비교된다. <최강야구>는  한 시즌 30경기를 기준으로 '최강몬스터즈'가 '7할승률'이라는 분명하고 구체적인 미션을 제시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폐지를 공약했다. 시즌1에서는 최강 몬스터즈가 21승 8패(1경기 취소)으로 7할승률을 달성하는데 성공하며 휴식기를 거쳐 시즌2 제작(4월 10일 첫 방송)을 확정했다.
 
<뭉찬2>는 <최강야구>보다 반년전에 먼저 방영을 시직하여 벌써 1년 8개월째에 접어들었는데도 축구적인 면에서 뭔가 이렇다 할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없다. 지역 토너먼트 대회에 한 차례 출전했으나 우승은커녕 결승도 올라보지 못하고 승부차기로 탈락했다. 시즌2만의 관전포인트라던 '전국도장깨기'는 그때그때 스케쥴이나 성적에 따라 몇 번이나 주먹구구식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고, 승률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몇 승'을 거두거나 '우승'을 하면 목표달성 혹은 시즌 종료라는 뭔가 구체적인 기준선도 보이지 않는다.
 
팀 내부적으로 방영을 거듭할수록 부실한 선수관리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뭉찬> 멤버들 중에는 현역 선수나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멤버들도 있어서 몸사리지 않고 축구에만 올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윤동식, 김요한, 박태환처럼 부상으로 사라진 이후 근황조차 언급되지 않는 멤버들도 다수였다. 고참급이자 비주전이 된 이형택, 김동현, 김태술은 오랫동안 활동해왔지만 주전에서 밀려나며 찬밥대우를 받는 신세가 됐다.
 
최근 안정환은 찾아가는 오디션 진행중 기존멤버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새로운 추가 멤버들이 들어오는만큼 너희들이 나가야한다. 긴장하라"면서 기존 선수들을 자극하며 압박한다. 하지만 애초에 최근 방송 자체가 예능과 축구 사이에서 긴장감없이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상황이었다. 어쩌다벤져스라는 팀이 확실한 방향성도 없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저 멤버들에게만 알아서 긴장감과 집중력을 유지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차라리 뭔가 대대적인 변화를 주려고 했다면 <최강야구>나 <골때리는 그녀들>처럼 시즌제를 통하여 팀을 완전히 재정비할 기간을 갖거나, 혹은 선수단을 유연하게 운용하는 상비군 시스템처럼 재정비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볼거리나 긴장감이 부족해지니까 또다른 새로운 얼굴을 충원하는 것으로 화제성을 이끌어내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풀어내느냐의 문제다. 오디션으로 축구 잘하는 선수만 끌어모아 조기축구에서 일등하는 게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뭉찬2 찾아가는오디션 안정환 스포츠예능 매너리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