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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과 불화 '전북 현대', 이겨도 웃지 못했다

[2023 K리그1] 전북 현대 2-0 인천 유나이티드 FC

23.04.10 10:36최종업데이트23.04.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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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서포터즈가 허병길 대표이사와 김상식 감독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는 플래카드 시위를 펼치고 있다. ⓒ 심재철


"그대들이여 나가라."
"팬들이 원한 건 소통, 프런트는 결국 불통, 팬들에게 돌아온 건 고통."


여전히 전북 현대 홈팬들은 허병길 대표이사와 김상식 감독이 물러나야 한다고 외쳤다. 일요일 오후 전주성의 봄날씨는 화창했고 게임 결과도 완승이었지만 그들은 활짝 웃지 못했다.

전북 팬들의 자랑이라고 하는 승리의 골 세리머니 '오오렐레'는 과거 영상으로 전광판에만 송출되었고 8697명 홈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심지어 전북 현대 서포터즈가 선수들을 향한 응원조차 안 하고 있으니 축구장 음향 스태프 담당자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코로나19로 인해 육성 응원이 금지됐던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스피커 볼륨을 높여 과거 녹음했던 응원 구호를 한동안 틀었다. 이에 화난 일부 서포터즈는 '앰프 꺼라 XX들아' 손글씨 펼침막을 급하게 들어올리기도 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9일 오후 4시 30분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3 K리그 1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을 2-0으로 이기고 리그 7위(2승 1무 3패 7득점 7실점) 자리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아마노 준의 감각적인 데뷔골

리그 하위권으로 곤두박질할 위기에 놓인 홈 팀 전북 현대는 후반전 승부수를 노린 것이 적중했다. 전반전에 뛴 쓰리 톱(이민혁, 구스타보, 한교원)을 하프타임에 모두 불러들이고 후반전 시작하면서 '송민규-하파 실바-이동준'을 나란히 들여보낸 것이다. 

이 결단은 57분 20초에 멋진 첫 골 결실을 만들어냈다. 후반전 시작할 때부터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를 압박한 성과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타난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들은 상대의 압박 부담감에 골키퍼 이태희에게 연거푸 두 번이나 백 패스를 돌려야 했고 결국 여기서 흐름이 크게 바뀐 것이다. 
 

57분 20초, 전북 현대 MF 아마노 준(왼쪽에서 세 번째 21번)의 골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 심재철

 
상대 골키퍼의 롱 킥 실수를 놓치지 않고 왼쪽 옆줄 바로 앞에서 공 소유권을 따낸 전북은 '송민규-정우재-하파 실바'로 이어지는 패스 줄기를 만들어 귀중한 첫 골을 터뜨렸다. 여기서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 몸에 맞고 떨어지는 세컨드 볼을 얻은 아마노 준이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슛 타이밍으로 상대가 꼼짝 못하는 깔끔한 골(57분 20초)을 넣은 것이다.

전반 24분 홍시후의 오른발 대각선 중거리슛으로 유일한 유효슛 기록을 남긴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76분에 왼쪽 윙백 김도혁 대신 정동윤을, 가운데 미드필더 문지환 대신 음포쿠를 한꺼번에 바꿔 들여보냈고, 키다리 수비수 델브리지에게 맨 앞 공격수 역할을 맡겨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단조로운 롱 볼 전술은 '박진섭, 김건웅, 구자룡' 등 비교적 경험 많은 전북 현대 수비수들을 뛰어넘지 못했다.

오히려 전북 현대의 역습 한 방이 쐐기골로 빨려들어갔다. 후반전 교체 선수인 하파 실바를 향한 류재문의 로빙 역습 패스가 일품이었고 인천 유나이티드 FC 이태희 골키퍼의 위치를 보고 찬 하파 실바의 오른발 대각선 슛(88분 11초)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낮게 깔려 들어갔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비교적 길게 7분이나 이어졌지만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전반전 홍시후의 유효슛(24분) 기록 말고는 내세울 것 하나도 없이 완패 결과를 받아들었다. 윙백들과 날개 공격수간의 부조화 숙제를 풀지 못하면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는 커녕 리그에서도 강등 걱정을 다시 떠올려야 할 판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홍시후의 유일한 유효슛(24분) 순간 ⓒ 심재철

 
이렇게 7위가 된 전북 현대는 오는 15일(토)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으로 찾아가서 6위 수원 FC를 만나게 되며, 9위로 미끄러진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그 다음 날 오후 2시 춘천으로 가서 11위 강원 FC를 만난다.

2023 K리그 1 결과(4월 9일 오후 4시 30분, 전주성)

전북 현대 2-0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아마노 준(57분 20초), 하파 실바(88분 11초,도움-류재문)]

전북 현대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이민혁(46분↔송민규), 구스타보(46분↔하파 실바), 한교원(46분↔이동준)
MF : 정우재(81분↔맹성웅), 아마노 준, 류재문, 김문환(87분↔홍정호)
DF : 박진섭, 김건웅, 구자룡
GK : 김정훈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김민석(42분↔제르소), 에르난데스, 홍시후(42분↔송시우)
MF : 김도혁(76분↔정동윤), 신진호, 문지환(76분↔음포쿠), 김준엽
DF : 델브리지, 김동민, 오반석
GK : 이태희

2023 K리그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18점 6승 13득점 4실점 +9
2 포항 스틸러스 14점 4승 2무 10득점 5실점 +5
3 FC 서울 12점 4승 2패 12득점 7실점 +5
4 대전 하나시티즌 11점 3승 2무 1패 14득점 11실점 +3
5 광주 FC 9점 3승 3패 8득점 6실점 +2
6 수원 FC 7점 2승 1무 3패 8득점 11실점 -3
7 전북 현대 7점 2승 1무 3패 7득점 7실점 0
8 대구 FC 6점 1승 3무 2패 6득점 8실점 -2
9 인천 유나이티드 FC 5점 1승 2무 3패 5득점 12실점 -7
10 제주 유나이티드 5점 1승 2무 3패 4득점 7실점 -3
11 강원 FC 3점 3무 3패 3득점 7실점 -4
12 수원 블루윙즈 2점 2무 4패 5득점 10실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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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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