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P 신드롬'은 환자가 매우 중요한 사람이어서, 각별히 잘 봐주려고 할수록 예후가 좋지 않은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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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VIP 환자를 대하는 일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새내기 의료인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기 마련이다. 초보 의사의 티를 막 벗은 동료들이 일반 병동에서는 잘하던 처치를 VIP실에서 손을 떨어 실패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접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두려움은 초보들만의 것이 아니다. 베테랑 의사들도 VIP를 대할 때 압박감을 느낀다. 의료계에는 이런 현상을 일컫는 용어도 존재한다. 바로 'VIP 신드롬'이다. 환자가 매우 중요한 사람이어서, 각별히 잘 봐주려고 할수록 예후가 좋지 않은 현상을 말한다.
왜 환자에게 신경을 쓸수록 예후가 나빠지는 역설이 생길까? 꼼꼼하게 치료하면 결과가 좋아져야 할 것이 아닌가. 명확한 연구 결과가 있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원인이 알려져 있다.
첫째는 환자의 의견에 맞서기 힘든 경우다. 환자가 비합리적 신념을 가졌을 때 일반적으로는 의사가 전문가적 소견을 제시하게 되지만, VIP의 의견은 쉽게 거부하기 힘들다. 당연히 환자의 예후도 좋지 못하다.
둘째는 법적인 책임에 대한 걱정이다. 의료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아무리 철저해도 실수가 발생하고는 한다. VIP는 이런 잘못에 특히나 민감하고, 법적인 문제와 소송이 잦다. 당연히 이러한 압박은 의사의 운신의 폭을 좁힐 수밖에 없다.
셋째는 적극적 의료행위에 대한 두려움이다. 복강경(배에 작은 구멍을 뚫는 수술)에서 개복(배를 메스로 여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반적인 환자라면 즉시 개복을 시행할 것이다. 그러나 VIP 수술에서는 흉터에 대한 부담으로 개복을 미루게 되고, 최악의 상황에는 살릴 수 있었던 환자를 놓칠 수도 있다.
넷째는 치료가 산으로 가는 경우다. VIP에게는 대개 진료에 참여하는 의사가 여럿이다. 그렇게 모인 전문가들이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가는' 일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정작 질병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하거나, 환자에게 과하게 약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나만 특별하다는 생각...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누구에게나 스스로는 특별한 존재다. 특히나 아픈 이에게는 그가 가진 병이 세상의 전부처럼 생각되기 마련이다. 돈과 권력이 있다면 특별한 치료를 받고 싶은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VIP 신드롬'이 말해주듯, 자신이 중요한 사람임을 내세우는 것이 치료 결과를 좋게 만들지만은 않는다.
의사에게 모든 환자는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신분'에 상관없이 VIP이다. 의사에게 환자의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따라붙는 조건들은 도리어 치료에 방해가 될 뿐이다.
주위에서 유력 인사의 진료 중에 화려한 이력과 직함을 가진 명함을 받는 경우를 더러 들었다. 그러나 그런 이름표가 되레 의사에게 'VIP의 무게'를 지게 하는지도 모른다. 진정 쾌유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VIP'가 되려 하기보다는 의료진을 따뜻하게 대하고 치료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좋은 환자'가 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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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꼭대기층 'VIP 신드롬'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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