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위하는 '행복버스'를 소개합니다

6516번 시내버스 운전기사님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등록 2023.04.13 09:24수정 2023.04.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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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6번 시내버스 자료사진 ⓒ 이혁진


병원 갈 때는 보통 다니는 길이 아닌 다른 노선을 이용하는데 신대방역으로 가는 시내버스(6516번)를 탄다. 이 버스를 타면 지하철 접근이 편하고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지난달 병원 가는 날, 예약된 내원시간에 맞춰 점심 무렵 버스에 올랐다. 승객은 별로 많지 않았다. 좌석에 앉자 동석한 아내가 말했다.

아내 : "버스탈 때 운전기사 봤어요?"
필자 : "아니!"
아내 : "여자 운전사인데!"
필자 : ?
아내 : "운전을 참 잘하는 것 같아요!"
필자 : "그래? 나는 모르겠는데."
아내 : "운전하는 게 달라요. 승객이 타기 편하게 버스를 대주고 친절한 거 같아요."
필자 : ?


아내는 이 버스기사를 몇 번이나 유심히 살핀 모양이다. 탈 때마다 차를 대거나 승객을 태우는 것이 다른 기사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내릴 때 나는 아내가 말하는 운전기사를 힐끗 바라봤다. 여성기사였다.

아내가 호감을 가진 기사는 과연 누구일까 궁금했다. 이후 병원 갈 때마다 그 운전기사를 관찰하기로 했다. 엊그제도 병원을 가면서 6516번 버스를 이용했다. 늘 타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다른 노선과 달리 이 버스는 배차시간이 길어 오래 기다리지만 '버스정보시스템'은 3분 만에 도착한다고 알려준다.

정확한 시간에 우리 앞에 버스가 섰다. "맞다. 저 운전기사야." 아내가 말했다.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대면서 그를 확인했다. 나는 자리에 앉자 운전하는 모습을 살폈다. 버스는 부드럽고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운전기사는 탑승하는 승객 누구에게나 목례로 친절히 대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승객들로부터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유독 자주 들었다.


연유를 살피니 기사는 노약자나 부녀자들이 편히 탈 수 있도록 차를 인도에 바짝 대고 기다려주고 있었다. 아내가 감동받은 것도 그 점이다. 다른 기사들은 이 배려가 부족해 승객들이 버스 따라 탑승하기 바쁘다는 것이다.

운전기사들은 차량을 보통 '버스대기선'에 맞춰 대는데 그 기사는 탑승하는 승객을 고려해 버스를 운전했다. 승객 편의를 우선적으로 배려했다. 버스를 이용하다 보면 승객들이 차량 따라 허둥지둥할 때가 많은데 기사는 이런 불편을 최대한 해소하고 있었다.

사실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은 운전기사의 조그만 배려에 본능적으로 감동한다. 그 여성기사가 승객들로부터 감사인사를 많이 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는 교통약자들이 버스를 탑승하는데 그만큼 불편을 느낀다는 반증이다.

승객 눈높이에 맞춰 안전과 친절 둘 다 고려하는 운전기사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아내는 6516번 버스를 이용하면서 승객을 위한 기사의 배려가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왠지 존중받는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나 또한 공감한다.

운전을 오래 한 사람들은 버스가 친절한가 아닌가는 기사의 운전습관과 자세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탄 버스기사는 안전하고 섬세한 무결점 운전사였다. 나는 여성기사가 운전이 서툴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 되레 여성일수록 더 안전하고 친절하게 운전하는 걸 직접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려 병원 가는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볍다. '행복한 버스'가 긴장하는 나를 편하게 대해서 그럴까. 그날따라 종일 기분이 좋았다.      

감동이 별 것 아니다. 누군가 알게 모르게 슬며시 배려하는 진심에서 우러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은 일상의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요새 친절한 버스기사에 대한 미담이 뜸하다. 매일 가까이 접하는 운전기사에 대한 칭찬과 응원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각박한 현장에서의 고충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친절하고 자상한 운전기사의 따뜻한 배려는 교통약자들에게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6516번 행복버스 운전기사님, 감사합니다.
#6516번시내버스 #행복버스 #손차자 운전기사 #교통약자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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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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